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자원순환 위한 올바른 분리 배출, 재생 종이 사용 필요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도영현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도영현

[환경일보] 만개한 벚꽃과 따스한 4월의 온도는 무언가 간지러운 느낌을 준다. 관심 있는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려 문구점에 가니, 핑크빛 세상 속에 유일한 초록색 포스터가 눈에 띈다.

‘4월 4일은 종이 안 쓰는 날, 더 이상의 산림 파괴는 없다···.’

기사나 각종 교육 자료에도 등장하는 이 문구는 사실일까? 정말 연애편지를 비롯한 종이는 지구를 아프게 하는 것일까? 한국제지연합회의 ‘2023년 종이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에 따르면, 86.5%의 응답자가 종이 생산이 아마존 등 원시림 나무로 이뤄진다는 오해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이는 과연 숲을 파괴하는 것인지, 이와 관련된 억울한 편견을 바로잡아 보자.

생태계 보전에 있어서 나무의 중대한 역할은 이를 베어 만드는 종이가 환경 파괴적이라는 오명을 쓰게 했다. 그러나 면밀히 살펴보면 종이는 그 무엇보다 환경친화적인 소재다. 실제 종이를 생산하는 데 사용되는 것은 천연림이 아닌, 종이 생산을 위해 별도로 조성된 인공 조림지에서 경작한 나무다. 쉽게 말해, 종이의 원료는 제지회사와 펄프 회사가 운영하는 ‘나무농장’에서 비롯된다.

인공적으로 조성한 조림지에서 종이 생산을 위해 나무를 베어낸 공간에 다시 새로운 나무를 심는 순환 경작을 통한 공정을 거쳐 종이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다양한 연구 결과는 종이 생산이 산림 훼손을 부추긴다는 통념을 반증한다. 세계 종이 생산량은 2000년 3억1000톤에서 2020년 4억90만 톤으로 꾸준히 증가했으나, 해당 시기의 숲의 면적은 되레 커졌다. 주요 펄프 생산지인 유럽, 아시아, 중국 등을 포함한 세계 36개국에서는 20년간 얻은 나무 면적이 20년간 잃은 나무 면적보다 넓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종이 생산이 완전무결하게 친환경적인 것은 아니다. A4 용지 1장 생산 시 약 5.264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여기에 우체국을 통한 배송은 편지에 추가적인 탄소를 함께 동봉하는 셈이다. 자동차와 같은 운송수단의 이용이 다량의 온실가스를 발생시키는 까닭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편지 한 통이 수신인에게 도달하기까지 평균 36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혹자는 눈에 보이는 부산물을 생성하지 않는 이메일이 환경친화적이리라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는 디지털이 종이 사용보다 친환경적이라는 관념이 뚜렷한 근거 없이 만연한 듯하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이메일은 손 편지에 버금가는 탄소를 배출한다. 우리가 주고받는 이메일은 데이터센터에 저장되는데, 그 과정에서 다량의 전력이 소모되며 온실가스가 생성된다. 첨부 파일의 크기에 따라 그 크기는 달라지나, 이메일 한 통을 보내는 데에 평균적으로 약 4g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전 세계 이메일 사용자가 총 23억 명에 달하는 만큼 막대한 양의 탄소 배출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손 편지와 이메일 모두 탄소 배출이 이뤄진다면, 우리의 마음을 전하는 덜 환경 파괴적인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다양한 방법이 있겠으나, 이 글에서는 사랑과 환경, 두 가지를 위한 손 편지 작성법을 논하고자 한다. 역시 환경을 위한 최고의 수는 종이를 덜 쓰는 것이다. 그리고 종이의 재활용은 이를 실천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을 준다.

전국에서 모여든 폐지는 물과 약품에 섞여 작은 섬유 입자인 펄프가 된다. 중요한 것은 종이 원료 속 잉크 입자를 제거하는 ‘탈묵실’ 과정이다. 상대적으로 쉽게 물에 용해되는 수성 잉크와 달리, 유성 잉크는 세척용 유기용제의 사용이 추가로 요구된다. 잉크 제거 과정에서 상당한 양의 폐수와 유해 물질이 배출되는 만큼 수성 잉크 사용은 당신의 편지를 재활용이 용이하도록 돕는다.

편지를 꾸미기 위해 붙이는 아기자기한 스티커 대신 진심을 담은 문장으로 가득 채우는 것도 한 방법이다. 스티커는 읽는 당시에는 글의 내용이 풍부하도록 돕지만, 재활용 단계에서는 이물질로 전락한다. 재활용의 첫 단추는 이물질 제거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더불어 올바른 분리배출이 필요하다. 타 품목에 비해 종이는 분리배출이 간편하지만, 그만큼 잘못된 배출이 쉽게 일어난다. 흔히 종이류라고 여겨지는 전단지나 잡지, 영수증이 대표적인 예다. 광택이 나는 종이는 폴리에틸렌과 같은 플라스틱으로 코팅됐거나, 제거가 어려운 잉크 혹은 약품이 처리된 상태다. 만약 당신이 오랜 보존을 위해 코팅된 편지지를 사용했다면, 주저 없이 일반 쓰레기로 분류하길 바란다.

수성 잉크 사용, 올바른 분리배출에서 더 나아가 더욱더 환경을 위하고 싶다면 재활용 편지지를 이용하자. 폐지를 이용해 만든 재생 종이나 코끼리 똥으로 만든 종이가 대표적인 예다. 재생 종이는 비용이나 성능 면에서 일반 종이와 대등하며, 폐지 함유량과 제작 방법에 따라 다양한 종류를 자랑한다. 또는 잡지를 재활용해 본인만의 감각적인 편지지를 만들 수도 있겠다.

결국 실생활에서 종이를 덜 쓰는 방법은 문자 그대로 종이의 사용을 줄이는 것과 재활용을 용이하게 해 종이의 순환을 돕는 것이 있다. 손 편지에 가득 담은 사랑이 되레 지구를 아프게 한다면 이 얼마나 비탄한 일인가. 지구를 살리는 종이 사용으로 당신의 사랑과 환경, 두 가지를 모두 지킬 수 있기를.

<글 /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도영현 chaxxir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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