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오 국립산림과학원 산사태연구과 산악기상연구실 임업연구관

유병오 국립산림과학원 임업연구관
유병오 국립산림과학원 임업연구관

[환경일보] 세계기상기구(WMO)는 80%의 확률로 2028년까지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 상승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전 지구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기후위기에 대한 위험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다. 또한 지속적인 기온 상승으로 극한의 건조현상이나 집중호우가 빈번하게 발생함에 따라 인적·경제적·사회적으로 다양한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

산림도 예외가 아니다. 봄철 장기간 건조현상으로 산불이 대형화될 뿐만 아니라 연중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여름철에는 집중호우와 강력한 태풍의 영향으로 산사태 피해가 대형화·집중화되는 양상도 보인다. 또한 폭염과 건조 스트레스로 소나무와 구상나무 등 우리나라 대표 수목들의 서식 환경이 위협받고 있다. 이러한 산림의 피해를 예방하고 방지하기 위해서는 산악지역의 정확한 기상·기후정보를 취득해 과학적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산악기상정보시스템’을 구축해 산악기상정보를 활용한 콘텐츠를 생산 후 제공하고 있다. /자료제공=국립산림과학원
국립산림과학원은 ‘산악기상정보시스템’을 구축해 산악기상정보를 활용한 콘텐츠를 생산 후 제공하고 있다. /자료제공=국립산림과학원

국민 안전과 숲을 지키는 산악기상관측망

일반적으로 알려진 날씨 정보란 주거지 등 생활권 인근에서 관측한 기상정보를 바탕으로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국토의 약 63%가 복잡한 산악지형으로 이뤄져 기상현상이 국지적으로 다르게 나타나며, 산지의 경우 일반 생활권보다 풍속은 최대 3배 세고, 강수량은 최대 2배 많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 산지에서는 기온, 강수량, 풍속의 변화가 크고 급격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생활권 기상정보만으로 산악지역의 날씨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따라서 산악지역의 기상정보를 정밀하게 관측하고 예측하는 것이 산사태·산불 등 산림재난을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대응하는 과학적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 만약 산악지역의 특수기상 정보를 반영해 산림재난 예측력을 80% 이상 높인다면, 산림피해를 10% 예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연간 200억 원 이상의 피해복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전국 주요 산악지역의 정확한 기상정보 관측을 위해 국립산림과학원은 2012년부터 산악기상관측망을 구축해 기온, 습도, 풍향·풍속, 강수량, 지면온도, 기압 등의 기상정보를 1분마다 실시간으로 관측하고 있다. 현재까지 전국 주요 산악지역 479개소의 산악기상관측망을 운영하고 있으며, 기상관측 유관 부처 및 지방자치단체 등과의 협력을 통해 2032년까지 620개소로 확대해 산림재난 대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산림이용객을 위한 산악날씨 및 등산쾌적지수 예보 /자료제공=국립산림과학원 
산림이용객을 위한 산악날씨 및 등산쾌적지수 예보 /자료제공=국립산림과학원 

산악기상 빅데이터 활용한 서비스 고도화

산악기상정보는 산림재난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도 활용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산악기상정보시스템’을 구축해 산악기상정보를 활용한 콘텐츠를 생산 후 제공하고 있다.

해당 시스템을 통해 봄철 주요 산림 수종의 개화시기 예측지도, 가을철 단풍 절정시기 예측지도, 안전한 산행 지원을 위한 등산쾌적지수 등 국민적 관심도가 높은 콘텐츠를 확인할 수 있다.

상세 기상예보 정보의 산불 활용 사례 /자료제공=국립산림과학원 
상세 기상예보 정보의 산불 활용 사례 /자료제공=국립산림과학원 

또한 국민 안전과 연관성이 높은 100대 명산 및 자연휴양림의 일출·일몰시간, 체감온도, 등산쾌적지수, 산불위험정보 등 상세 날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상세 날씨 정보는 향후 국가숲길과 등산로 등 산림을 이용하는 국민의 관심도가 높은 대상지로 서비스를 확대해 산악지역 날씨 정보의 사각지대를 해소할 예정이다.

산악기상관측망은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국내 유일 산림지역 기상관측 인프라다. 이를 통해 산사태, 산불, 산림병해충과 같은 산림재난 방지 및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장하고 산림이용객의 쾌적한 산림활동을 위해 필수적인 산악날씨 정보를 생산하고 있다. 나아가 산악날씨 정보를 바탕으로 폭염, 폭우, 가뭄 등과 같은 이상기상 현상을 정밀하고 상세하게 예측해 산악지역 맞춤형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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