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을 덮친 기후위기, 이제는 식량위기까지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최정우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최정우

[환경일보] 매운맛으로 전 세계를 사로잡은 스리라차 소스의 가격이 폭등하면서 화제이다. 아마존, 이베이 등 국외 온라인몰에서는 스리라차 소스 1병을 120달러, 한화 약 15만6300원에 판매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소스 가격이 무려 10배 가까이 뛰는 현상을 보였다. 이례적인 스리라차 소스 품귀 현상, 그 중심에는 ‘기후위기’가 있었다.

기후변화 여파로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뉴멕시코주, 멕시코 일대에 수년간 가뭄이 이어지면서 스리라차 소스의 핵심 원재료인 붉은 할라페뇨 고추 생산이 축소됐다. 무더워진 날씨와 가뭄으로 고추 생산이 어려워지면서 스리라차 소스 재료를 구할 방법이 사라진 셈이다. 수탉 그림 상표로 유명한 대표적인 스리라차 소스 업체 후이퐁 푸드는 이미 3년 전부터 생산 과정에서 차질을 빚었다. 후이퐁 푸드는 연간 약 5만 톤에 이르는 할라페뇨를 써 왔지만, 흉년이 지속되면서 지난해에는 일시적으로 소스 생산을 중단하기도 했다.

예년보다 덥고 건조한 날씨가 예보된 가운데 고추 작황이 개선될 전망 또한 밝지 않아 스리라차 품귀현상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가뭄 직격탄을 맞은 것은 스리라차 소스뿐만 아니었다. 토마토 재배 및 생산 가공에 세계적 주산지인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가뭄으로 토마토 작물 재배에 큰 어려움을 겪으면서 케첩과 살사 소스, 스파게티 소스 등 토마토를 이용한 소스도 생산과 가격 측면에서 파동을 피하지 못했다.

네이처 푸드가 발표한 학술연구에 따르면, 기온 상승이 지속되면 2050년까지 미국, 이탈리아, 중국 지역 생산량이 6% 감소할 것이며, 향후 수십 년간 주요 지역의 가공 토마토 공급이 줄어들 전망이다. 또한, 고온과 물 부족은 캘리포니아와 이탈리아의 현재 토마토 생산 수준 유지를 특히 어렵게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머스터드 소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겨자씨 주요 수출국 캐나다에 가뭄이 닥치면서 겨자씨를 주원료로 하는 머스터드소스 생산에 차질이 생겼다. 2021년 캐나다 앨버타, 서스캐처원, 매니토바 등 겨자 생산 지역 대부분이 심각한 가뭄을 겪었으며, 프랑스에서도 이상기후로 겨자 수확량이 크게 줄면서 머스터드 품귀현상을 빚었다.

가뭄으로 사라지는 소스들과 함께 우리의 식탁도 서서히 변하고 있다. 기후변화가 우리의 식탁에 주는 영향은 소스 너머로 점차 범위를 넓혀갔다.

우리나라는 세계 곡물 수입국 7위로 OECD 회원국 중 식량자급률 최저에 속한다. 특히 옥수수, 밀 등은 자급률이 1%대에도 미치지 못한다.
우리나라는 세계 곡물 수입국 7위로 OECD 회원국 중 식량자급률 최저에 속한다. 특히 옥수수, 밀 등은 자급률이 1%대에도 미치지 못한다.

미국은 토네이도와 가뭄으로 밀 생산량이 크게 줄었다. 또 다른 주요 곡물 생산국 아르헨티나 역시 기후변화로 밀, 콩, 옥수수 등의 수확량이 감소했다. 옥수수 원산지 태국은 홍수로 작황 부진을 겪으면서 지난해 일부 식품업체는 옥수수 통조림 수입을 중단하기도 했다.

문제는 식량 생산 및 수확만으로 그치지 않았다. 미시간주립대학교 연구팀은 기후위기로 미국 옥수수가 독성 곰팡이에 더 취약해질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16가지 기후위기 모델을 적용해 2031부터 2040년 미국에 닥칠 아플라톡신 위험을 분석한 결과 2030년대까지 미국 내 옥수수 재배 지역 중 89.5%에서 아플라톡신 오염이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플라톡신을 만들어 내는 곰팡이 아스퍼질러스 플라버스는 따뜻한 온도에서 더 잘 증식하는데, 주로 미국 남부 옥수수 생산지에서 발견됐지만, 머지않아 중남부에서도 흔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연구팀은 예상했다. 특히 아플라톡신은 미국보다는 오염된 제품이 쉽게 도달하는 아시아, 아프리카 등에서 더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아플라톡신은 발암물질로, 전 세계 간암 사례 중 약 15만5000건에 영향을 미쳤으며, 각종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곡물 수입국 7위로 OECD 회원국 중 식량자급률 최저에 속한다. 특히 옥수수, 밀 등은 자급률이 1%대에도 미치지 못한다. 계속되는 식량 생산 부진은 우리에게 큰 위기로 찾아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리의 식탁은 서서히 변하고 있다. 식탁 변화는 식량 위기로 변질돼 우리에게 다가온다. 지금 당장은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을 늘리는 것이 효과적으로 보일 수 있겠으나, 결국 식량 생산 부진은 전 세계 어디에서도 불가피하게 다가올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이미 식량 위기에 직면해 있는 것이 아닐까? 기후위기 시대, 우리가 마주할 위기들을 앞으로 어떻게 헤쳐갈지 고민해 봐야 할 시간이다.

<글 /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최정우 a2126512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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