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환경기술사회 조현익 위원
[환경일보] 환경영향평가는 개발사업이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사전에 분석하고, 그에 따른 저감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필수 절차다. 환경과 개발의 균형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 공공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반복되는 ‘거짓·부실’ 논란은 제도 전반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
현장에서 평가서를 작성하는 기술자들은 표준지침에 따라 조사·분석을 수행하며 제도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조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단순 오류나 경미한 착오까지 현행 ‘거짓·부실 판단기준’과 동일하게 처리되는 구조는 과도한 규제로 지적된다. 행정처분으로 이어질 경우 업체의 업무정지, 등록취소, 입찰 참여 제한 등 경영상 부담이 현실화되면서 제도의 안정적 운영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최근 문제의 상당수는 자연환경조사의 부실 논란이며, 이는 사업마다 다소 차이는 있으나, 사업의 반대를 위한 여러 가지 논리 중에서 가장 손쉽게 거론될 수 있는 것이 자연환경조사 및 그 결과이기 때문이다. 물론 조사가 충분히 이행되지 못한 사업들도 있을 것이나, 사업시행 과정에서 발생되는 절차상 문제를 자연환경조사의 신뢰성으로 견주려는 의도로 인해 제2종 환경영향평가업자가 수행한 생태조사 과정의 오류를 제1종 평가업자의 ‘거짓·부실’로 확대 해석하고 있다는 것이 더욱 문제이다.
환경영향평가법은 제1종과 제2종의 업무범위를 명확히 구분하고 있으나, 제2종 업체의 조사 결과물에 대해 제1종 평가업자의 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동일한 제재가 부과되고 있는데, 이는 법령상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 이처럼 현행 법제도에서 제1종 업체에 제2종 업체의 거짓·부실 행위에 대한 법적 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정책적 판단에 주로 근거하고 있으며, 법령상 제1종 업체의 제2종 업체에 대한 관리책임이 명기돼 있지 않다는 점에서 행정제재의 법적 논리성이 결여돼 환경영향평가제도 전체의 법적 안정성이 훼손될 여지가 있고, 이러한 구조적 모순은 업계의 불만뿐 아니라 제도 자체의 신뢰성에도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공탁기관을 통한 조사·평가업체 선정 방식을 도입해 중립성을 강화하고 거짓·부실 발생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는 대안을 제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업체 선정 과정에서의 이해관계 개입을 줄이는 효과는 있을 수 있으나, 환경영향평가 제도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으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공탁기관의 전문성 확보 문제, 실질적 관리·감독 권한의 부재, 책임구조 미정립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공탁제는 형식적 절차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선정 방식의 변화만으로는 거짓·부실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평가 단계별 책임과 권한의 명확한 분리, 조사 및 평가 절차의 법적 기준 정비, 고의성과 중대성을 구분할 수 있는 합리적 판단 기준의 마련이다. 또한 기술적 검토가 필요한 평가서는 전문가위원회를 통해 상호 검증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며, 조사 데이터의 품질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표준화된 시스템 구축 또한 요구된다. 특히, 거짓부실검토 전무위원회가 단순하게 ‘환경영향평가법 시행규칙 제23조 별표 2의 환경영향평가서등의 거짓부실 작성 판단기준’을 토대로 문구로만 판단하는 것이 아닌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가피한 오류와 실질적 거짓·부실을 구분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제도의 신뢰성 회복은 어려울 것이다.
환경영향평가 제도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단순한 절차 개편이 아니라 제도 운영의 목적과 실제 현장의 특성을 함께 반영한 종합적인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책임구조의 명확화, 평가 기준의 합리화, 조사 및 평가 절차의 표준화, 전문성 기반의 검증 체계 강화 등이 유기적으로 작동할 때 비로소 환경영향평가는 본래의 기능인 지속가능한 개발의 조정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단지 환경영향평가 업계의 요구가 아니라, 환경영향평가 제도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지속가능한 국가 발전 전략에 기여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