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도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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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일보] 기업 간 탄소 배출권 거래와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nference of the Parties, COP)에서 기후 보상금 논의가 이뤄지는 작금, 전 세계적인 탄소 배출 문제는 나날이 심각해져 간다. 음악계, 그중에서도 클래식 음악계는 과연 이와 같은 문제에서 자유로운가? 언뜻 보면 뚜렷한 상관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지구와 클래식은 비단 원관념과 보조관념의 세계에서만 작용하지 않는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서 한동안 뜸했던 해외 유수 악단의 내한 공연이 성황리에 이뤄지고 있다. 적게는 50여 명의 단원들이 거대한 악기와 함께 비행기에 오른다. 다른 음악 업계에서도 그렇듯, 악단의 주요 수입원인 월드 투어는 지구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높이는 원인 중 하나다. 음악의 성지인 오스트리아 빈에서 인천 공항까지의 왕복 비행으로 승객당 이산화탄소 1201kg이 발생한다. 그리고 이 값은 남아메리카 파라과이나 아프리카 부룬디 등 64개국의 일인당 연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보다 크다. ‘그린 오케스트라 가이드’에 따르면, 한 대형 오케스트라의 1년치 탄소 배출량의 절반이 ‘블록버스터 해외 투어’ 10회에서 비롯될 정도로 그 비중이 높다.

레코드판(Vinyl Record, 이하 LP)에서 카세트테이프를 거쳐 CD, 스트리밍에 이르기까지 시대에 따라 변화해 온 감상 형태는 크고 작은 환경 오염을 유발해 왔다. 그중 오늘날 상당수 행해지고 있는 것은 LP와 스트리밍인 듯하다.

카세트테이프와 CD의 등장으로 시들해졌던 LP의 인기는 2010년 이후 꾸준히 상승해 1987년 이후 처음으로 CD 판매량을 추월했다. 한국에서도 놀랍지 않게 턴테이블과 각종 LP판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지구에게 있어 LP의 부활은 마냥 반갑지만은 않을지도 모른다. 역사상 LP의 연간 최대 판매량은 3억4400만 개로, 이는 CD 최대 판매량의 절반도 못 미치는 양이다. 그러나 당해 LP로 인해 5만2822t(톤)에 달하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생했듯이, 타 음반 형태에 비해 막대한 플라스틱 사용을 자랑한다. 증가하는 LP의 인기에 발맞춰 LP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 인식이 필요한 실정이다.

월드 투어와 음반, 스트리밍 서비스··· 환경오염, 온실가스 유발
연주자-관객, 지구를 위한 친환경 공연과 감상 필요한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직접적인 폐기물 문제로 이어지지 않는 스트리밍이 친환경적일 것으로 생각할 수 있겠다. 그도 그럴 것이, 유튜브나 스트리밍 앱으로 음악을 듣는 것은 우리의 일상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 아니던가. 기대를 저버려 안타깝지만, 스트리밍은 음반이 배출하는 양 못지않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우리가 스트리밍으로 듣는 음악 파일은 기업의 데이터 센터에 저장돼 있다. 사용자가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검색하면 데이터 센터의 음악 파일은 네트워크를 통해 중계 장치인 라우터로 전송된다. 마지막으로 라우터가 와이파이를 이용해 스마트폰으로 파일을 전송하면 음악이 들리는 원리다.

데이터 센터와 라우터, 와이파이 등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많은 전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시설 운영에 요구되는 전력의 생산 과정에서 상당한 양의 탄소가 배출된다. 스트리밍 서비스의 대규모 성능 향상도 온실가스 배출을 피할 수 없다. 2016년에는 이로 인해 20만5670톤의 온실가스가 생성됐다. 이는 CD가 최고점을 찍었던 2000년, 음반으로 인해 발생한 온실가스인 15만7633톤보다 많은 양이다. 클래식 애호가가 주로 이용하는 스포티파이나 애플 뮤직 구독 서비스는 매년 20만톤에서 35만톤 정도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탄소중립 시대에 걸맞게 유럽을 중심으로 친환경 음악을 위한 노력이 전개되고 있다. 줄리의 자전거나 북유럽 그린 오케스트라 가이드, 변화의 오케스트라가 그 예다. 이들의 노력으로 현재 다양한 악단이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는 이동 방법을 채택 중이다. 기후위기 속 클래식 음악을 지속하기 위한 유럽의 행보와는 달리, 국내 클래식 음악계의 환경 감수성은 여전히 무디다. 간혹 환경보호의 중요성과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는 공연이 이뤄지고 있으나, 단발성에 그친다. 따라서 관계자들의 문제 인식을 위해 지속적인 포럼 개최와 공적 조직 차원에서의 움직임이 중요하다.

아무리 연주를 이어 나가고 싶다 한들, 인간을 제외한 연주자가 모두 사라진다면 그것은 더 이상 오케스트라가 아니다. 바이올린 없는 파가니니의 ‘라 캄파넬라’와 피아노 없는 ‘월광’ 소나타가 무슨 소용일까. 운명 교향곡의 완결은 더 이상 초록빛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볼 수 없음을 시사한다. 우리는 어쩌면 서툰 운지법으로 같은 마디를 반복하고 있던 것은 아닐까. 이제는 운지법을 바로잡을 때다.

본디 예술이란 관객과 공연자가 하나 될 때 가장 아름다운 법. 세계 곳곳에서 ‘No Music On A Dead Planet’을 외치며 친환경 음악 공연과 감상을 위한 운동이 이뤄지고 있다. 전 지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관객 참여형 예술의 위대한 발자취에 동참해 보는 것은 어떤가. 연주자 개개인의 행복과 더불어 지구의 운명 교향곡을 보다 오래 향유하기 위해서도 말이다.

<글 /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도영현 chaxxir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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