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소각열의 재활용 인정··· 폐자원 쏠림 심화
막대한 대기오염물질 배출··· “윤 대통령 열분해산업 육성 의지” 퇴색

9월22일 촬영한 강원도 한 시멘트 공장. 국내 9개 시멘트 공장의 폐기물 사용량은 2019년 130만톤, 2021년 230만톤으로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사진=환경일보DB
9월22일 촬영한 강원도 한 시멘트 공장. 국내 9개 시멘트 공장의 폐기물 사용량은 2019년 130만톤, 2021년 230만톤으로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사진=환경일보DB

[환경일보] 최근 환경부는 2030 NDC(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해 순환경제 사회 전환을 위한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전면 개정을 공포하며 이를 대외적으로 표방했는데, 산업 부문에서의 온실가스 감축은 경제성장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상당히 어려운 과제로 보고 있다.

이에 260.5백만tCO2eq(2018년 기준)에서 222.6백만tCO2eq(2030년 기준) 이전 정부에서 14.5% 감축키로 한 NDC 목표를 새 정부에서 11.4%(230.7백만tCO2eq)로 하향 조정 발표 후 산업 부문 탄소중립 핵심은 폐기물 자원의 순환경제 생태계 구축임을 강조했다.

이러한 정부 정책과 달리 우리나라 폐기물 시장은 현재 시멘트 공장의 탄소중립을 명분으로 한 유연탄 100% 가연성폐기물 대체 전략과 산업부 기조에 밀려 수백만톤의 가연성 폐기물이 시멘트 공장에서 소각되면서 폐기물 자원의 선순환 생태계를 무너트리며 시장 혼란과 사회적·환경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또한, 정부의 폐기물 분야 탄소중립 핵심 정책인 열분해 산업에도 영향을 미쳐 정부 정책에 동조한 대기업들이 현재는 2~3년 내 가동될 열분해 시설의 원료 수급을 걱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시멘트 공장에서 소각해 버린 양질의 폐기물을 선순환 시키면 새로운 원료 생산을 위해 발생되는 온실가스 및 소모되는 에너지 상당 부문을 대체할 수 있어 이를 고려한다면 지금의 상황은 상당히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현상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겠으나 전 세계를 통틀어 우리나라만이 시멘트 공장에서 소각되는 가연성 폐기물을 ‘열적재활용이라 일컬으며 물질재활용과 동일한 지위’로 인정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EU 등 선진국은 시멘트 공장의 가연성폐기물 소각을 ‘회수(Recovery)’로 정의하고 양질의 가연성폐기물이 반입되지 못하도록 제한하며, 폐기물이 우선순위에 맞게 재활용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반해 환경부는 ‘국가마다 폐기물 시장 상황이 다르다며 우리나라 시멘트 공장의 폐기물 처리는 재활용이다’라고 못 박고 있다. 관련 업계에선 앞서 해결한 ‘의성 쓰레기 산 방치폐기물 문제’, 앞으로 다가올 ‘수도권매립지 종료 대책’ 등을 고려해 환경부가 폐기물 정책은 순환경제를 표방하지만 행정은 시멘트 공장의 폐기물 사용을 조장하며 양질의 폐자원 에너지를 낭비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비껴가는 환경 기준··· 선택받은 ‘시멘트산업’ 

독일의 한 소각장에서 1000톤, 시멘트 공장에서 1000톤 가연성 폐기물을 태운다. 그런데 이 폐기물 중에서 재활용으로 인정받는 폐기물은 하나도 없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의 소각장에서 1000톤, 시멘트 공장에서 1000톤 가연성 폐기물을 태운다. 하지만 이 폐기물 중 1000톤은 재활용으로 인정받는다. 바로 시멘트 공장에서 태운 가연성 폐기물 100%가 그 대상이다. 전 세계적으로 시멘트 업계가 탄소중립을 위해 유연탄 대신 가연성폐기물을 사용하는 것은 시대적 흐름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왜 우리나라만 시멘트 공장 가연성폐기물 사용만이 재활용으로 동일하게 인정해 주는지 환경부는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국과 독일에 소재하고 있는 소각장과 시멘트 공장이 각각 동일한 양의 가연성 폐기물을 태웠을 때 국가로부터 인정받는 재활용 수치는 확연히 다르다. ‘한국 100% vs 독일 0%’이다. 이러한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는 ‘쓰레기 대란’ 등 국가적으로 폐기물 문제가 발생했을 때 환경부-시멘트 업계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며, 이로 인해 우리나라 재활용률도 왜곡 현상이 발생해 해외 선진국과 통계를 비교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국내 시멘트 제조 공장 분진 배출 현장  /사진출처=촤병성 전국시멘트대책위원회 상임대표
국내 시멘트 제조 공장 분진 배출 현장  /사진출처=촤병성 전국시멘트대책위원회 상임대표

국내 시멘트 제조 공장들이 제도와 법의 허점을 이용해 무분별하게 폐기물을 싹쓸이하며 폐기물 소각이 주변 지역 주민들 건강에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다. 지역 주민들 생존권이 위협받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자 시멘트 공장이 위치한 6개 지역 시장·군수들이 지난 9월22일 국회에 방문해 ‘시멘트 자원순환세’ 법제화 사업 등을 건의했다.

