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나들이 시리즈 4] 일상생활 속 자연스러운 친환경, 관련 업종 간 연대 필요

[환경일보] 패스트 패션, 유행에 따라 소비자의 기호가 바로바로 반영돼 빨리 바뀌는 패션을 의미한다. 그만큼 옷을 많이 버리고 쓰레기도 많이 생긴다. 이러한 유행에 대응해 옷을 짧게 입는 방식이 만연해지며 이에 따른 환경오염을 완화하기 위해 ‘슬로 패션’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슬로 패션은 패션을 천천히, 느리게 이용하자는 말로, 한 옷을 오래 입는 것이 특징이다. 슬로 패션을 실천하는 방법의 하나로 유행을 타지 않는 옷을 디자인하는 것이 있다.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이를 실천하고 있는 소품숍인 라마홈에 방문했다.

라마홈에 친환경 옷과 양초가 전시돼 있다.
라마홈에 친환경 옷과 양초가 전시돼 있다.

라마홈은 친환경 의류와 생활용품 등을 판매하는 가게로, 2019년 서촌에서 운영을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원단이 튼튼해 오래 쓸 수 있는 옷, 양봉하고 남은 밀랍으로 만든 양초, 대나무로 만든 다회용 빨대까지 여러 친환경 옷과 제품을 만날 수 있었다.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라마홈 이하나(42) 사장을 만났다. 이 사장은 자신이 평소 생활하던 방식을 가게에 담아내고자 했다. 과거 이씨는 한 옷을 10년 동안 입기도 했고 유행을 타지 않는 옷을 선호했다고 한다. 오래 입을 수 있는 패션은 원단의 질이 좋아 가격아 비싸 좀 더 저렴한 생활용품도 같이 판매하기로 해 지금의 소품숍이 됐다.

이 사장은 ‘자연스러운’ 친환경을 강조했다. 시간과 돈을 들여 불편함을 느끼며 친환경을 실천하는 것보다는 우리가 일상생활을 지내며 자연스럽게 친환경을 실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일상생활 속에서 우리가 주기적으로 하는 것들을 찾고 이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친환경성만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불편함을 조금이라도 느끼게 되면 친환경적인 행동을 오래 실천할 수 없다. 라마홈에서도 물건을 구매할 때 가게에서 제공하는 에코백 로고를 새기지 않는다고 했다. 로고를 새기면 재사용하기 껄끄럽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어디에든 로고를 새기는 것은 재활용을 어렵게 한다. 인쇄하는 데 드는 돈과 에너지도 절약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또한, 상황이나 환경적 요소가 친환경 실천에 방해될 수 있다. 이때도 억지로 친환경을 추구하면 이 행동을 계속 실천할 수 없으며, 기분만 나빠질 뿐이다. 위생을 위해 제품 포장에 일회용품을 꼭 써야 할 때도 있고 매 순간 티백 없이 차를 우려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렇듯 친환경적 행동을 우리의 일상을 바꾸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해야 오래 실천할 수 있다.

이 사장은 최근 기존 패스트 패션을 선호했던 기업도 최근 친환경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언급했다. 의류 박람회를 가면 기업이 ESG를 크게 강조했고, 기업이 패스트 패션에도 친환경적 요소를 넣기 위해 노력 중이라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하지만 이 사장은 이를 보여주기식으로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역시 억지로 친환경적 요소를 투입하는 것이라 오래 실천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친환경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야 할 필요성을 느낄 수 있었다.

