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CSRD) 도입 임박
금융·제조 시범사례 통해 민감지역·리스크 진단
자연자본 의존도·영향 평가, ESG 새 축으로 부상

지난 10일 국립생물자원관과 대한상공회의소가 '제1차 자연자본공시 지원연합 토론회'를 열고, 글로벌 공시 압력에 대응하기 위한 국내 기업의 자연자본공시 역량 강화 방안을 본격 논의했다. /사진=박준영 기자
지난 10일 국립생물자원관과 대한상공회의소가 '제1차 자연자본공시 지원연합 토론회'를 열고, 글로벌 공시 압력에 대응하기 위한 국내 기업의 자연자본공시 역량 강화 방안을 본격 논의했다. /사진=박준영 기자

[대한상공회의소=환경일보] 박준영 기자 = 자연자본이 기업의 생존과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열렸다. 유럽엽합(EU)의 지속가능성 공시기준(CSRD) 시행을 앞두고, 국내 기업들도 생물다양성과 생태계 의존도 등 ‘자연자본공시’ 대응을 서둘러야 하는 상황에서 정부와 산업계가 본격적인 논의에 나섰다.

국립생물자원관과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10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 회의실에서 ‘제1차 자연자본공시 지원연합 토론회’를 개최하며, 국내 기업의 자연자본공시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한 실질적 논의의 장을 마련했다. 

이번 토론회는 유럽의 지속가능성 보고지침(CSRD) 시행과 글로벌 투자자의 공시 요구 확산 등으로 기업의 자연자본공시 압력이 높아지는 가운데 국내 대응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3월 국내 기업과 금융기관, 시민사회 등 약 60여 개 기관이 참여하는 ‘자연자본공시 지원연합’을 출범시킨 바 있다.

유호 국립생물자원관 관장은 기업이 스스로 생태계와 생물다양성에 미치는 영향을 진단하고 공시하는 것을 국제사회가 요구하면서, 앞으로 자연자본공시는 단순한 규제 대응을 넘어 기업의 지속가능성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 강조했다. /사진=박준영 기자
유호 국립생물자원관 관장은 기업이 스스로 생태계와 생물다양성에 미치는 영향을 진단하고 공시하는 것을 국제사회가 요구하면서, 앞으로 자연자본공시는 단순한 규제 대응을 넘어 기업의 지속가능성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 강조했다. /사진=박준영 기자

행사에는 국립생물자원관 유호 관장, 대한상공회의소 조영준 지속가능원장, 국립생물자원관 장래하·이재호 연구사, 한영회계법인 이강 이사 등 관계자와 지원연합 회원사 50여 명이 참석했다.

유호 국립생물자원관 관장은 개회사에서 “국제사회는 기업이 생태계와 생물다양성에 미치는 영향을 스스로 진단하고 투명하게 공시하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자연자본공시는 단순한 규제 대응을 넘어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성과 창출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조영준 대한상의 지속가능원장은 자연자본공시가 점점 의무화되고 있으며, 이제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해 필요한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사진=박준영 기자
조영준 대한상의 지속가능원장은 자연자본공시가 점점 의무화되고 있으며, 이제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해 필요한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사진=박준영 기자

조영준 대한상의 지속가능원장은 축사에서 “EU ESRS(지속가능성 공시기준) 24를 비롯한 글로벌 공시 기준이 생물다양성과 생태계에 대한 공시를 의무화하고 있다”며 “자연자본공시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의 조건”이라고 말했다.

의존도·영향 평가, 민감지역 분석 필수

이강 한영회계법인 이사는 금융권의 TNFD(자연관련 재무공시 체계) 기반 자연자본공시 시범보고서를 소개하며 공시 프로세스 전반을 설명했다. 그는 우리금융지주와 SK증권 사례를 중심으로 거버넌스 체계, 리스크·기회 식별, 민감지역 분석, 의존도·영향도 평가, 시나리오 분석, 공시 매트릭스 작성, KPI 연계까지 구체적으로 전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두 기업은 자연자본 이슈를 이사회와 ESG경영위원회 차원에서 논의하며, 의존도·영향 분석은 앵코어(ENCORE) 툴을 활용해 금융자산과 유형자산의 리스크를 평가했다. 생태학적 민감지역은 WWF, IBAT, BRF 등 다양한 플랫폼의 데이터를 활용해 위치 기반으로 식별했으며, 이 결과 금융자산의 약 28%가 민감지역에 노출된 것으로 분석됐다.

