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기피 시설에 주변 경관과 어우러진 편리함·새로움 더해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배장민

[환경일보] 바쁜 현대 사회에서 전기의 역할은 그 위상이 대단하다. 전기 없는 삶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물론, ‘옛날에는 전기 없이도 다 잘 살았어’라고 말씀하시는 어른들이 계실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제 정전이 2~3시간만 발생해도 많은 불편함이 발생한다. 

실제로 2011년 순환성 정전 사태를 돌이켜 봤을 때 단순히 불편한 수준을 넘어서 공장의 납품 계약 파기, 식당에서 식료품이 녹아 입은 피해, 대학 수시 원서 접수 마감 일자의 변경 등 많은 경제적, 사회적 피해가 발생했다. 이제 누구도 우리의 삶에 전기가 꼭 필요한 존재임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꼭 필요한 전기이지만, 관련된 설비들이 우리 집 근처로 오면 입장이 달라진다. 꼭 필요한 시설들이지만 거주지와 가까워지는 것을 반기는 사람은 극히 적다. ‘집값과 땅값을 떨어뜨리는 주된 범인’이라는 인식은 씻어 내기 어려운 전력 설비의 모습이다. 이런 점을 인식한 전력 산업계 기업들은 전기공학에 예술을 더해 아름다움을 드러냈다. 자칫 딱딱하고 흉물로 여겨질 수 있는 설비들의 장점을 극대화해 전기 사용은 더욱 효율적으로, 하지만 심미적인 우수성이 드러나도록 설계했다.

발전 및 송전 계통에 입힌 미학

서울발전본부 전경 /사진출처=한국중부발전
서울발전본부 전경 /사진출처=한국중부발전

첫 번째는 한국중부발전 소속 서울발전본부이다. 서울발전본부는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과거 당인리 화력발전소 자리에 새로 만들어진 발전소이다. 당인리 화력발전소는 1930년에 지어진 대한민국의 첫 화력발전소였으며, 2019년 서울발전본부로 탈바꿈하기 전까지 긴 시간 동안 전력 생산을 맡아 왔다. 하지만, 도심 내 화력발전소가 미치는 환경오염이 상당했고 0.02%라는 현저히 낮은 전력 자립도 또한 문제가 됐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LNG를 사용한 복합화력발전소로 탈바꿈하며 과감하게 지하화했다.

지하화된 발전소 위의 지상 공간에는 한강 변이 보이는 공원인 ‘마포새빛문화숲’이 만들어졌고, 수영장, 풋살장, 공연장 등 주민들을 위한 복지시설이 제공됐다. 전기의 생산은 물론 지역난방 또한 가능한 발전소인지라 주민들에게 쉼터가 됨은 물론 저렴하게 에너지를 공급하도록 설계됐다. 서울시 370만 가구의 절반이 사용할 수 있는 대규모의 전력을 생산하면서도 주민들에게 편안한 공간을 제공하는 서울발전본부는 도시 미학과 전기공학이 합쳐진 예시이다.

The Land of Giants, Proposal for 2018 Pyeongchang Olympics, Korea /사진출처=Choi+Shine Architects
The Land of Giants, Proposal for 2018 Pyeongchang Olympics, Korea /사진출처=Choi+Shine Architects

두 번째는 Choi+Shine Architects의 'The Land of Giants' 송전탑 작품이다. 이는 실제로 존재하는 송전탑은 아니지만, 국가별 자연경관에 맞게 디자인된 아이디어 작품이다. 자칫 흉물로 여겨질 수 있는 송전탑을, 사람을 형상으로 재미있게 표현한 것이 매력이다. 특히 한국인 최진 작가가 디자인했고,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기념해 평창에서의 송전탑 모습을 드러낸 것이 인상 깊다.

건축과 하나 된 전기공학

건축에서도 전기공학은 아름다움을 준다. 특히, 제로에너지빌딩이나 태양광 패널 설치로 일부 전력을 조달하길 희망하는 기업들이나 공장에서 많이 찾을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에 위치한 한화빌딩이 있다.

한화빌딩은 세계초고층도시건축학회(Council on Tall Buildings and Urban Habitat, CTBUH)가 주최한 ‘2021 Tall+Urban Innovation’ 컨퍼런스에서 리노베이션 부문 대상으로 선정된 건물로, 2016년 3월부터 2019년 11월까지 45개월간 리모델링을 거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친환경 빌딩이다. 자칫 유리창으로만 보일 수 있으나, 유리창과 유리창 사이에 태양광 패널을 넣어 건물의 에너지 일부를 친환경적으로 얻을 수 있게 했다. 청계천을 산책하면서 볼 수 있는 독특하고 아름다운 건물로, 전기공학이 건물에 적용된 우수한 사례로 볼 수 있다.

한화빌딩 전경(왼쪽)과 야경 /사진출처=한화그룹
한화빌딩 전경(왼쪽)과 야경 /사진출처=한화그룹

흉물이 아닌 예술로, 전기공학의 확장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은 자연의 이치이다. 우리 속담에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는 속담도 있지 않은가? 미적 요소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며, 따라서 여러 분야에서 기술력과 함께 심미적 요소를 극대화할 수 있는 많은 아이디어를 요구하고 있다.

전기공학 역시 단순히 에너지를 제공하는 역할을 넘어 주변 경관과 환경적 요소를 고려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다만, 지리적·경제적 여건 등의 현실에 언제 상용화가 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하지만, 불투명하기 때문에 더욱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솟아 나오고 다른 아이디어와 결합해 더 좋은 결과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편리함을 더해 새로움을 제공한다는 공학의 의의에 맞게, 편리함을 넘어서 그 이상의 감동을 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글 /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배장민 baejjirimat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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