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6]싱가포르에는 지역번호가 없다. 일반 전화나 팩스는 6, 휴대전화는 9로 시작되는 여덟 자리 숫자로 이뤄져 있다. 인구 422만9000여 명, 면적 697㎢로 서울시(605.52㎢)보다 약간 큰, 굉장히 작은 나라이기 때문에 지역번호가 따로 없는 것.
이 작은 나라는 1년 내내 세계 각지에서 날아온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무엇이 이토록 많은 사람들을 싱가포르로 끌어들이는 것일까. 그 매력 속으로 빠져본다.


나라 전체가 정원

[#사진7]우선 창이국제공항에 내리면 가장 먼저 띄는 색은 바로 ‘초록’이다.
공항뿐만이 아니라 싱가포르 어디를 가도 각종 아름드리나무들이 우리를 맞는다. 차들이 쌩쌩 달리는 도로에도 어김없이 화단이 조성돼 있다. 우리나라에서 실내 조경용으로 흔히 키우는 행운목이나 벤자민·관음죽 등이 어마어마한 위용을 자랑하며 쭉쭉 뻗어 있다.
인체 비율로 따진다면 우리나라 관상용 화분은 싱가포르 나무에 비해 손바닥 크기 정도랄까. 또 비가 오면 물기를 머금고 밑쪽으로 축 처진다고 해서 ‘비나무’로 불리는 나무들도 눈만 돌리면 눈에 띈다.
이쯤 되면 나라 전체가 거대한 정원, 꼭 나무가 사람을 키우는 것 같다. 다만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여기 저기 온통 초록뿐이어서 빨강·노랑·분홍 등 화려하고 예쁜 꽃을 보기는 힘들었다는 것이랄까….


거대한 새장, 주롱새공원
[#사진1]600여 종, 8000마리 이상의 조류가 있는 주롱새공원. 새장을 연상케 하는 원형 공원 가장자리로 모노레일을 타고 다니며 각종 새들을 관람할 수 있다.
하루에 찾는 관광객 수만 해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데, 사람을 보고도 무서워하지 않고 오히려 어깨·손목 할 것 없이 올라타는 각종 앵무새들. 새와 그다지 친해질 만한 공간이 없는 한국 사람들에게는 신기하게만 보인다.
주롱새공원의 백미는 바로 ‘앵무새 퍼레이드’. 무료여서 재미가 더욱 쏠쏠하다. 4~5명의 진행자가 나와서 앵무새의 특성 등에 대해 설명을 한다. 간간이 관람객 중에서 지원자를 받아 앵무새에게 먹이 주기, 훌라후프 통과하기 등 볼거리도 벌인다.
총천연색 옷을 곱게 차려입은 앵무새들이 쉴 새 없이 눈앞을 가로지른다.


수영장에서 바다까지… 내 맘대로 물놀이

[#사진2]싱가포르 본섬에서 남쪽으로 약 800m 떨어져 있는 곳에 위치한 센토사섬. 말레이어로 ‘평화와 고요’를 뜻하는 이 섬은 그야말로 휴양지 중의 휴양지다.
섬 전체 곳곳을 편안히 둘러볼 수 있도록 설계돼 있는 빨강·파랑·노랑·초록 셔틀버스가 밤늦게까지 다닌다. 또 실로소·팔라완·탄종 비치 등 섬 내 해변을 따라 다니는 ‘비치 트램’도 수시로 운행된다.
섬 서쪽 끝에 자리한 리조트에서 늦은 아침을 먹고 리조트 내의 수영장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수영을 즐긴다. 바닷물에 뛰어들어 해수욕까지 즐기고 나면 몸과 마음의 긴장이 풀리면서 콧노래가 절로 흘러나온다.
물놀이로 젖은 옷을 갈아입고 본격적으로 센토사섬 여행에 나선다.
우선 아시아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는 해양수족관인 언더워터월드.
매표소 입구부터 한국어가 눈에 띈다. 길고 꼬불꼬불한 수족관 터널에서는 해우(듀공)를 비롯해 처음 보는 물고기들이 머리 위를 지나다닌다. 1시간 여 동안 수족관에서 물고기들과 데이트를 하고 나오면 눈앞에서 수초를 닮은 해룡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돌핀 라군에서 즐기는 분홍돌고래 쇼

