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진 국민 인식, 미비한 정책 기반 간극 메워야

[환경일보] 기후위기 대응에서 식품체계 전환은 가장 실행이 간단하면서도 정책 진전은 가장 더딘 분야다. 최근 조사에서 국민 다수가 저탄소 식단과 대체식품의 필요성을 인정했음에도, 이를 뒷받침할 제도·산업 기반은 여전히 미비하다. 81%가 확산 필요성에 공감하고 85%가 기후효과를 신뢰했지만, 실천을 가능하게 하는 정책적 토대가 마련되지 않아 인식과 실행의 격차가 선명하게 나타났다. 이는 식습관 전환 논의가 국민의 인식 흐름에 따라붙지 못하고 정책 설계 또한 초기 수준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준다.

‘저탄소 식단 및 대체식품 인식 조사’(기후솔루션·한국리서치)에서 국민이 식품 분야의 주요 환경요인으로 플라스틱·일회용품, 음식물 쓰레기, 공장식 축산을 꼽은 것은 단순한 문제 인식이 아니다. 먹거리는 배출과 순환의 출발점이며, 식습관 전환은 일상에서 탄소를 줄일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접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대응 평가가 각각 46%, 38%에 그친 현실은, 기후위기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면서도 정책 체감은 낮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최근 조사에서 국민 다수가 저탄소 식단과 대체식품의 필요성을 인정했음에도, 이를 뒷받침할 제도·산업 기반은 여전히 미비한 상황이다. /사진=환경일보DB
최근 조사에서 국민 다수가 저탄소 식단과 대체식품의 필요성을 인정했음에도, 이를 뒷받침할 제도·산업 기반은 여전히 미비한 상황이다. /사진=환경일보DB

저탄소 식단을 “잘 모른다”는 응답이 63%에 달했지만, 향후 실천 의향이 76%에 이른 점은 중요한 신호다. 인지도가 높아지는 것만으로도 실천이 크게 증가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대체식품 경험자의 70%가 맛과 식감에 만족했다고 답한 반면, 경험이 없는 이들은 맛, 신뢰, 가격, 접근성을 주된 장애 요인으로 지적했다. 결국 시장 확산의 조건은 기술개발과 가격 안정, 품질 신뢰 구축에 달려 있다는 사실이 다시 확인된 셈이다.

정책 설계 방향도 분명하다. 확산 책임 주체로 중앙정부를 가장 많이 선택한 응답이 절반을 넘었고, 국민은 가격 장벽 해소와 접근성 확대를 핵심 과제로 요구했다. 정부는 캠페인 중심 접근을 넘어 가격 지원, 공공급식 전환, 유통 구조 개선 등 구조적 과제를 본격적으로 다뤄야 한다. 기업 또한 맛·식감 개선, 가격 합리화, 정보 투명성 확보를 통해 소비자 신뢰를 형성해야 한다. 시장이 스스로 성장하기를 기대하기 전에, 산업이 신뢰받을 안전한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번 조사는 저탄소 식단이 더 이상 보조적 선택이 아니라 기후정책의 주요 수단이 될 기반이 갖춰졌음을 보여준다. 국민은 변화 필요성과 실천 의지를 이미 확인했다. 남은 과제는 이를 제도와 산업 혁신으로 연결하는 실행력이다. 식품체계 전환은 적은 비용으로 빠르게 효과를 낼 수 있는 영역인 만큼, 정부의 정책 설계와 기업의 기술 개발이 결합될 때 전환의 속도는 달라질 수 있다. 지금이 그 흐름을 실제 변화로 전환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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