환경부가 내세운 ‘순환경제’는 시멘트 업계의 폐자원 싹쓸이에 밀려 유명무실해진 상태다. 실제로 국내 9개 시멘트 공장의 폐플라스틱 등 폐기물 사용량은 2019년 130만톤에서 2021년 230만톤으로 증가했으며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 반면, 기존 폐기물 처리 업체들의 폐기물 물량 부족, 경영위기 등 자원순환 업체엔 심각한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시멘트 업계 법적 기준이 지나치게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유연탄 대체 폐기물처리 가능량, 폐기물 종류·반입·환경 기준 등이 글로벌 기준과 비교했을 때도 지나치게 완화돼 있다. 또한, 정부 국정과제인 폐플라스틱 열분해율은 2020년 기준 0.9%에 불과했고 정부는 열분해생산율을 2026년까지 1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시멘트 업계에 폐자원이 쏠리면서 관련 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 국내 기업들은 발생시킨 폐기물에 대한 의무 재활용 목표치를 달성해야 하는데 폐기물의 순환경제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보다는 값싸고 재활용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시멘트 공장으로 손쉽게 처리하는 시장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시멘트 공장은 유연탄을 대체했기 때문에 폐기물 수익은 온전히 순수익으로 얻고 처리비를 받지 않아도 유연탄 비용으로 보전할 수 있어 자율 시장경쟁 논리로는 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열분해 업계보다 처리 단가가 훨씬 싼 시멘트 공장으로 폐플라스틱이 쏠리다 보니 관련 업계에서 열분해 산업 육성을 위한 원료가 없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시멘트 업계의 폐기물 독식 막아야”

이제는 정부가 개입해 시멘트 업계의 폐기물 독식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환경부는 “시장에 개입할 수 없다”며 손을 놓는 모양새다. 환경부가 환경문제를 시장 논리를 적용해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만 인정하고 있는 시멘트 공장의 가연성 폐기물 보조 연료 사용을 EU나 해외 사례와 동일하게 리커버리(Recovery)의 개념으로 정상화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어차피 처리해야 할 쓰레기를 태워 연료로 사용하는 것을 ‘재활용’으로 인정하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 게다가 더욱 아이러니한 것은 똑같이 쓰레기를 태워 폐열을 생산해 지역난방공사 등으로 공급하는 소각장은 재활용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의 일관성 없는 규제가 폐기물 시장을 망치고 있다는 지적이지만 환경부는 이에 대한 뚜렷한 개선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시멘트 업계의 쓰레기 대량 처리 문제는 단순히 누구에게 폐자원을 더 많이 분배할 것인가 하는 차원을 넘어 대기오염물질 배출로 인한 환경오염의 문제인데, 이를 규제해야 할 환경부는 시장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시멘트 공장 입구에 줄지어 서 있는 전국에서 모여든 폐기물 수집·운반 차량. /사진출처= 최병성 전국시멘트대책위원회 상임대표
시멘트 공장 입구에 줄지어 서 있는 전국에서 모여든 폐기물 수집·운반 차량. /사진출처= 최병성 전국시멘트대책위원회 상임대표

시멘트 공장 ’폐자원 블랙홀’, 유연탄 비용 절감으로 시장 경쟁 불가
법정 측정 3개 항목 외 대기오염물질은 자가 측정··· 사실상 방치
대체자원 사용 확대 위한 재활용 규제 완화, 거꾸로 가는 환경부

환경부 관계자는 “시멘트 업계가 폐플라스틱 등을 보조 연료로 사용하며 폐기물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소각·재활용 등 다른 폐기물 시설이 물량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알고 있으며, 자원순환업 균형발전 추진을 위한 협의체나 민간포럼 등을 통해 해결을 시도하고 있다”는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또한 “폐플라스틱 등 폐기물 매립·소각량이 최대한 재활용될 수 있도록 공급 물량을 확대하고, 시멘트 환경 기준 개선을 위해 시멘트 환경관리 선진화 민관포럼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폐플라스틱 할당제와 같은 폐기물 물량 배분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라며 “지금까지 정부가 시장에 직접 개입하면 부작용이 상당했다. 직접적인 개입보다는 지원이나 인센티브를 통해 시장 형성을 유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일본에서 석탄재를 수입하는 과정(위)과 시멘트 공장 뒷산에 불법 야적해 생긴 침전물 /사진출처=최병성 전국시멘트대책위원회 상임대표
일본에서 석탄재를 수입하는 과정(위)과 시멘트 공장 뒷산에 불법 야적해 생긴 침전물 /사진출처=최병성 전국시멘트대책위원회 상임대표

방사능·중금속 범벅 일본 석탄재 수입, 2024년까지 지속

결국 규제 대신 자율에 맡기겠다는 것인데, 일본 석탄재 수입에 대한 시멘트 업계의 자율협약 사례에 비춰 보면 큰 기대는 하기 어렵다.

