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기저귀와 천 기저귀를 비교할 때 과연 어느 것을 사용하는 것이 더 환경친화적일까. 일회용 컵과 스테인리스 컵의 경우는 어떨까. 우리 지역에서 발생하는 생활쓰레기는 소각과 매립 중 어떤 방법이 더 나을까. 이런 질문에 대답하기란 의외로 쉽지 않다. 정답은 ‘전과정평가를 해봐야 안다’다.
사실 전과정평가를 한다 해도 쉽게 결론이 나지는 않는다. 이쯤 되면 ‘그럼 대체 어떻게 하란 말이냐’며 다소 짜증나고 답답한 말이 나온다.
전과정평가(Life Cycle Assessment·LCA)는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의 전과정, 즉 원료 획득부터 가공, 제조, 수송, 유통, 사용, 재활용, 폐기물관리까지의 과정 동안 소모되고 배출되는 에너지 및 물질과 배출물 양을 정량화해 이들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총체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토대로 환경개선의 방안을 모색하고자 하는 객관적·적극적인 환경영향 평가방법이다.
LCA는 수행 목적에 따라 방향과 깊이가 결정되기 때문에 우선 수행목적을 명확히 하고 그 목적에 맞춰 대상 제품이나 공정의 범위를 설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LCA 연구는 1960년대 말 미국에서 시작돼 에너지절약, 폐기물관리 등 시대적 요구에 따라 주제별로 각국에서 계속 진행·발전돼 왔다.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초부터 관심이 높아지면서 96년 뜻 있는 사람 몇이 모여 모임을 결성해 10년이 지난 지금 학회로 성장해 각 분야에서 여러 연구와 실제 적용 노력을 보이고 있다.
이제는 제품의 환경성평가, 환경마크 부여, 환경경영시스템 구축, 에코디자인 등 평가 및 인증, 아이디어 개발에 LCA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매우 아쉽고 또 발전의 큰 장벽이라고 지적되는 부분이 있다. LCA 결과를 가지고 제품의 환경성을 알리는 데는 관심이 있지만, 제품과 관련된 전과정에서의 친환경적 사고(life-cycle thinking)에는 별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통찰력과 개선방안은 뒷전이고 그저 LCA 자체를 인증을 획득하고 마크를 찍는 도구로 보기 일쑤인데, LCA는 목적이 아닌 도구지만 LCA 수행 가운데 문제를 발견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함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평가의 범위(system boundary) 설정에도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건설업의 LCA에서는 폐기물 관리부분을 흔히 제외한다. 건설 시작 이전은 경계에 넣지 않겠다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많은 환경영향이 제외돼 건설업으로 인한 환경영향이 크게 줄어들어 오판할 소지가 크다. 우리나라의 특성상 재사용지와 신부지에 대한 구분을 명확히 해야 하는 바, 문제 있는 부분을 제외하고 한 평가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실제 LCA를 진행하면 데이터의 한계로 인해서 환경영향요소는 장비를 사용할 때 소모되는 연료연소로 인한 대기오염물질배출에 편중되는 한계도 갖고 있다. 또한 석면 등의 유해폐기물에 대해 수치적 기준을 제시하기 어려운, 즉 정량화가 어려운 대상에 대해 자칫 그 위험성을 경시하게 될 소지도 다분하다. 이런 실질적인 부분을 간과한 평가의 의미를 어디서 찾을 수 있겠는가.
관련 학회는 각 세부분야 전문가와 공조해서 중요한 이슈를 계속 발굴해야 한다. 또한 정부를 이해시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도 힘써야 한다. 우리 정서상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돈도 안 되고 생색도 나지 않고 실적에도 보이지 않는 데이터 구축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그렇다면 이들을 격려할 방법을 찾아서 데이터베이스의 실명제를 도입하는 등 참여촉구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과정에 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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