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관리계획서·평가 등 핵심 자료 부실 지적
“정부까지 수명연장 두둔··· 탈핵·안전 기조 후퇴”

[환경일보]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가 13일 고리2호기 운영기간 연장을 승인했다. 이번 고리2호기 수명연장 승인으로 안전성·절차적 정당성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정부의 원전 정책 흐름과 맞물리며 노후 원전 안전체계 전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에너지정의행동 등 시민단체는 안전성과 절차적 정당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채 결정이 이뤄졌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단체는 “이번 결정은 노후 원전의 위험성을 충분히 평가하지 않은 채 진행된 것으로, 차후 운영 종료가 예정된 고리3·4호기와 한빛1·2호기 등 다른 노후 원전의 수명연장 심사에도 부정적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단체에 따르면 심사 과정에서 고리2호기의 안전성 관련 자료 미비와 결함 지적이 반복됐음에도, 중대사고 시나리오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고 확률론적 안전성 평가(PSA)도 축소됐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특히 고리2호기 사고관리계획서가 APR1400 기준으로 심의된 부분에 대해 제도적·기술적 차이를 설명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그럼에도 원안위가 신속한 심의를 진행하며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데 대해, 단체는 심사 과정의 투명성과 독립성이 크게 후퇴했다고 비판했다. 일부 위원들이 회의 반복을 ‘비효율’로 언급하거나 승인 지연이 ‘경제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발언한 점도 지적했다. 단체는 이러한 태도가 규제기관 본연의 역할보다 사업자 이익을 우선하는 것으로 비쳤다고 밝혔다.
또한 원안위가 규제기관으로서의 독립성과 신뢰를 확보하지 못한 채, 한국수력원자력의 입장을 사실상 추종하는 구조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단체는 원안위가 스스로의 책임을 인식한다면 고리2호기 수명연장 승인 결정을 즉각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단체는 이재명 정부가 출범 초기 ‘핵안전 강화’를 강조했음에도, 노후 원전 수명연장 추진 과정에서 비민주적 절차와 안전성 검증 미비를 묵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탈핵·에너지전환 정책의 방향성을 분명히 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수명연장을 옹호하는 것은 국민 신뢰를 저해하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에너지정의행동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행정 편의나 산업적 이해관계보다 우선해야 한다”며, “원안위와 정부는 이번 결정을 엄중히 받아들이고 노후 원전의 영구정지 검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