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투기 담배꽁초로 환경오염, 해양생태계 심각한 영향
시민 수거, 기업 재활용, 정부의 지원 등 연계 대응책 필요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배현지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배현지

[환경일보] 길을 걷다가 바닥에 떨어진 담배꽁초를 본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심한 경우 배수로에 산더미 채 쌓여 있거나, 골목 전체가 담배꽁초로 뒤덮여 있는 경우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환경부의 ‘2020 담배꽁초 관리 체계 마련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1246만6968개 담배꽁초가 길거리에 무단투기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담배꽁초가 유발하는 환경오염은 해양으로 이동했을 때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 

담배꽁초 필터는 플라스틱의 한 종류인 ‘셀룰로오스 아세테이트(Cellulose Acetate, CA)’로 이뤄져 있다. 만약 담배꽁초가 바다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자외선으로 인한 광분해와 물리적 마찰이 발생하면 CA는 미세 플라스틱으로 분해되고, 해양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담배꽁초 무단투기를 방지하고, 담배꽁초로 인한 환경오염 해결은 중요한 문제이다.

담배꽁초 무단투기를 막기 위해 정부는 ‘담배꽁초 수거 보상제’를 시행하고 있다. 일정량의 꽁초를 모아 오는 지역 주민에게 보상금이나 종량제 봉투를 지급하는 정책이다. 2023년 기준 서울시 용산구에서는 최소 500g의 담배꽁초를 가져오면 1g당 20원씩 보상금을 지급하고, 1인당 월 최대 6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들은 수거 보상제를 시행한 지 1년 6개월이 지난 시점부터 대부분 포기하는 추세이다. 본래 제도의 목적은 수거한 꽁초를 재활용 원료로 사용하려고 했지만, 재활용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2022년에 담배꽁초를 재활용한 보도블록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된 이후로 담배꽁초 재활용 상용화는 멈춘 상태이다.

2024년, 해외에서는 담배꽁초 재활용 기술이 많이 개발되고 있다. 슬로바키아의 도시 폐기물 관리회사 OLO(Odvoz a Likvidácia Odpadu)는 담배꽁초에 남아 있는 필터를 재활용해 아스팔트로 만드는 데에 성공했다. 담배꽁초가 첨가된 아스팔트는 강도가 높아져 교통 하중을 더 많이 견딜 수 있고, 아스팔트의 열전도를 낮춰 도시 내 인구 밀도가 높은 지역이 주변 지역보다 높은 온도를 유지하는 현상인 열섬 효과를 완화하는 장점이 있다. 프랑스의 사이-클로프(Cy-Clope) 기업은 담배꽁초를 수거해 대체에너지 연료(Combustible de Substitution Energétique, CSE)로 전환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각종 쓰레기와 담배꽁초가 무단투기 된 거리 /사진=환경일보DB
각종 쓰레기와 담배꽁초가 무단투기 된 거리 /사진=환경일보DB

전 세계적으로 담배꽁초를 재활용하는 기업들의 공통점은 담배꽁초 재활용 사업과 수거 사업을 병행한다는 것이다. OLO는 담배꽁초를 수집할 수 있는 특수 용기를 개발해 도시 곳곳에 배치할 계획이고, 사이-클로프는 도시 곳곳에 재떨이를 설치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담배꽁초 수거를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스타트업 ‘시가랩’은 담배꽁초의 냄새와 재를 일시적으로 막아주는 접착성이 있는 특수 용지를 출시했다. 서울시 성동구에는 스타트업 ‘까치’가 시범 설치한 스마트 흡연 부스가 있다. 밀폐형 흡연 부스를 통해 담배 연기가 외부로 누출되지 않고, 실내의 공기가 쾌적하게 유지된다.

담배꽁초를 수거해 재활용하는 사업이 환경오염 해결뿐만 아니라 시장의 발전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아직까지 사업이 성장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아직까지 담배꽁초를 재활용한 제품에 대한 안전성 연구가 부족하고, 시민들 사이에서는 단순 편의를 위해 흡연 뒤에 담배꽁초를 바닥에 버리는 것이 자연스러운 문화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담배꽁초 재활용 기술과 업체가 해외보다 현저히 부족한 것도 하나의 이유이다. 따라서 시민들에게 담배꽁초 재활용 제품이 안전하다는 인식을 주기 위해 연구 개발을 통해 안전성을 높이는 것이 먼저 필요해 보인다. 이후 담배꽁초 재활용 사업에 대한 수익 확보 방안으로 수거 사업을 병행해 시민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정부가 담배꽁초 수거 시스템에 및 재활용 산업에 충분한 지원을 하고, 기업은 담배꽁초 수거와 재활용 사업 연계, 시민은 흡연 후 담배꽁초를 지정 용기에 버리는 문화가 조성돼야 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담배꽁초를 무단투기 하지 않는 시민의식이 있어야 한다. 담배꽁초가 재활용 쓰레기로 변하는 그날까지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글 /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배현지 reve084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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