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1]2000년대 들어 환경오염이나 화학물질 노출 등으로 인한 국민건강 위협 문제가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04년 경남 고성 폐금속광산 주변 주민들이 제기한 카드뮴 오염으로 인한 질환 발생 우려를 비롯해 건축자재나 벽지 등에서 나오는 유해물질로 인한 새집증후군, 미세먼지·VOCs(휘발성 유기화합물질)로 인한 천식·아토피 급증, 미국·독일 등 선진국에 비해 훨씬 높은 국민 혈중 수은농도 등이 그것이다. 물론 과거에도 대구 낙동강 페놀오염 사건, 온산공단 질환발생 우려, 인천 고잔동 유리섬유 오염사건 등 환경오염으로 인한 건강문제가 산발적으로 제기된 적은 있지만 지금의 상황과는 사뭇 다르다.


환경오염으로 인한 질환문제 급증

국내외 연구 결과를 보면 환경과 건강의 상관관계가 더욱 잘 드러난다.
WHO에 의하면 환경 관련 요인으로 아시아지역에서 연간 약 100만 명이 조기 사망하며, 산업국가의 질병 중 25~33%가 환경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유럽위원회는 유럽의 오염된 공기로 인한 연간 조기사망자 수가 약 31만 명이라고 발표했으며, 유럽환경청도 유럽 어린이 7명 중 1명이 천식을 앓고 있다고 보고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인하대학교의 연구 결과 어린이 4명 중 1명에게 천식이나 아토피 증상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환경오염으로 인한 건강문제가 크게 늘고 있는 이유는 화학물질 사용 증가에 따라 이에 노출되는 빈도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국민 전반의 환경에 대한 인식 향상, 건강과 지속가능성을 고려하는 새로운 생활방식인 웰빙·로하스(LOHAS, Life cycle Of Health And Sustainability) 등의 확산, 이로 인한 환경행정에 대한 높은 기대수준도 한몫을 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과 상황 변화에 비해 그간의 환경행정은 ppm(100만분의 1이라는 의미로 오염수치를 나타냄)을 줄이는 오염관리정책에 비중을 둬 오염으로 인한 국민건강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루는 데는 미흡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최근 환경부가 보건복지부의 도움을 받아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혈중 중금속 농도 조사에서는 수은의 농도가 미국·독일 국민의 5배 이상인 1ℓ당 4.34㎍이 검출돼 원인조사와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환경오염 등 오염현상이 복잡다기화하고 있고 그간 매체별 오염관리정책으로는 국민 건강문제를 효과적으로 다루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통합적인 오염관리와 사전예방원칙(precautionary principle)에 근거해 환경보건정책을 본격 개발해왔다. 특히 올해를 ‘환경보건정책의 원년’으로 선언하고, 환경보건정책의 중장기 로드맵이자 실천계획인 ‘환경보건 10개년 종합계획’을 지난 2월에 수립·확정했다.

환경성 질환에 대한 실천계획 마련

환경보건정책은 그간 다뤄지지 않은 새로운 분야로 환경오염과 국민건강 문제를 함께 다루는 환경정책과 보건정책의 중간 영역이다. 즉 매체(媒體)인 대기·수질·토양과 오염물질이 수용체(受容體)인 인간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정책분야라 할 수 있다.
이번에 수립된 환경보건 10개년 종합계획은 올해부터 2015년까지 전체 158개 세부사업에 7600억원을 투자해 대기오염·수질오염 등 다양한 건강위협 요인으로 인한 국민건강 위험인구를 현재의 절반으로 줄여 현재 OECD 하위권 수준인 국내 환경보건 수준을 중상위권 수준으로 개선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참고로 위험인구(population at risk)란 오염농도가 환경기준을 초과해 노출됨에 따라 직·간접적으로 건강상의 영향을 받고 있는 인구집단을 말한다. 현재 국민의 20%가 미세먼지(PM10)의 연간 환경기준인 70㎍/㎥을 초과해 노출돼 있으며, 오존(O3)은 97%, 질소산화물(NO2)은 약 7.4%가 24시간 환경기준치를 초과해 노출돼 있다. 이에 따라 대기·실내공기·수질·토양·화학물질 등 요인별로 유해물질에 대한 위해성 및 건강영향 평가를 실시해 매체통합적인 환경기준을 다시 설정하고 투자 우선순위를 조정해 위험인구 수를 최소화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천식·아토피 등 이른바 환경성 질환에 대한 전국적인 조사를 통해 오염과 질환발생 간 상관성을 규명하고 질환발생의 양상을 감시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건강영향평가제 등 사전예방 정책수단 도입

전자파와 의약품 등에 대한 노출 빈도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체계적으로 조사하고, 장난감 등 어린이용품에 포함된 유해물질에 대한 종합적인 조사와 위해성 평가를 통해 유해물질 관리대책을 추진할 것이다. 나노기술(Nano-tech) 등 새로운 과학기술 개발과 이용에 따른 환경노출과 건강영향에 대해서도 사전예방원칙에 따라 단계적으로 조사를 실시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환경오염과 질환발생 간 과학적 인과관계를 규명하고, 천식·아토피·소아암·폐암 등 질환 감시체계를 환경오염과 연계해 구축할 계획이다. 특히 환경에 가장 민감한 유아와 어린이의 건강 보호를 위해 내년부터는 권역별로 5~10여 개 국·공립병원 및 민간병원을 ‘환경성질환센터’로 지정해 환경성 질환의 원인 조사, 발생실태 조사, 예방대책 마련 등을 전담하도록 할 계획이다.

또한 지난 2월부터는 체계적인 환경성 질환 연구와 폐광·산업단지 등 오염취약지역 건강영향 및 역학조사, 환경보건지표 개발 등을 위해 국립환경과학원에 환경보건 분야 석·박사급 전문가 12명으로 구성된 ‘환경보건센터(NCEH)’를 설치·운영하고 있으며, 앞으로 이를 환경보건 전문 연구기능을 갖는 환경보건연구소로 확대·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환경성 질환으로 최종 입증될 경우에는 질환자의 요양비용을 지원하는 등 ‘환경성 질환자 지원대책’도 중장기적으로 마련해 나갈 계획이며, 이를 위해 환경성 질환 조사·판정 대책기구를 구성하고 질환대책기금도 조성하고자 한다.

이와 함께 개발사업 등의 건강영향을 보다 체계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건강영향평가제(HIA, Health Impact Assessment)를 점진적으로 도입하고, 각종 환경성 질환이 유발하는 사회적 비용을 분석해 정책에 반영하는 ‘질병부담(Burden of Disease) 개념’ 등의 새로운 정책기법을 환경정책에 도입할 계획이며, 이를 위해 올해부터 ‘환경건강증진법’(가칭)의 제정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또한 환경보건 분야 연구와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한 생체시료 정밀분석기술, 독성 및 위해성 평가기술, 환경보건 평가 및 지표기술 등 환경보건 기반기술 개발도 꾸준히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환경보건 10개년 종합계획’은 기존의 대기·수질 등 매체관리 중심의 환경정책에서 국민건강을 직접 고려하는 수용체 중심의 환경정책을 채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외에도 유·무해성 논란이 있는 경우에 무해성이 최종 입증되기 전까지는 유해한 것으로 간주하고 정책을 추진하는 사전예방 원칙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 어린이·노인 등 환경오염에 가장 민감한 계층의 보호에 초점을 뒀다는 점, 엄격한 관리기준을 설정했다는 점에서 기존의 환경정책과 차별화되며 향후 환경정책의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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