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 금융 74.5%, 여전히 화석연료에 투입
구조 전환 없이 지속될 경우 산업 경쟁력 약화
반면 청정 투자 전환 시 고용·부가가치는 확대

보고서에는 배터리 제조업이 청정에너지 전환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나타난 반면, LNG 운반선 및 정유·석유화학 프로젝트 등 화석연료 부문에 대한 지속적 투자는 좌초자산 리스크와 장기 수익성 저하를 초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환경일보DB
보고서에는 배터리 제조업이 청정에너지 전환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나타난 반면, LNG 운반선 및 정유·석유화학 프로젝트 등 화석연료 부문에 대한 지속적 투자는 좌초자산 리스크와 장기 수익성 저하를 초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환경일보DB

[환경일보] 한국의 공적 수출금융이 화석연료 중심 구조를 유지할 경우 산업 경쟁력 약화와 좌초자산 증가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반대로 청정에너지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하면 일자리와 부가가치가 대폭 확대되며, 배터리를 비롯한 청정기술 공급망 강화를 통해 수출 기반까지 넓힐 수 있다는 전망이다. 보고서는 금융 체계의 전환이 기후 대응 차원을 넘어 국가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후솔루션과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GESI)는 17일 ‘한국 공적 수출금융의 전환: 화석연료에서 청정에너지로의 글로벌 전환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발간해 화석연료 중심의 투자를 청정에너지로 전환할 경우 2035년 기준 일자리가 2배 증가하는 등 경제적 편익이 크게 늘어난다는 점을 밝혔다.

지구 온도 상승을 1.5℃ 아래로 제한하자고 결의한 2015년 파리기후협약 체결 10년을 맞아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제30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서 한국 화석연료 금융의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가는 가운데, 이번 보고서는 한국의 공적 수출금융이 글로벌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일자리 및 부가가치, 산업 경쟁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실증적으로 분석한 첫 연구로서 주목된다.

보고서에서 다루고 있는 주요 공적 금융 기관은 한국수출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 한국산업은행 등이다. 2020~2024년 이들 기관의 에너지 부문 지원 총액은 61.3조원이며, 이 중 74.5%가 화석연료 부문에 투입된 것으로 분석했다.

청정에너지 전환 시 일자리 115% 증가

연구진은 국제에너지기구(IEA)의 1.5℃ 시나리오(NZE)를 적용해 2035년까지 공적 금융기관이 포트폴리오를 청정에너지 중심으로 확대 전환할 경우, 국내 일자리가 약 두 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현재 수준의 금융 지원을 유지할 경우(BAU, Business as Usual) 국내 일자리는 5.1만 개(Full-Time Equivalent, FTE: 1년 동안 정규직으로 근무하는 직원 수를 기준으로 한 고용단위) 수준에 머무르지만, 총 금융 지원 규모를 확대하고 포트폴리오를 청정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할 경우(NZE 시나리오) 2035년 기준 약 11만개로 증가해 115% 성장한다.

2035년 공적 수출금융 지원으로 발생하는 국내 취업유발효과  /자료제공=기후솔루션
2035년 공적 수출금융 지원으로 발생하는 국내 취업유발효과 /자료제공=기후솔루션

특히 배터리 산업 가치사슬에서 취업유발 효과가 가장 두드러졌으며, 설비 제조와 공정 설계, 관련 기자재 제작, 인프라 확충, 연관 서비스 산업으로까지 확장되면서 국가 산업 전반의 일자리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분석됐다.

김보람 GESI 부연구위원(연구책임자)은 “청정에너지 금융 전환은 단순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정책을 넘어, 우리나라의 수출 주도 성장 기반을 강화하고 장기 고용 창출을 위한 핵심 전략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초기에는 청정기술의 국내 조달율이 낮아 단기적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으나, 국내 공급망 강화와 수출 경쟁력 제고를 통해 향후 취업유발 및 부가가치 효과는 확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가가치 5.5조원 증가, 화석연료는 좌초자산 위험

청정에너지 투자를 확대할 시 2035년 총 부가가치는 9조5550억원에 달해, 현재 구조를 유지할 경우(BAU)인 4조980억원과 비교해 5조4570억원의 추가 부가가치가 발생한다.

또한 배터리 제조업이 청정에너지 전환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나타난 반면, LNG 운반선 및 정유·석유화학 프로젝트 등 화석연료 부문에 대한 지속적 투자는 좌초자산 리스크와 장기 수익성 저하를 초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진은 화석연료 중심의 금융 지원이 단기적으로는 수출산업에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국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재정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가스와 석유 수요가 감소 추세에 있고, 재생에너지 단가가 빠르게 하락하는 가운데 배터리 에너지저장시스템(BESS), 도심항공교통(UAM), 전기차(EV) 등 재생에너지 및 배터리 기반 기술에 대한 글로벌 수요 확대는 한국의 산업 경쟁력 확보에 중요한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했다.

기후솔루션 신은비 연구원(공적금융 담당)은 “주요 공적 금융기관은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지만, 석유·가스 부문 지원 축소에 대한 구체적 로드맵이 부재한 상태”라며 “이러한 구조는 좌초자산 리스크를 심화시키고, 납세자의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화석연료와 청정에너지 인프라 공적 수출금융 지원 규모 및 비중(2020-2024)
화석연료와 청정에너지 인프라 공적 수출금융 지원 규모 및 비중(2020-2024)

한편 보고서는 한국의 공적 수출금융이 탄소중립 시대에 부합하려면 네 가지 방향으로의 구조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첫째, 청정에너지 목표 제도화, 2040년 100% 전환 달성이다. 공적 금융기관의 청정에너지 목표를 법제화해 현재 약 25% 수준인 청정에너지 비중을 단계적으로 높이고, 2040년까지 100% 전환을 달성하도록 재생에너지와 배터리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둘째, 석유 및 가스 금융 지원의 단계적 폐지다. 석유·가스 부문 금융 지원은 명확한 중단 시한을 설정해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화석연료 매출 의존도가 높은 기업에 대한 공적 금융 지원도 제한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셋째, 청정기술 밸류체인의 국산화 제고 및 산업 경쟁력 강화다. 태양광·풍력·배터리 등 핵심 청정기술 부품의 국내 생산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엔지니어링 및 프로젝트 관리 역량을 높여 전체 공급망의 국산화와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넷째, 배터리 및 순환경제 혁신 촉진이다. 배터리 밸류체인 전반의 기술 혁신과 더불어 재활용 및 순환경제 체계를 육성해 지속가능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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