친환경 의류와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라마홈
친환경 의류와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라마홈

슬로 패션의 중요한 요소로서 타임리스 디자인(Timeless Design)이 있다. 타임리스 디자인은 시간의 흐름이나 패션의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으며, 수년 동안 그 스타일을 유지하는 특성이 있다. 이는 미적 가치뿐만 아니라 지속가능성과 환경적 측면에서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의류 산업을 포함한 다양한 산업 제품군들이 생산, 배송, 폐기 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일으키기에, 타임리스 디자인을 적용한 제품은 덜 자주 교체되기 때문에 전체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따라서 타임리스 디자인은 제품의 내구성을 높이고 고전적인 디자인을 통해 제품 수명을 연장함으로써, 새로운 제품의 생산에 필요한 자원 소모를 줄이고, 쓰레기 발생량을 줄인다는 점을 지적한다. 더욱이, 지속 가능한 소재의 선택과 결합하여 환경적 발자국을 최소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다. 타임리스 디자인의 가치를 인식하는 소비자들이 더 지속가능한 소비 패턴을 개발하며, 이는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질 좋은 제품에 투자함으로써 장기적으로 환경보호에 이바지할 수 있다.

타임리스 디자인을 이용한 옷이 진열돼 있다.
타임리스 디자인을 이용한 옷이 진열돼 있다.

취재했던 라마홈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여러 제품의 재료로 사용되는 리투아니아 리넨이다. 리넨은 아마(Flax) 식물에서 얻어지며, 리투아니아에서 생산되는 리넨은 지속 가능한 패션을 추구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가치를 점점 인정받고 있다. 이 리넨의 지속가능성은 환경에 대한 영향이 적은 농업 방식, 높은 내구성과 재활용 가능성, 에너지 소비량 감소, 그리고 전통적인 제조 방식을 통해 입증된다. 이러한 요소는 리투아니아 리넨을 지속가능한 의류 산업에서 중요한 소재로 만들며, 지속가능성을 고려하는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를 제시한다.

다른 가게들과는 달리 친환경을 추구하는 가게들은 직접 상품을 만들거나 한정된 재료로 소수 물품만을 생산해 전시한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수익을 남기기 어렵다. 라마홈의 사장은 여러 소품 가게가 빠르게 사라지는 것을 자주 지켜봤다고 했다. 또한, 차별성을 갖추기 위해서 작은 자본으로 배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씨는 가게들끼리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품 가게를 찾는 사람들은 주로 한 곳만 방문하지 않고 여러 가게를 방문하는 경향이 있으며, 특히 다른 지역에서 소품 가게 거리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더욱 이런 경향을 띤다. 이들 사이에서 환경을 생각하는 가게들을 모아 하나의 코스처럼 방문하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친환경을 추구하는 가게들끼리 서로를 홍보해 주고 도움을 주는 것이 가게 운영에 큰 도움을 주게 되는 것이다.

친환경을 추구하는 가게들은 어쩌면 작은 시장 안에서 서로가 경쟁업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소수의 분야일수록 경쟁과 협력을 통해 가게를 발전시키고 도움을 주는 모습이 더욱 필요하다. 또한, 가게끼리의 연대는 사람들이 친환경 소비에 더욱 관심을 두고 실천할 수 있도록 장려하게 되며 이를 통해 소비자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리투아니아 리넨으로 만들어진 제품이 전시돼 있다. /사진출처=라마홈
리투아니아 리넨으로 만들어진 제품이 전시돼 있다. /사진출처=라마홈

현대의 의류 산업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패션 트렌드와 소비자들의 증가하는 환경적 의식 사이에서 균형을 모색하고 있다. 타임리스 디자인이라는 개념은 지속가능한 의류 산업을 위한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이는 유행을 따르지 않고도 장기간 사랑받을 수 있는 제품을 제작함으로써 환경적,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친환경적 요소를 도입한 매장은 의류 산업이 탄소중립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을 제시하면서, 이러한 매장이 마주하는 도전과 연대는 친환경 의류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극복해야 할 장벽을 보여준다.

의류 산업의 미래는 단순한 패션 추세의 추종을 넘어 환경과 인류에 대한 깊은 책임감을 기반으로 한 지속가능한 발전을 지향해야 한다. 타임리스 디자인의 적용, 친환경 제품의 생산, 불편함의 최소화, 그리고 커뮤니티의 협력은 의류 산업이 탄소중립 달성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다. 따라서 모든 관련자가 협력해 의류 산업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원칙을 따라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