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력 회복 통한 지속가능한 농업 목적
우수 농산물 생산으로 농업 경쟁력 향상

[#사진1]우리 농업은 과거 50여 년 동안 다수확 및 증산위주의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해 비료를 과다하게 사용했다. 그러다보니 흙에는 과다한 양분이 쌓여 양분 불균형을 초래하고, 지속가능한 농업을 영위하는 데 한계에 이르게 됐다. 우수 농산물을 생산·공급하기 위해서는 비료·농약의 저투입 농법 등 친환경 농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소비자들은 ‘건강한 흙’에서 생산된 고품질 농산물을 선호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50여 년간 토양검정 없이 관행적으로 비료를 과다하게 시비(비료를 토양에 공급하는 것)해 왔으며, 다수확 및 계절의 특성에 따라 생산될 수 있는 농산물을 연중 생산하기 위해 시설재배지를 확대하면서 무분별한 비료를 시비해 왔던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취지에서 농협의 흙 살리기 운동은 농협 창립 35주년에 시작된 흙의 생명력 회복운동이며, 병든 흙을 진단해 건강한 농산물을 소비자 욕구에 맞게 생산하자는 것으로, 과학적 토양관리에 의한 우수 농산물 생산과 환경보전형 지속가능한 농업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흙 살리기 운동의 핵심은 농업인의 관행적인 시비에서 탈피하고 토양진단을 통해 흙에 부족 양분만을 보충해 우수농산물을 생산하는 데 있다. 관행적인 시비는 흙에 과다한 양분을 줘 집중호우에 의한 양분 용탈로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등 여러 문제를 야기하는 원인 중 하나다.

관행적인 시비 행태에서 탈피하기 위해서는 토양진단을 통한 적정 시비를 유도하는 것이 선행 과제다. 농협은 2003년까지 시·군 2~3개소씩 전국 지역조합에 301개의 토양진단센터를 설치해 운용하고 있다. 농협토양진단센터는 흙의 주인인 농업인 토양을 무료로 진단해 시비처방서를 발급해 적정 시비를 지도하는 ‘흙 병원’이다.

흙 검사는 농업인 스스로 자신의 흙을 채취해 인근 농협에 토양분석을 의뢰함으로써 이뤄진다. 따라서 농업인 스스로 자신의 흙에 관심을 갖고 흙에 필요한 양분이 무엇이고 불필요한 양분이 무엇인지를 파악해 꼭 필요한 양분만을 주는 의식 변화가 필요하다. 무조건 많은 비료를 주는 것보다 흙의 상태를 정확히 진단해 적정 양분을 공급하는 것이 소비자들이 원하는 우수 농산물인 것이다.

농협의 흙살리기운동 성과는 첫째, 농업인의 흙에 대한 인식변화와 시비 개선으로 지력이 점차 회복돼 가고 있다는 것이다. 흙의 주인은 농업인으로 농업인의 비료사용량이 1995년 대비 22.0% 감축했고, 토양검정에 의한 부족한 비료성분만 주는 맞춤(BB) 비료가 34만7000톤이나 공급되는 등 농업인의 적량 시비가 이뤄지고 있다. 또한 흙이 산성화되면 아무리 좋은 비료를 줘도 작물이 흡수하지 못하기 때문에 흙을 중성으로 해주는 토양개량제인 규산질·석회질비료의 진가를 알고 농업인이 앞 다퉈 시비를 하고 있다.

둘째, 토양의 대량분석 진단 시스템을 구축해 토양검정의 대중화를 이뤘다. 지금까지의 토양검정은 연구를 위한 연구에 국한돼 실제 현장에 적용해 적정 시비와 연계하기는 어려웠다. 이 또한 농업인의 관행적인 시비실태를 과학적 토양관리로 설득하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지만 농협은 매년 50만 점의 농업인 흙을 검정해 시비처방서를 발급하고 있다. 또한 농업인의 흙 검정자료를 전산화로 구축해 농업인이 언제 어디서나 자기 토양 상태를 볼 수 있도록 올해 안에 인터넷 토양검정 자료를 완성시킬 예정이다.

셋째, 흙 살리기 운동과 연계한 다양한 비료를 개발·보급함으로써 친환경농업 중심 자재시장으로 변화를 주도했으며, 농촌 사회의 범국민적 사회·경제 운동으로 승화돼 농업인의 의식 변화 계기를 마련했다.

일본은 흙 만들기 운동을 지난 37년 동안 실시해 왔다. 이는 수입농산물 확대로 인한 농산물 가격 하락, 농촌 노동력 감소와 고령화 등 일본농업의 생산 구조가 크게 변화돼 소비자들이 원하는 고품질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해 시작하게 된 것이다. 지금 바로 우리가 겪고 있는 농산물 수입 개방과 대응하는 경쟁력 있는 우수 농산물을 생산하자는 취지와 같다고 하겠다.

흙의 역할은 고품질 우수 농산물을 생산하는 데 있다. WTO 시대에 부응하는 고품질 우수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한 우리의 대책은 멀고도 험하지만 지금부터라도 토양관리를 통해 쌀 수입개방 등에 대비한 우리 농업의 경쟁력을 갖는 데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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