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PPCA 가입··· 2035년 탈석탄 이행 전략 더 중요

[환경일보] 한국이 국제 탈석탄 동맹(PPCA)에 합류했다. COP30이라는 세계적 무대에서 석탄 의존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공식화한 것은 늦은 만큼 의미가 분명하다. 전력 생산의 30%를 여전히 석탄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이번 결정은 최소한 전환의 방향을 되돌릴 수 없다는 공감대가 마련됐음을 보여준다. 다만 선언이 곧 실행을 보증하는 것은 아니다. 그 간극을 좁히는 일이 앞으로의 핵심 과제가 된다. 

PPCA는 석탄발전 중단을 목표로 180여 개국과 지방정부, 기업,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연합이다. OECD 국가 상당수는 이미 석탄 없는 전력 시스템을 운영하거나 2030년 이전 폐쇄 일정을 제시했다. 금융시장도 석탄을 회수 대상 자산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이 PPCA 바깥에 머물러 있었던 현실은 기후정책의 목표와 에너지정책의 실제 간에 지속적으로 엇박자가 있었음을 방증한다. 이번 가입은 그 불일치를 바로잡기 위한 첫 단계일 뿐이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여전히 무겁다. 39.1GW 규모의 석탄 설비를 운영하며 발전의 약 30%를 석탄에 의존하고 있다. 정부는 61기 중 40기를 2040년까지 폐지하기로 했지만, 나머지 21기는 일정조차 정해지지 않았다. 올해 삼척블루파워 2호기 가동 재개, 혼란이 지속되는 석탄·암모니아 혼소, 비용을 반영하지 못하는 전력시장 구조 등은 ‘탈석탄’ 선언과 현장의 질서가 여전히 엇갈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불일치는 시장과 산업에 필요한 방향성을 흐리게 만든다.

현재 39.1GW 규모의 석탄 설비를 운영하며 발전의 약 30%를 석탄에 의존하고 있다. 정부는 61기 중 40기를 2040년까지 폐지하기로 했지만, 나머지 21기는 일정조차 정해지지 않았다. /사진=환경일보DB
현재 39.1GW 규모의 석탄 설비를 운영하며 발전의 약 30%를 석탄에 의존하고 있다. 정부는 61기 중 40기를 2040년까지 폐지하기로 했지만, 나머지 21기는 일정조차 정해지지 않았다. /사진=환경일보DB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속도는 ‘2040년 탈석탄’보다 훨씬 빠르다. 기후솔루션과 메릴랜드대 분석처럼, 정부 스스로 제시한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한선 61%를 달성하려면 2035년 석탄발전 전면 폐쇄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특정 기관의 의견이 아니라, 파리협정 1.5℃ 목표를 지키기 위한 감축 경로에서 도출된 수치다. 또한 가스를 ‘덜 나쁜 화석연료’로 보는 관성은 메탄 누출, 가격 변동성, 에너지 안보 리스크를 고려하면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석탄에서 가스로의 우회가 아니라 재생에너지로의 직접 전환이 요구되는 이유다.

내년에 마련될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2035년 석탄 폐쇄 일정과 이에 따른 재생에너지 확대, 송·배전망 강화, 수요관리 전략을 구체적으로 포함해야 한다. 석탄발전의 비용을 정확히 반영하도록 전력시장 제도를 재정비하고, 신규 석탄·가스 설비에 대한 공적 금융과 지원을 단계적으로 종료하는 로드맵도 마련해야 한다. 동시에 태양광·풍력·배터리 등 청정에너지 가치사슬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산업 전환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정의로운 전환은 필수 조건이다. 석탄발전에 기대 온 지역과 노동자가 전환 과정에서 배제된다면 정책 자체가 지속성을 잃게 된다. 정부도 폐쇄 일정이 분명한 로드맵, 비용 부과와 규제 강화, 단계적 폐쇄 인센비티브, 직무 전환·지역경제 재편 지원을 하나의 체계로 설계해야 한다. PPCA 가입은 출발선에 다시 선 것일 뿐이다. 이제는 폐쇄 시한, 재정 투입, 제도 개편을 구체화해 실행력을 입증해야 한다. 그 과정이 갖춰질 때 한국은 후발주자가 아닌 아시아의 탈석탄 전환을 이끄는 나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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