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유현지
[환경일보] 매일 아침 출근길을 떠올려 볼 때, 절대 빠질 수 없는 모습 중 하나는 한 손에 쥔 아메리카노이다. 바쁘고 피로한 현대인에게 커피는 생명수와 같고 커피 없는 우리의 일상은 상상조차 할 수 없게 됐다. 특히 2023년 국내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405잔으로, 전 세계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인 152잔 대비 두 배 이상 높다.
그런데 우리가 사랑하는 커피를 앞으로 먹을 수 없게 된다면 어떨까? 놀랍게도 이는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기후변화가 커피 원두 재배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다수의 커피나무가 현재 멸종위기에 처해 있으며 앞으로 커피 생산량이 급격하게 감소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커피 생산이 기후변화에 영향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커피나무는 적도를 중심으로 북위 25°와 남위 25°의 열대성 기후에 있는 커피 벨트(Coffee Belt) 지역에서 자란다. 단순히 커피 벨트에 속해 있다고 해서 해당 지역이 커피 산업으로 번성하는 것은 아니다. 커피나무는 고지대 식물로서 강수량, 해발고도, 온도, 일조량, 대기 중 이산화탄소 등 여러 기후적 요소가 적합한 지역에서만 자랄 수 있다. 그런데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과 강수량 증가로 기후가 고온다습해지면서 커피 열매가 제대로 열리지 않고, 광합성을 하는 잎이 떨어지면서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다. 이러한 기후변화에 엘니뇨 현상이 더해지면서 원두 공급에 차질이 생기고 있고, 원둣값이 급등하고 있다.
열대 지방의 울창한 숲은 겨울 철새들에게 중요한 서식지로 기능하고 있다. 본래 커피는 그늘에서 커피를 재배하는 셰이드그로운(SHADE-GROWN) 방식에서 재배됐다. 셰이드그로운 방식은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수분 증발을 막고, 일교차를 조절해 잡초의 성장을 억제하는 기능을 한다. 하지만 커피의 수요 급증과 대량 생산의 필요로 인해 대규모 커피 농장이 들어서면서 열매 성장 속도가 느린 셰이드그로운 재배 방식을 유지하는 지역이 줄어들었다.
대신 키 큰 나무를 자르고 햇볕에 커피나무를 노출하는 선그로운(SUN-GROWN) 방식의 재배가 늘어나게 됐고, 철새들의 서식지가 파괴되고 있다. 선그로운 재배 환경에서는 61종의 조류만이 서식할 수 있지만 셰이드그로운 환경에서는 243종의 조류가 서식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 중 하나로 토착나무의 유기농 환경에서 커피를 재배하는 ‘버드프렌들리 커피(Bird Friendly)’ 인증이 등장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직 버드프렌들리 커피가 활발하게 유통되고 있지 않다.
멸종위기 우려 커피나무, 기후변화로 생산량 감소·서식지 파괴
원두 없는 ‘대체 커피’ 등장··· 이산화탄소, 물 사용 1/10로 줄여

이렇게 재배한 원두로 커피 한 잔(15g)을 만들 때 실질적으로 사용되는 부분은 단 0.2%(0.03g)고 나머지 99.8%(14.97g)는 커피박(커피 찌꺼기)이 돼 폐기물 쓰레기로 배출된다. 커피박은 대부분 소각 또는 매립되는데, 커피박 1만톤(t)당 폐기물 처리 비용은 약 10억원에 달한다. 소각할 때 배출되는 탄소(1t당 약 338kg)와 온실가스(메테인)도 환경오염을 야기한다. 긍정적인 면은 커피박은 이미 이전부터 바이오연료 등 새로운 재생에너지원으로서 연구되고 있고, 커피박을 재활용해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데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원두 소비가 지금처럼 지속된다면 기후변화로 인한 커피 생산량의 감소와 서식지 파괴, 커피 찌꺼기 등의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 따라서 아예 원두를 사용하지 않고 커피와 같은 맛을 내는 ‘대체 커피’가 등장했다. 대체 커피는 분자 커피와 세포배양 커피로 나뉜다. 분자커피(Molecular coffee)는 다양한 종류의 허브, 버섯, 대추 열매, 치커리 뿌리, 포도 껍질 등의 식물을 주원료로 만드는 대체 커피이다. 커피 원두를 분자 단위까지 분석해 커피의 풍미에 영향을 미치는 화합물을 찾아낸 뒤, 식물 폐기물을 분해해 커피 원두에 있는 것과 같은 성분을 뽑아 고체로 변환하는 기술로 만들 수 있다.
세포배양 커피는(Cultured coffee) 실험실에서 만든 커피로, 커피나무 잎에서 추출한 세포를 생물반응기 속에서 배양한 후 동결 건조해 가루로 분쇄하고 볶아 만든다. 대체 커피는 기존의 커피 생산 방식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 물 사용량을 10분의 1 가까이 줄일 수 있으며 버려지는 물질을 재활용할 수 있는 친환경적인 커피다. 아직은 기존 커피의 맛과 향기를 완벽하게 재현하지 못했지만, 지속적인 혁신과 개선을 통해 앞으로 새롭게 커피 시장의 트렌드를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커피는 재배부터 폐기물 처리까지 모든 과정에서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커피로 인해 환경이 오염되고, 환경오염으로 인해 기후가 변화해 커피를 생산할 수 없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커피 소비를 줄이는 것이 가장 올바르겠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커피는 이미 우리 일상에 너무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있으며, 대체할 수 있는 음료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커피를 계속해서 즐기기 위해서는, 커피 산업과 소비자 모두 ‘지속가능한 커피’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 또한 언젠가 대체 커피가 기존 커피의 풍미와 맛을 완벽하게 재현해 모든 사람이 환경파괴 없는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날을 기대한다.
<글 /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유현지 hyunji0402@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