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민 국립산림과학원 임목자원연구과 연구사

임혜민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사 

[환경일보] 이상기후로 인한 지구온난화가 전 세계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올여름 우리나라도 역대급으로 뜨거운 무더위가 오랜 기간 지속됐다.

이처럼 고온·건조한 날씨에 대한 반응으로 식물의 수분이 부족해지면 생장과 발달이 억제되며 심한 경우 세포손상이 일어나 생존에도 위협을 받게 된다.

따라서 건조 등 환경 스트레스에 대해 나무의 내성을 증진하는 임목 개량 연구가 중요하게 자리 잡고 있다.

전사체 및 생리활성물질 분석 활용한 건조 내성 참나무

도토리나무 즉 참나무류는 우리나라 산림에 전국적으로 분포하고 있다. 다양한 지역의 참나무 중에서 건조 스트레스에 강한 나무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건조 내성 평가 지표 개발이 필요하다.

상수리나무와 대왕참나무 전사체 및 생리활성물질 비교 분석 결과 두 수종의 건조 스트레스와 회복 기간 중 생리활성물질 양상이 확연히 다르게 나타났다. /자료제공=국립산림과학원
상수리나무와 대왕참나무 전사체 및 생리활성물질 비교 분석 결과 두 수종의 건조 스트레스와 회복 기간 중 생리활성물질 양상이 확연히 다르게 나타났다. /자료제공=국립산림과학원

이에 국립산림과학원은 건조 내성 지표 개발을 위해 상수리나무(Quercus acutissima)와 대왕참나무(Quercus palustris)를 대상으로 전사체 및 생리활성물질을 분석했다. 상수리나무는 건조지역에 분포하며 대왕참나무는 비교적 습한 지역에 분포한다. 연구진은 두 종의 분포 차이가 참나무 내에서도 가뭄 내성 및 회복력에 차이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를 위해 연구진은 상수리나무와 대왕참나무 3년생 어린 묘목을 대상으로 약 한 달 동안 건조 스트레스 처리를 한 후 6일 동안 물을 주며 생리적 및 유전적 발현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두 수종의 건조 스트레스와 회복 기간 중 생리활성물질의 양상이 확연히 다르게 나타났다.

상수리나무는 엽록소 함량 등 광합성 관련 지표가 변하지 않아 광합성 관련 요소는 손상을 보이지 않았으며, 수용성 당의 함량도 증가했다가 원래 수준으로 회복했다. 또한 식물에서 대표적인 스트레스 지표 물질인 말론디알데히드(Malondialdehyde) 함량이 증가하였으나 수분 재공급 후 회복됐다. 이로써 상수리나무는 건조 스트레스에 대한 전반적인 내성과 회복력이 지속적으로 우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대왕참나무는 광합성 관련 지표가 감소하였으며 건조 스트레스에 대해 적응성을 보였지만 표현형으로 심각한 잎의 시들음이 관찰됐고 여러 지표의 회복이 지연됐으며 수분 재공급 후 회복력도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조처리한 참나무의 전사체 분석 결과를 보면 대왕참나무가 상수리나무보다 많은 수의 유전자에서 발현양상이 변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건조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유전자 수가 상수리나무는 862개, 대왕참나무는 3947개이며, 건조 스트레스 회복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수는 상수리나무는 1076개, 대왕참나무는 1587개로 대왕참나무에서 더 많았다. 이 중에서 공통적으로 변화하는 유전자는 10% 미만에 불과했다. 따라서 건조 스트레스와 건조 회복 관련 유전자 모두 대왕참나무가 상수리나무보다 더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더불어 자당 및 전분 합성, 해당분해, 항산화효소 및 호르몬 합성과 관련된 유전자 또한 대왕참나무에서 더 많은 수를 차지했다.

두 수종 모두 건조에 반응한 유전자는 주로 발달, 발아, 성장 조절, 광합성 기관 보호 및 개화 시기 조절에 관한 것이었다. 수분 재공급 후에도 발현이 변화된 유전자는 주로 열충격 단백질, 호르몬 및 병원균과 관련 있는 유전자로 확인됐다.

이번 연구결과는 건조 스트레스에 의한 참나무의 표현형적, 유전적, 생리적 반응 및 수분 재공급 시 회복 정도에 관한 연구이다. 참나무의 건조 내성을 분석하기 위해 말론디알데히드, 과산화수소, 프롤린, 항산화효소 등 생리활성물질을 지표로 활용했다. 이번 연구를 통해 향후 수종별로 건조처리에 대한 반응기작 차이를 반영해 정밀한 지표선정 및 활용 체계를 확립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급격한 기후변화 속에서 환경에 맞는 적응 가능한 수목 선발의 기반이 될 것이다. 아울러 앞으로도 지속가능한 산림경영을 지원하기 위해 기후변화 적응력이 우수한 수목 육성 연구가 꾸준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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