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상점가들, 문 활짝 열고 에어컨 풀가동··· 무분별한 에너지 소비 여전

[환경일보] 지난 8월 7일 오후 3시, 전력 수급 사상 최초로 전력 총수요가 100GW를 돌파했다. 전력거래소의 전력시장 내 수요 및 전력시장 외 수요(한전 직접 구매계약, 소규모 자가용 태양광 발전)를 모두 합한 결과이다. 그동안 전력시장 외 태양광 발전 등의 수요를 포함해도 최대전력 총수요가 100GW에 도달했던 적은 없었다. 전력 수급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렇게 에너지 사용량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와중에 상점가에서는 문을 활짝 열고 에어컨을 최대로 가동하는 ‘개문 냉방’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중앙대학교 대학가 인근 개문 냉방 중인 프랜차이즈 문구점 /사진=차승연 객원기자
중앙대학교 대학가 인근 개문 냉방 중인 프랜차이즈 문구점 /사진=차승연 객원기자

실제로 한국에너지공단에서 전국 13개 지역 주요 상권을 대상으로 진행한 개문 냉방 실태 조사에 따르면 의류, 신발, 화장품 프랜차이즈 업종의 개문 냉방 영업비율은 평균 80%로 심각한 수준이었다.

에너지의 날에도 이러한 개문 냉방은 계속됐다. 에너지의 날은 2003년 8월 22일 그 해 최대 전력 소비를 기록한 것을 계기로 기후변화와 에너지 절약에 대한 범국민적 인식 확산을 위해 제정됐다. 그렇다면 에너지 절약이 잘 실천되고 있을까?

지난 8월 22일, 상점가의 에너지 사용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직접 홍대 거리를 방문했다. 그러나 에너지 절약은커녕 수많은 가게가 개문 냉방을 하고 있었다.

'에너지의 날' 개문 냉방 중인 홍대 상점들 /사진=차승연 객원기자
'에너지의 날' 개문 냉방 중인 홍대 상점들 /사진=차승연 객원기자

옷 가게, 화장품 가게 등이 밀집한 90미터 길이의 골목을 걸어본 결과 1층에 위치한 상점들은 대부분 개문 냉방 중이었으며, 문을 닫고 냉방 하는 곳은 10개도 채 되지 않았다. 다른 골목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대체로 옷, 신발, 액세서리, 화장품 등을 파는 상점들의 개문 냉방 비율이 높았다.

전력거래소의 전력 통계 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이날의 최대전력은 9만322MW로 8월의 일일 최대전력 중 네 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올해 8월 22일은 ‘에너지의 날’이 아닌 ‘에너지 낭비의 날’이 됐다.

개문 냉방은 에너지 과소비의 주범이라고 꾸준히 지적받아 왔다. 한국에너지공단은 문을 연 채로 냉방 하면 전력량은 66%, 전기요금은 33%가 늘어난다고 밝혔다. 203㎡(약 61평) 매장이 10시간 영업한다고 가정할 때, 문을 닫고 에어컨을 틀면 여름철 전기요금이 월평균 81만3430원이지만 문을 열고 냉방 하면 이보다 1.3배 증가한 108만3420원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상점가의 많은 매장들이 홍보, 손님 유입 등을 위해 개문 냉방 영업을 하고 있다.

개문 냉방 중인 화장품 가게들 /사진=차승연 객원기자
개문 냉방 중인 화장품 가게들 /사진=차승연 객원기자

정부는 이러한 상점가의 에너지 과소비 상황을 인지하고 있지만 강하게 규제하지 못하고 있다. 2011년 대규모 정전 사태를 겪은 이후 2012년부터 2016년까지 개문 냉방에 대한 단속 및 과태료 부과를 시행했던 이력이 있지만, 코로나 발병 이후로 실내 환기가 권고되며 개문 냉방에 대한 단속이 최근 몇 년간 시행되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제는 엔데믹을 선언하기도 했고 전력 소비 역시 꾸준하게 증가하는 추세이므로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에 대한 강한 단속이 부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의 93%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에너지 소비량은 세계 10위 안에 든다. 에너지 요금이 값싸지만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국민들의 에너지 소비에 대한 인식을 바꿔 개문 냉방과 같은 과한 에너지 소비를 막아야 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 과다 사용의 후폭풍은 에너지 요금 상승 등으로 이어져 결국 국민들에게 피해가 돌아올 것이다. 에너지는 결코 무한한 자원이 아니며, 국가의 안보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중요한 자원임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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