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초월 기후재난··· 국가별 탈탄소 정책 추진 넘어 국제 연대·협력은 필수
[환경일보] 지난 1월 7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기록적인 피해를 남기며 기후변화가 초래하는 재난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일깨웠다. 극한의 가뭄과 강풍 속에서 3주 이상 지속된 이 산불은 24일 만에 겨우 진압됐고, 수만명이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고 이재민이 됐다. 이번 산불은 1만8000채가 넘는 주택과 건물을 파괴해 경제적 피해 규모 면에서 역대 최악의 산불로 기록됐으며, 대기오염 심화에 의한 호흡기 질환 증가 등의 2차 피해도 유발했다.
LA가 위치한 남부 캘리포니아 지역은 여름에 고온 건조하고, 겨울에는 비가 자주 내려 온난 다습한 지중해성 기후를 띤다. 따라서 산불이 발생한 1월은 우기에 해당하지만, 최근 2022년과 2025년 사이의 겨울철 강수량에서 큰 변화가 나타났다. 최근 3개월간 LA 카운티의 강수량은 매우 낮았으며, LA 국유림의 이튼 댐 관측소에서는 2024년 10월부터 2025년 1월 14일까지 누적 강수량이 2.3mm에 불과했다. 이는 같은 기간 평균치인 521.5mm에 비해 약 228분의 1 수준이다. 퍼시픽 팰리세이즈 지역에서도 누적 강수량이 5.08mm로, 역대 평균치인 421.6mm와 비교하면 약 8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러한 기후변화로 인해 LA 카운티 내 기상학자들은 이번 겨울을 기록상 역대 10위 안에 드는 건조한 우기 중 하나로 평가한다. 이에 따라 가뭄이 심화되면서, 토양과 식생이 극도로 건조해져 산불 발생 위험이 증가했다. 여기에 원래 이 지역 겨울에 부는 국지성 강풍인 산타아나 강풍(Santa Ana Winds)까지 합세해 40년 동안 미국 캘리포니아주 도시 지역에서 발생한 가장 큰 화재를 야기했다.
이처럼 이상기후 현상은 재난 위험성을 증폭시키는데, 최근 이러한 현상이 점점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특히 중부 유럽, 동아프리카, 미국에서는 가뭄이 지속된 후 폭우가 쏟아지거나, 홍수가 발생한 뒤 가뭄과 화재가 잇따르는 현상이 관찰된다. 이러한 현상은 기후 위플래시(hydroclimate whiplash)라고 불리며, 지구온난화로 인해 발생한다. 기온 상승으로 인해 수분 증발량이 증가해 지면에서는 가뭄이 발생하지만, 대기에는 더 많은 수분을 흡수할 수 있는 대기 스펀지가 형성돼 가뭄을 악화시킨다. 이 스펀지가 일정 수준 이상의 수분을 흡수하면 결국 폭우를 쏟아낸다. 가뭄과 폭우가 번갈아 발생하는 이유는 이와 같은 대기 스펀지의 작용 때문이다.

이상기후 현상을 막기 위해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선언과 탈탄소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기후위기의 진행 속도는 이를 초월하고 있다. 영국 보험계리사협회(IFoA)와 영국 엑시터대 연구진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수준의 탈탄소 정책이 유지될 경우 2070~2090년 사이 지구 인구의 50%가 사망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산불, 홍수, 가뭄 등의 자연재해뿐만 아니라 식량 부족, 대규모 이주, 국가 붕괴 등의 사회적 혼란이 겹쳐 최악의 상황을 초래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연구진은 기후변화 대응을 가속화한다면 피해 규모를 50배 이상 줄일 수 있으며, 2050년까지 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을 1.5℃로 제한하면 인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지난 1월 20일, 트럼프 대통령은 재취임과 동시에 파리협정 탈퇴 행정명령에 다시 서명했다. 이는 지난 임기에 이어 두 번째 탈퇴로, 미국의 기후변화 대응이 후퇴할 가능성을 현실화하는 것이다. 파리협정 탈퇴 결정 반복으로 인해 국제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도 차질이 생길 것이며, 이는 가뭄과 산불, 폭염 등 기후재난의 악화를 초래할 것이다.
기후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국가별 정책을 넘어선 강력한 국제적 협력이 요구된다. 기후변화 대응이 정권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 추진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또한, 선진국들의 탄소 감축 노력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의 친환경 정책 전환을 지원하는 글로벌 차원의 협력이 강화돼야 한다. 기후변화의 영향은 국경을 초월해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경을 넘어선 연대와 협력이 필요하다.
<글 /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맹주현 mjh246810@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