이강 한영회계법인 이사는 우리금융지주와 SK증권의 사례를 통해 TNFD 기반 자연자본공시 절차와 분석 방법을 상세히 소개하며, 금융자산의 약 28%가 생태학적 민감지역에 위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사진=박준영 기자
이강 한영회계법인 이사는 우리금융지주와 SK증권의 사례를 통해 TNFD 기반 자연자본공시 절차와 분석 방법을 상세히 소개하며, 금융자산의 약 28%가 생태학적 민감지역에 위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사진=박준영 기자

또한, 고위험 원자재(HICL) 노출도 함께 분석해 금융 포트폴리오의 리스크 프로파일을 구체화했다. 이 이사에 따르면 “금융기관은 투자·대출 포트폴리오가 자연자본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를 정량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으며, 공시 초기 단계에서는 기업 상황에 맞는 커버리지를 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TNFD의 LEAP 접근법을 바탕으로 시나리오 분석도 실시했다. 이 이사는 “정형화된 기후 시나리오와 달리 자연자본 시나리오는 탐색적 방식이 요구되며, 내러티브 기반의 리스크 예측이 실질적인 대응전략 수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TNFD 공시에서는 규제·평판 리스크뿐 아니라 생태계 회복력을 반영한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공급망·좌표 기반 분석이 핵심

장래하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사는 제조업 가상기업 ‘NIBR 음료’ 사례를 통해 공급망 좌표 기반의 민감지역 분석과 생태계 서비스 평가 과정을 소개하며, 자연자본공시의 실무 적용 가능성을 강조했다. /사진=박준영 기자
장래하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사는 제조업 가상기업 ‘NIBR 음료’ 사례를 통해 공급망 좌표 기반의 민감지역 분석과 생태계 서비스 평가 과정을 소개하며, 자연자본공시의 실무 적용 가능성을 강조했다. /사진=박준영 기자

장래하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사는 제조업 가상기업 ‘NIBR 음료’의 자연자본공시 사례를 발표했다. 해당 사례는 직접 운영지점 25곳, 공급망 지점 55곳의 위치정보를 기반으로 민감지역 분석과 영향도 평가를 수행한 것으로, 실무 중심의 공시 접근법을 상세히 제시했다.

그는 공급망 위치 식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공급 계약, 실사, 외부 자료 확보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공급망의 공간 좌표를 확보하는 것이 분석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이후 각 활동 유형을 ISIC 산업 분류코드에 맞춰 매핑하고, ENCORE를 활용해 생태계 서비스 의존성과 영향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음료제조 활동은 물공급, 수질정화, 수류조절 등 수자원 관련 생태계 서비스에 높은 의존도를 보였고, 농업 활동은 생물량 공급, 유전자원, 수분매개 등 12가지 요소에서 높은 의존성이 식별됐다. 영향 요인으로는 고형폐기물 배출, 담수이용 면적, 토지이용 등이 주요하게 나타났다.

특히, 장 연구사는 WWF 리스크 필터, Sentinel-2 토지피복 지도 등 고해상도 데이터를 활용해 생물다양성 민감지역을 식별했다. 분석 결과 전체 80개 지점 중 35개(43%)가 민감지역으로 확인됐으며, 일부 지점은 다중 기준에 중복 해당돼 리스크 수준이 높았다.

그는 “생태계 압력 요인 분석은 TNFD 공시에서 리스크 평가뿐 아니라 이후 공시 전략 수립, 지표 설정, 모니터링 체계 구축에도 직결된다”며 “기업 내부적으로 민감위치 데이터와 생태계 서비스 매핑을 정비해 두는 것이 장기적으로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1차 한국 자연자본공시 지원연합 토론회에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박준영 기자
제1차 한국 자연자본공시 지원연합 토론회에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박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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