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에너지 투자 전환 없이 좌초자산, 경쟁력 약화 불가피
[환경일보] 한국의 공적 수출금융이 화석연료 중심의 지원 체계를 유지한다면 투자 효율 저하와 좌초자산 증가로 인한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단기 수출 실적에 맞춘 지원 구조는 에너지 수요 변화와 기술 전환 속도를 반영하지 못해 수익성 약화와 자산 회수 불확실성 등 장기적 위험을 높인다. 공적 금융의 전환은 환경정책을 넘어 국가경제 전략과 직결되는 과제다.
최근 발표된 ‘한국 공적 수출금융의 전환’ 보고서는 금융 포트폴리오를 청정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할 경우 고용과 부가가치가 크게 확대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배터리·재생에너지·전력망 등은 고용 유발 효과가 높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산업 확장 여지도 크다. 특히 배터리 산업은 제조·공정기술·기자재·엔지니어링으로 이어지는 가치사슬이 넓어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분야로 평가된다.
반면 석유·가스 분야는 수요 감소와 수익성 약화로 좌초자산 위험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과거 수출 효자로 평가받던 LNG 운반선과 정유 설비도 전망이 불확실해지면서, 공적 금융이 지속적으로 투입될 경우 회수 위험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이는 재정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주요 공적 금융기관은 탄소중립을 선언하고도 화석연료 지원 축소 로드맵을 명확히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산업구조 변화 속도가 빨라지는 상황에서 금융 전환이 지연되면 정책 목표와 투자 방향의 괴리는 더욱 커지고, 정책 신뢰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공적 금융의 투자 기준을 제도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 청정에너지 투자 비중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화석연료 금융에는 종료 시점을 설정해야 한다. 동시에 태양광·풍력·배터리 등 핵심 기술의 국내 공급망을 강화해 경제적 효과가 국내에 축적되도록 해야 한다. 배터리 재활용과 순환경제 분야 역시 장기적 경쟁력 확보에 필수적이다.
여기에 한국의 국제 탈석탄 동맹(PPCA) 가입은 금융 전환의 필요성을 더욱 분명히 한다. 석탄발전 감축을 국제사회에 약속한 국가가 수출금융에서는 화석연료 지원을 유지한다면 정책 일관성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PPCA 가입 이후에는 전력부문뿐 아니라 공적 금융의 흐름까지 청정에너지 중심으로 조정해야 국제적 신뢰와 산업경쟁력을 함께 확보할 수 있다.
공적 금융의 방향은 한국 경제의 미래 구조를 결정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자원의 배분 기준을 과거가 아닌 미래 산업에 맞게 재설계하는 일이다. 금융이 청정에너지로 이동할 때 한국 산업의 전환도 실질적 속도를 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