[#사진4]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돌핀 라군. 언더워터월드 입장권을 사면 돌핀 라군 분홍돌고래 쇼까지 볼 수 있다. 쇼가 열리는 시간을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무작정 찾아갔더니 1시간 반가량 기다려야 한단다. 그래도 걱정이 없다. 인근의 팔라완 비치에서 바다를 가로질러 놓여 있는 구름다리도 건너보고, 바닷속에 떼 지어 다니는 작은 물고기도 구경하고… 더위에 지칠 무렵 해변 카페에 들러 시원한 맥주 한잔 마시면 금세 1시간 반이 지나간다.
한국 동물원에서 흔히 봤던 돌고래쇼를 생각했다면 돌핀 라군의 분홍돌고래 쇼는 다소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모래사장 곳곳에 편안하게 늘어놓은 간이 의자의 빈자리를 찾아 앉으면 족히 50m 이상 떨어진 곳에서 쇼가 시작된다. 웅성웅성 시끌시끌… 체형 큰 서양인들 사이에 파묻혀 앉아 있다 보면 돌고래가 분홍색인지 회색인지 분간하기도 힘들다. 분홍 돌고래 두세 마리가 몇 바퀴 빙빙 돌고 훌라후프 한 번 통과하고, 지원자와 함께 사진 찍는 약간은 지루한 쇼가 1시간가량 계속된다.

[#사진3]트레이너는 입에 모터라도 단 듯 쉴 새 없이 분홍돌고래 특성에 대해 설명하다.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해도 어찌나 말도 많고 설명도 열심히 하는지, 싱가포르 사람들의 분홍돌고래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을 정도다. 쇼적인 요소가 적어 실망스러웠다가도 1시간에 걸친 트레이너의 ‘열정적인 수다’만으로 관심도가 높아진다.
쇼가 끝나고 출구로 나오다 보면 쇼가 시작될 때는 미처 보지 못했던 분홍돌고래에 대한 설명 피켓이 눈에 띈다. 영어, 한자, 일본어, 한국어로 적힌 설명 책자…. 나도 모르게 손을 뻗어 팸플릿을 집어 든다. 이렇게 분홍돌고래에 관심을 갖게 된 사람이 또 한 명 늘었다.


작은 나라의 큰 마음

‘쇼핑의 천국’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시내 유명 백화점에 즐비한 명품 상점에서 쇼핑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싱가포르 여행은 약간 심심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쭉쭉 뻗은 나무들, 쓰레기 하나 없는 깨끗한 도로, 친절한 현지인들…. 모든 게 잘 정리돼 있지만 왠지 인위적·인공적인 듯한 모습에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싱가포르를 세계 제일의 관광지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각종 규제도 강화해야 하고, 동·식물 자원 보호도 철저히 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복잡하고 빠른 것을 추구하는 문화에 익숙해져 있던 우리나라와는 달리 싱가포르에서 나무들에 둘러싸여 여유 넘치다 못해 심심한 여행을 하다보면 사람을 위한 환경이 아니라 환경에 사람을 맞춰야 하는 듯해서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싱가포르를 떠나 일상으로 돌아와 생활하다 보면 그것이 결국 사람을 위한 것이었음을, 그토록 많은 관광객들을 끌어들이는 힘이었음을 깨닫는다.
쓰레기 하나 없는 깨끗한 싱가포르. 각종 스트레스로 쌓인 마음의 먼지만큼은 마음껏 털어버리고 와도 좋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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