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입증된 바 없어···제도 ‘미비’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도 원인
장·단기적으로 나눠 정책 마련해야
환경부, “7600억 투입, 보건수준 높일 것”


[#사진1]환경성질환의 하나로 알려진 아토피피부염을 앓는 어린이가 늘고 있어 국가적 관심과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어린이 아토피는 서구화와 산업화 식품첨가물 사용에 따른 것으로만 알려져 있고 과학적으로 입증된 치료법이 없어 예방·치료·재활 등의 제도적 장치도 미비하다.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어린이 아토피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보건의료 정책토론회’서 이렇게 드러났다. 토론회를 주최한 한나라당 안명옥 의원은 “아토피는 이제 주부들만의 관심사에 머물러선 안 된다”며 “미래의 꿈나무들을 위해 국가적 과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노병인 대한피부과학회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아토피 환자 중 80~90%는 5세 이전에 발병한다”며 “어린이 건강 증진의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토피에 대한 이해 없이 실시하는 무분별한 치료,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은 없어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2004년 건강보험 진료 실적에 따르면 국내 아토피 환자는 123만 명에 이른다. 이 중 0~4세 영유아의 아토피 발생률은 19%로 10명 중 2명꼴로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토피, 원인은 무엇인가
우선 서구화되는 삶의 방식과 관련된다고 한다. 김규한 서울대 교수는 서구사회로 이주하는 사람의 증가, 도시화, 소가족화, 서구음식 섭취, 알레르겐 노출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서구식 주거형태(침대·소파·카펫 등)로 인해 집먼지진드기 등이 늘어났다”며 “또한 매연에 따른 호흡기 질환, 식품첨가물 등도 한 몫 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토피에 걸리는 요인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유전적·환경적·면역학적·피부장벽 장애가 그것이다. 김 교수는 아토피 원인과 관련해 “유전적인 영향은 조절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환경적 영향, 면역학적 요인, 피부장벽 장애 등은 관리와 치료약제 사용이 가능하다”고 피력했다.

오재원 한양대 교수는 아토피를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을 지적했다. 그는 “비누와 세제, 소독약제 등은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며 “정신적 스트레스, 적절치 못한 목욕 습관, 여성 생리에 의한 호르몬 변화 등도 조심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토피, 혼자만의 병 아니다
아토피는 관리를 받지 않으면 가려움증이 더욱 심해지고 만성화 된다. 이는 정상적인 학업, 일상 업무, 대인 관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김 교수는 “심할 경우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며 “외모로 인한 대인기피증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토피는 단순히 환자 혼자만의 고통으로 끝나지 않는다. 아토피 증가에 따른 의료비용의 증가도 만만치 않다. 진료비와 약제비의 직접경비는 물론이고 노동력 손실로 인한 사회·경제적 지출도 크다. 김 교수는 “미국·영국의 경우 매년 수억 달러가 지출되고, 독일은 연간 약 5조원 정도가 의료비용으로 지출된다”고 전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1998년 자료에 따르면 연간 1800억원 이상이 의료비용으로 지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의 피해를 합친다면 그 규모는 배가 될 것으로 추측된다.

▷범정부적 차원서 다뤄야
신동천 연세대 의대 교수는 국가 정책에 대해 단기적·장기적 과제로 나눠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기적 과제로 환경적 요인에 따른 알레르기성 질환이 얼마나 발생하는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기여위험도, 발병 원인, 사회적 비용 등에 대한 연구가 선결돼야 할 것”이라며 “동시에 2차 예방을 위한 교육과 생활지침 수립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신 교수는 장기적 과제에 대해 “대상 질환과 관련된 환경적 요인의 관리를 위한 통합적 지표의 개발이 시급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다양한 환경적 요인을 고려치 않는다면 실내공기 오염물질의 농도가 기준 이하라 하더라도 물질간의 상호작용으로 아토피를 유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김규한 서울대 의대 교수 역시 전국적인 역학조사를 강조했다. 그는 “기초적인 위생수준, 의생활, 주거생활을 면밀히 조사해 연관성을 평가해야 한다”며 “민간요법 실태 조사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환자와 보호자 교육을 통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전용 치료시설 설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환경부의 변(辨)
환경부 역시 환경성질환에 대한 위험성을 인식하고 있다. 지난 2월 환경부는 ‘환경보건 10개년 종합계획’을 마련해 기존의 대기·수질 등 매체관리 중심서 국민건강을 고려하는 수용체 중심의 환경정책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종합계획에 따르면 올해부터 2015년까지 전체 158개 세부사업에 7600억원을 투자한다. 국민건강 위험인구를 현재의 절반으로 줄여 OECD 하위권인 국내 환경보건 수준을 중상위권으로 개선한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김상호 환경부 환경보건정책과 사무관은 “환경오염과 관련된 건강문제가 증가하고 있다”며 “이는 화학물질 사용 증가에 따른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국·공립병원을 환경성질환센터로 지정해 아토피의 원인·조사·대책 등을 마련할 것”이라며 “오염과 질환 발생 간 인과관계가 규명되면 질환자 요양비용 등을 지원하는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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