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순환과 환경 보호를 동시에 실현할 바이오침출 기술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김예은

[환경일보] 배터리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폐배터리 발생량도 증가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폐배터리 배출 규모는 2021년 1075개에서 2025년 3만1696개로 약 30배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연히 폐배터리를 처리하는 방법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되고 있는데, 폐배터리는 리튬, 코발트, 니켈 등 금속 자원을 포함하고 있어 일반적인 쓰레기 처리 방식으로는 어렵다. 화재의 위험성도 있고, 오염물질을 배출하기 때문이다. 또한, 배터리 속 금속 자원의 경우 희귀 광물로, 대부분 외국에서 수입되고 있어 새로이 채굴하는 것보다 폐배터리 내의 소재들을 회수하는 것이 더욱 경제적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폐배터리는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폐배터리는 남은 수명에 따라서 재사용과 재활용으로 활용 방식이 달라지는데, 재사용은 말 그대로 폐배터리를 재사용하는 방법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남은 수명이 65% 이상인 폐배터리는 에너지 저장 장치(ESS)나 무정전 전원 장치(UPS)로 재사용된다. 반면, 재활용의 경우는 전처리 공정과 습식 혹은 건식의 후처리 공정을 통해 배터리 내의 가치 있는 금속을 추출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사용되는 화학물질의 화학반응으로 인해 오염물질이 발생한다.

환경 오염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배터리 내의 금속들을 추출할 방법은 없을까? 미생물을 이용해 금속을 녹여내는 ‘바이오침출’ 기술이 배터리 재활용에서의 환경 오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침출이란 고체를 액체에 녹여 흘러나오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바이오침출(bioleaching)은 특정한 미생물을 이용해 금속을 추출하는 과정이다. 미생물은 신진대사에 필요한 에너지를 금속으로부터 얻기도 하는데,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산화환원 반응을 통해 금속이 용해된다. 바이오침출은 미생물의 이러한 금속 용해 능력을 이용해 광석이나 폐기물에서 금속을 추출하는 방법이다. 이 기술은 화학 약품을 사용하는 기존의 침출 기술과 비교했을 때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으며, 비교적 적은 에너지와 비용으로 금속을 뽑아낼 수 있다.

이러한 바이오침출 기술을 활용한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핀란드의 테라페임(Terrafame)사가 있다. 테라페임은 미생물을 이용한 바이오침출 공정을 통해 배터리 양극재를 만드는 데 쓰이는 핵심 소재인 황산니켈을 생산한다. 이러한 공정은 타사 제품의 평균치에 비해 탄소발자국이 60% 낮고, 산업 평균보다 90% 적은 에너지가 들며,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40%, 아황산가스 배출량은 2%, 에너지 소비량은 20% 적다.

친환경적인 방법으로의 폐배터리 재활용은 지속가능한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필수적이다. /사진=환경일보DB
친환경적인 방법으로의 폐배터리 재활용은 지속가능한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필수적이다. /사진=환경일보DB

우리나라에서도 폐배터리에서 금속 자원을 추출할 수 있는 미생물 3종이 발견됐다.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은 경상북도의 한 폐광산에서 전기차 등에 사용된 폐배터리의 핵심 광물인 리튬, 니켈, 망간, 코발트 등의 핵심 광물을 친환경적으로 환원할 수 있는 미생물 3종을 2023년 발견하고, 이들 미생물의 금속 자원 추출 및 분리 가능성을 최근 확인했다고 밝혔다.

환경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국립생물자원관은 전북대 안준모·황국화 교수 연구진, 군산대 이효정 교수 연구진과 함께 리튬이온배터리 양극의 재료로 활용되는 양극활물질을 미생물이 활성화된 용액에서 24시간 동안 침출한 결과, 핵심 광물인 리튬, 니켈, 망간 및 코발트가 95% 이상 분리되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에서 사용된 미생물은 애시디싸이오바실러스(Acidithiobac illus) 속에 속하는 2종과 페로액시디바실러스(Ferroacidibacillus) 속에 속하는 1종이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이번 연구 결과를 바이오침출과 관련된 특허로 출원하고 실증화를 위한 후속 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친환경적인 방법으로의 폐배터리 재활용은 지속가능한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필수적이다. 기존 자동차의 친환경적인 대안으로 주목받아 온 것이 전기차인 만큼, 전기차에서 발생한 폐배터리 재활용 또한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재활용 공정에서 오히려 환경 오염이 발생한다면 배터리를 재활용하는 것의 의의를 잃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바이오침출 기술은 배터리 재활용에 있어서 환경 보호와 자원 효율성을 동시에 달성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실제로 산업에서 활용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아직은 연구 결과만 있을 뿐 바이오침출 기술을 활용한 사례가 적으며, 반응 시간 문제와 미생물의 대량 확보 및 관리 등의 과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기술은 기존의 화학적 방법보다 환경 오염을 최소화하고 경제적인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분명한 장점이 있다. 앞으로 지속적인 연구와 투자가 뒷받침돼 이러한 과제들이 해결된다면, 바이오침출 기술은 골칫거리였던 폐배터리 재활용 문제의 친환경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침출 기술이 폐배터리 재활용의 핵심 기술로 자리 잡아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자원순환 및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길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글 /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김예은 ynuee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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