기술 검증, 공시 대응, 중소기업 이행력 등 실무 과제 부상
녹색금융 실천 위한 정량 검증 체계 확보가 신뢰 첫걸음

[파르나스=환경일보] 박준영 기자 = 녹색금융의 글로벌 전략과 실천 방안을 논의한 ‘2025 녹색금융/ESG 국제 심포지엄’은 각 세션 발표와 토론을 통해 현장의 쟁점을 더욱 깊이 있게 조명했다.
세션2와 3에선 기술 검증, 데이터 신뢰성, 공시 대응 역량 등 실무적 과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됐으며, 전문가들은 녹색금융의 실효성과 확장을 위해 보다 정교한 정책·산업·금융의 연결 고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세션2 ‘녹색금융 시장의 다각적 발전’에서는 기술, 금융, 투자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전략적 접근을 제시하며, ‘데이터 투명성 강화’가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첫 발표자로 나선 마수드 카이움(Masud Kaium) 방글라데시 노아칼리과학기술대 교수는 방글라데시와 선진국 사례를 비교하며 중앙은행·정부 규제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그는 일부 개발도상국에서 녹색금융·기후금융 성과가 보고서상으로만 존재하는 문제를 지적하며 “녹색 프로젝트에 얼마를 투자했는지 기업들이 발표는 하지만, 실제 지출 내역은 검증이 어렵고 데이터 신뢰성 자체가 낮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데이터 투명성 정책을 마련해 기업과 금융기관이 공시한 정보를 이해관계자가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발표자인 김형주 국가녹색기술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탄소시장 설계와 기술 상용화의 병목지점을 짚었다. 그는 “감축 효과를 입증할 수 있는 MRV(모니터링·보고·검증) 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시장 메커니즘만 먼저 가동되면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TRL(기술성숙도) 5~8 단계의 기술이 시장에 정착하기 위해선 데이터 기반의 검증 구조가 필수”라고 설명했다.
김종규 60Herz 대표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전력망 분석 기술과 발전량 예측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재생에너지 발전소의 이상 감지나 출력 예측에서 AI는 이미 유의미한 결과를 내고 있다”며 “기술이 실제 감축에 기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면 사후 검증이 가능한 정량적 데이터 모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남영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ESG 금융실 실장은 국내 금융기관의 화석연료 금융 구조와 전환금융의 필요성을 짚었다. 그는 “국책은행과 연기금을 중심으로 화석연료 투자 비중이 여전히 높은 만큼, 급격한 차단이 아닌 점진적 전환을 지원하는 금융 구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녹색금융의 신뢰성은 데이터에서 시작
이어진 토론에서는 중소기업 ESG 대응, 녹색금융의 범위, 기술 검증 구조, 민간 금융 참여 등 실무적 논의가 다뤄졌다.
토론회에서 한 청중은 “대기업 중심의 공시·평가 체계 때문에 중소기업은 ESG 준비 자체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형주 책임연구원은 “중소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저비용·고신뢰 검증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녹색금융의 개념적 범위를 둘러싼 논쟁도 있었다. 일부 참석자는 ‘개념이 지나치게 넓다’고 지적했으며, 박남영 실장은 “녹색금융은 무해성 투자뿐 아니라 산업 전환을 유도하는 투자까지 포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데이터 신뢰성과 투명성 부족 문제는 발표자들의 공통된 우려였다. 김형주 연구원은 “기술의 시장 효과를 정량적으로 평가하지 않으면 정책 설계 자체가 의미 없다”고 강조했고, 김종규 대표는 “정량적 근거 없이 기술 도입의 효과를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토론 말미에는 정책·산업·금융의 단절 구조도 지적됐다. 발표자들은 “정부는 민간이 참여할 수 있는 틀을 만들고, 민간은 그 안에서 실제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며 “녹색금융 다변화는 이러한 역할 분담 속에서 가능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자연 기반 리스크가 곧 재무 리스크

세션3 ‘자연기반 금융, 공시, 그리고 기후 대응’에서는 기업의 자연환경 전략과 TNFD 보고 체계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발표가 이어졌다.
화상으로 발표에 참여한 리지 엘리(Lizzy Elli) 비즈니스 포 네이처(Global Engagement Lead, Business for Nature) 대표는 글로벌 기업들이 자연 자산에 미치는 영향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를 소개했다.
그는 “우리는 자연에 의존하고 있으며, 자연 리스크는 이제 재무 리스크로 연결되고 있다”며 “기업이 공급망과 운영 등 전반에서 자연 기반 리스크를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연에 대한 의존도와 영향 평가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지속가능 전략 수립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어 메건 심(Megan Sim) IBAT 프로그램 담당자는 TNFD 보고 체계의 핵심인 LEAP 접근법을 설명했다. 그는 “LEAP는 위치 기반 평가를 통해 기업의 자연 자산 의존도와 영향을 파악하는 체계”라며 “이를 통해 기업이 리스크와 기회를 보다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아선 SDG연구소 본부장은 한국 기업의 TNFD 대응 현황을 발표하며, “많은 기업들이 아직 초기 단계에 있으며, 위치 파악조차 되지 않은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데이터 수집, 공급망 평가, 경영진의 의지 등 실질적 이행 역량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포스코홀딩스 양지원 차장은 기업 실무 관점에서의 쟁점을 짚었다. 그는 “자연 리스크 대응은 환경 부서만의 과제가 아니다”라며 “전략, 재무, 구매, 생산 부서가 함께 대응해야 하며, ESG 부서의 전문성과 역량도 함께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