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침수 시리즈2] 필요 방재시설 미리 구축, 태풍과 집중호우 대비해야

8월 초 발생한 제6호 태풍 카눈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먼저 부산을 지나갔으며, 2022년에는 제11호 태풍 힌남노, 2020년에는 제9호 태풍 마이삭과 제10호 태풍 하이선이 부산을 관통했다. 
8월 초 발생한 제6호 태풍 카눈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먼저 부산을 지나갔으며, 2022년에는 제11호 태풍 힌남노, 2020년에는 제9호 태풍 마이삭과 제10호 태풍 하이선이 부산을 관통했다. 

[환경일보] 도시는 짧고 굵게 내리는 집중호우에 매우 취약하다. 취약한 만큼 침수 방지시설이 충분히 갖춰져야 하는데 과연 정말 그럴까? 부산광역시의 지방하천인 온천천이 흐르고 있는 동래구와 연제구의 침수 위험지역에 방문해 침수 방지시설을 살펴봤다.

매번 태풍은 부산을 지나갔다

8월 초에 발생했던 제6호 태풍 카눈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먼저 부산을 지나갔으며, 2022년에는 제11호 태풍 힌남노, 2020년에는 제9호 태풍 마이삭과 제10호 태풍 하이선이 부산을 관통했다. 그 이유는 북태평양에 형성된 북태평양 고기압을 따라서 태풍이 이동하는데, 이동 경로에 부산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집중 호우를 동반한 태풍의 영향을 받는 부산에는 일반적인 도시에 비해 침수 방지시설이 월등히 강력하게 구축되어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부산의 상습 침수지역인 온천천 일대인 동래구와 연제구를 방문해 침수 방지시설을 살펴봤다.

부산 곳곳에 있는 침수 방지시설 : 지하철 출입구에 설치된 차수판

도시철도 부산역 6번 출구에 설치된 차수판 홈통. 차수판 홈통에 차수판을 넣는다면, 차수판과 바닥과의 공간이 발생한다. /사진=김경훈 객원기자
도시철도 부산역 6번 출구에 설치된 차수판 홈통. 차수판 홈통에 차수판을 넣는다면, 차수판과 바닥과의 공간이 발생한다. /사진=김경훈 객원기자

‘차수판’이란 흔히 차수벽, 물막이판이라고 말하며, 물이 흘러들거나 스며드는 것을 막기 위해 설치한 막이나 판을 말한다. 집중호우 시, 차수판을 차수판 홈통에 끼면 지하철 출입구로 유입되는 물을 막을 수 있어 지하철 침수를 막을 수 있다.

하지만 부산역 6번 출구에 설치된 차수판 홈통의 모습은 일반적인 차수판 홈통과 사뭇 달랐다. 출입구에 설치된 차수판 홈통에 차수판을 설치하면 차수판과 바닥과의 공간이 발생해 전혀 입구로 들어오는 물을 막을 수 없는 구조다.

하지만 부산교통공사 관계자는 “차수판의 형태가 분리형으로 돼 있어 총 4개의 차수판을 설치하면, 지하철 출입구로 들어오는 물을 모두 막을 수 있는 형태가 된다”고 말했다.

부산 곳곳에 있는 침수 방지시설 : 주택가에 설치된 차수판

동래구 안락동 638 일대 주택, 주택 입구에 차수판이 없다. /사진=김경훈 객원기자
동래구 안락동 638 일대 주택, 주택 입구에 차수판이 없다. /사진=김경훈 객원기자

부산광역시 동래구 안락동 638 일대의 주택 밀집 지역은 침수흔적도와 하천 범람 지도로 확인했을 때, 침수위험지역이다. 동래구에서는 2015년부터 ‘차수판 설치 사업’을 시행했고, 차수판을 2021년까지 349가구 658개소에 설치했다. 그래서 당연히 이 지역에도 차수판이 설치돼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 일대를 방문했을 때, 주택 및 상가 입구에 설치된 차수판은 없었다. 동래구청 도시 안전과 관계자는 “차수판 설치는 필수가 아니라 지원사업이라, 개인이 차수판 설치 신청을 해야 한다”며 “총금액의 90%는 구청에서 지원하고 10%는 개인이 부담하며, 공동주택의 경우 최대 2000만원, 소규모 상가 및 단독주택은 최대 3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침수 이력과 하천 범람 지도를 통해 침수위험지역이라고 판단된 지역은 먼저 주택 소유자에게 차수판 설치를 건의해 침수 피해를 막는다면 더욱 좋은 방법일 것이다.

건물 출입구에 배치된 물막이판(차수판), 차수판의 유지관리는 전부 소유자 몫이다. /사진=김경훈 객원기자
건물 출입구에 배치된 물막이판(차수판), 차수판의 유지관리는 전부 소유자 몫이다. /사진=김경훈 객원기자

또한 ‘차수판 지원사업’을 통해 설치된 차수판의 유지관리는 소유자가 관리해 ‘언제 차수판을 설치하는지’에 대한 매뉴얼이 없는 상황이다.

온천천의 산책로 출입 차단시설, 강우 상황 및 도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차단시설을 작동한다. /사진=김경훈 객원기자
온천천의 산책로 출입 차단시설, 강우 상황 및 도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차단시설을 작동한다. /사진=김경훈 객원기자

지하철 및 주택가에 설치된 차수판 이외에도 온천천의 산책로 출입 차단시설, 촘촘하게 설치된 우수 받이와 도시 곳곳에서 발견한 우수저류시설은 집중 호우에 충분히 잘 대비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관건은, ‘침수 방지시설이 집중 호우가 내렸을 때 잘 작동하느냐?’일 것이다.

강해지는 태풍과 폭우에 방재시설의 중요성은 증가하고 있다

최근 한반도에 발생한 태풍의 개수는 줄어들었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온도 상승은 태풍을 더욱 강력하게 만들었다. 2024년에는 슈퍼 엘니뇨로 역사상 가장 뜨거운 해가 될 것이라는 과학자들의 예측이 대다수다.

이러한 상황에서 방재시설의 중요성은 나날이 증가하고 있지만 눈으로 드러나지 않는 방재사업의 특성상 소홀히 하거나, 피해가 발생했을 때 급하게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가 있다. 이제는 우리는 침수 위험지역을 예측할 수 있고 지구 가열기에 직면한 만큼 지역에 필요한 방재시설을 미리 구축해서 태풍과 집중호우에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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