시멘트 업체들은 방사능·중금속 위협을 불러오는 일본 화력발전소 석탄재 수입을 수익 창출이라는 명목하에 강행했다. 환경 규제가 강한 일본에서는 석탄재를 처리하는 데 1톤당 20만원의 환경부담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으로 수출하게 되면 시멘트 업체에 1톤당 5만원의 처리비용만 지급하면 된다.

국내 시멘트 업체 입장에서는 원료를 돈 주고 사 오는 것이 아니라, 일본으로부터 돈을 받고 처리해 주는 상황이 되니 어느 모로 보나 이익인 구조였지만, 이로 인한 환경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었다.

환경부는 지난 2019년 9월, 수입 석탄재 저감과 국내 석탄재 활용 확대를 위해 민관협의체를 구성했지만, 올해 2월에서야 석탄재와 폐타이어를 수입금지 품목에 추가했고, 포괄허가제 때문에 수입금지 품목 고시 전에 일본산 석탄재 수입을 신청한 업체들은 2024년 4월까지 계속 수입할 수 있다.

쓰레기 연료는 환경 문제, 업체 자율에 맡겨선 안 돼

시멘트 업계 입장에서는 2024년 일본산 석탄재 수입이 금지된 상황을 대비해야 하고, 여기에 쓰레기를 연료로 활용하는 방안이 유력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일본산 석탄재가 방사능과 중금속 오염 때문에 수입이 막히자 대신 일반 연료에 비해 훨씬 비용이 저렴하고, 오염물질 배출 기준은 느슨하며, 재활용 실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쓰레기를 태우자는 것이다.

EU와 일본 등 다른 국가에서도 시멘트 제조 공정에서 자원순환의 일환으로 쓰레기를 사용하고 있지만, 대신 폐기물 사용과 처리에 대한 강력한 환경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반면 쓰레기 시멘트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많이 사용하는 우리나라는 똑같이 쓰레기를 태우는 소각장에 비해 훨씬 느슨한 기준을 시멘트 업계에 적용함으로써 사실상 특혜를 제공하고 있다.

시멘트 공장의 쓰레기 연료는 단순히 자원 배분 문제가 아닌 환경의 문제다. 시장원리에 따라 업체 자율에 맡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 자원순환 업계의 주장이다.

시멘트 공장에서 폐기물을 대체 연료로 사용할 때도 소각 과정에서 막대한 유해 물질이  배출되고 있다. /사진출처=최병성 전국시멘트대책위원회 상임대표
시멘트 공장에서 폐기물을 대체 연료로 사용할 때도 소각 과정에서 막대한 유해 물질이 배출되고 있다. /사진출처=최병성 전국시멘트대책위원회 상임대표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폐기물로 만들어진 시멘트에 포함된 유독물질인 6가 크롬(Cr(VI))이 EU 법적 기준의 4.5배를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시멘트 공장에서 폐기물을 대체 연료로 사용할 때도 소각 과정에서 막대한 유해 물질이 배출되고 있다는 공장 주변 주민들의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게다가 쓰레기 시멘트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유해 물질들을 시멘트 공장 부지에 불법으로 매립한 정황도 드러났다.

EU는 시멘트 공장에서 7개 항목을 매일 측정해 전송하도록 지정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3개 항목(먼지, 염화수소, 질소산화물)에 대해서만 법정 측정 대상으로 규정하고 그 외의 대기오염물질은 2주 간격으로 자가측정에 맡겨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박현서 열환경연구소장 등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제점들을 해결하지 않고 방치하는 것은 시멘트 공장의 무분별한 폐기물 소각을 부추기는 것과 같으며, 이는 환경오염으로 이어져 대한민국의 탄소중립과 주변 주민들의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환경부가 선택한 길은 정반대다. 지난 6월21일 발표한 ‘순환경제 활성화를 통한 산업 신성장 전략’에는 시멘트 산업의 대체 자원 사용 확대를 위한 재활용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시멘트 업계의 폐기물 사용을 용인하는 것을 넘어, 오히려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시멘트 공장의 소성로는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재활용업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이것은 시멘트 업계가 모든 폐기물을 소각할 수 있는 근거가 되고 있다. 그러나 시멘트 공장의 폐기물 사용은 글로벌 기준에 비춰 볼 때 재활용이라 보기 어렵다.

국내 GDP의 0.3%밖에 안 되는 시멘트 업계가 우리나라 전체 오염물질 배출량의 8%를 발생하는데, 이걸 재활용으로 인정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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