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나들이 시리즈 5-1] 건물에서 이루는 에너지 제로, 도시·국가 에너지 자립 향상

서울에너지드림센터 전경 /사진=구윤서 객원기자
서울에너지드림센터 전경 /사진=구윤서 객원기자

[환경일보] 일상에서 제로칼로리, 제로슈거와 같이 ‘제로(Zero)’라는 단어를 마주한 적이 있을 것이다. 특정 성분이 ‘0’이라는 의미를 주는 이 단어는 다이어트를 하는 소비자들을 자극하기에 용이하다. 이렇게 음료 속 당분이 0인 것을 넘어 건물에서 소비되는 에너지가 0인 이른바 ‘제로에너지 빌딩’이 시도되고 있다.

제로에너지 빌딩은 연간 에너지 사용량과 생산량의 합이 ‘0’인 건축물을 말한다. 2016년 개정된 녹색건축물 조성 지원법 제2조(정의) 4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제로에너지 빌딩을 ‘건축물에 필요한 에너지 부하를 최소화하고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에너지 소요량을 최소화하는 녹색건축물’로 정의한다. 제로에너지 빌딩은 에너지 소비량 감소 및 지속가능한 에너지 사용을 목표로 하며, 이를 위해 다양한 건축적 요소 및 기술이 필요하다.

빌딩의 제로에너지를 실행하기 위해 적용할 수 있는 기술로는 패시브 기술과 액티브 기술이 있다. 패시브 기술은 건축 본체와 관련한 요소로 설치 후 별도의 에너지가 필요하지 않으며, 액티브 기술은 건축물에 설치된 기계, 전기, 설비와 같이 가동하기 위해 외부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액티브 기술과 패시브 기술을 상호 보완한다면 에너지 자립에 수렴하는 건물인 제로에너지 빌딩을 구현할 수 있다.

서울시에 위치한 대표적인 제로에너지 빌딩의 예시로는 서울에너지드림센터가 있다. 제로에너지 빌딩을 실현하기 위해 어떤 기술과 에너지를 사용했는지 알아보고자 서울에너지드림센터에 다녀왔다.

서울에너지드림센터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건물 부문의 에너지를 절감하고, 도시형 신재생에너지원 보급 필요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2012년 9월 건립됐다. 서울에너지드림센터는 쓰레기 매립장을 복원해 만든 평화의 공원 내에 위치하며, 국내 공공 분야에서 만든 첫 제로에너지 빌딩 사례이다.

취재진이 서울에너지드림센터 관계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에너지드림센터
취재진이 서울에너지드림센터 관계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에너지드림센터

취재진은 서울에너지드림센터 이용성 센터장을 만나 제로에너지 빌딩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을 인터뷰했다. 센터장은 제로에너지 빌딩의 필요성은 서울시의 온실가스 감축 전략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서울시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고민할 때 어디서 온실가스가 제일 많이 발생하는지 살펴보게 되는데 서울이 다른 지역과 갖는 차이점은 서울에는 공장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서울시는 온실가스를 줄이려면 건물에 집중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또한, 서울시는 건물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주요 배출원임을 인식하고 이에 대응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언급했다.

서울에너지드림센터는 제로에너지 달성을 위해 다양한 기술을 적용했다. 우선 패시브 기술로 고효율 삼중 유리와 진공 단열재 등을 설치해 열 손실을 최소화했다.

또한, 외부 전동 블라인드 등을 설치해 하절기에 유입되는 일사 차단으로 냉방부하를 감소했다. 그뿐만 아니라 건물을 보면 경사도가 66도로 기울어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여름에는 빛이 최대한 적게, 겨울에는 최대한 많이 들어올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액티브 기술로는 지중 열을 이용한 히트 펌프로 냉난방을 제공했다. 자동 조명 시스템을 통해서는 조명 에너지를 절감하고, 관객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재실 센서와 태양광을 감지하는 조도 센서에 의해 자동으로 조명의 세기를 조절한다.

서울에너지드림센터의 초기 설립 목적은 교육적 기능보다 제로에너지 빌딩으로서의 의의가 더 크다.

서울에너지드림센터 내부 모습 /사진=구윤서 객원기자
서울에너지드림센터 내부 모습 /사진=구윤서 객원기자

이 센터장은 서울에너지드림센터가 제로에너지빌딩의 체계화와 민간 분야의 제로에너지 빌딩 설립에 기여했기에 상징적 의미를 넘어 확산성을 가진다고 했다. 또한, 에너지드림센터를 10년 넘게 운영하며 데이터를 축적하고 분석해 제로에너지 빌딩의 최적화 운영에 기여했다고 한다. 서울에너지드림센터를 시작으로 공공 분야를 비롯한 민간 분야에서도 건물의 온실가스 사용량을 줄이는 ‘에너지 다이어트’가 이뤄지고 있다. 

그렇다면 제로에너지 빌딩의 건축적 요소들은 지속가능한 미래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

우선 제로에너지 빌딩은 고효율 단열재, 고성능 창호, LED 조명 등 여러 에너지 절감 기술을 활용해 건물의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한다. 이를 통해 전체 에너지 수요를 줄이고,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뿐만 아니라 태양광, 풍력 등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으로 건물 내 에너지 수요를 충당한다. 이는 전통적인 에너지 생산 방식인 화석연료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 기후변화 대응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제로에너지 빌딩은 에너지 자립도를 높여 전력망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초기 건축 비용은 높지만 장기적으로 에너지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자체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함으로써 외부 에너지 공급에 대한 의존도를 낮춘다. 이에 따라 에너지 가격 상승의 영향을 덜 받으며 지역에서 생산되는 재생 가능 에너지를 활용해 보다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이 가능하다.

지중 열을 이용한 히트 펌프로 냉난방을 제공한다. /사진=구윤서 객원기자
지중 열을 이용한 히트 펌프로 냉난방을 제공한다. /사진=구윤서 객원기자

우리의 삶 속에서 지속가능한 건축은 더 나은 도시 환경과 실내 환경을 위할 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도시 개발의 중요한 부분이다. 제로에너지 빌딩은 기후변화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고 다음 세대에게 더 나은 환경을 물려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줄 수 있다.

또한 건물을 넘어 하나의 도시, 국가의 에너지 자립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은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의 영원한 과제이며 이에 대한 해결책은 제로에너지 빌딩의 건축기술 혁신이 될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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