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배터리 탐방기2] 한국 기업 주력 NCM 배터리, LFP 배터리 유행 따른 대책 찾아야
[환경일보] 최근 높은 전기차 가격, 인프라 부족, 화재 안전성, 보조금 축소 등의 복합적인 원인에 따라 전기차 수요가 둔화하는 전기차 캐즘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배터리 업계가 어려워졌다. 여기에 한국 기업이 주력하는 NCM(삼원계) 배터리가 더 저렴하고 안정성이 높은 중국 기업이 주력하는 LFP 배터리에 밀리고 있어 한국 배터리는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LFP 배터리는 한국이 주력하는 NCM에 비해 성능이 낮은 대신 안정성이 높고 저렴하다. 과거에는 NCM 배터리의 인기가 많았으나, 2020년대에 들어서 배터리의 성능이 전체적으로 상향됨에 따라 저렴한 LFP 배터리의 선호가 높아졌다. 이에 테슬라, 포드 등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들이 LFP 배터리의 사용 비중을 늘리며 LFP의 입지는 넓어지고 반대로 NCM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
NCM 배터리 시장은 이대로 계속 작아질까? 그러한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으나, 한 가지 변수가 존재한다. 바로 폐배터리 재활용이다. LFP 배터리는 구조적으로 안정해 소재 분리가 쉽지 않고 기존 NCM의 재활용 기술을 LFP 배터리에 적용하기 어려워 재활용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실제로 2023년이 돼서 최초로 LFP 배터리의 재활용이 처음 이뤄졌으며, 재활용 여부는 지금의 배터리 시장 판도를 바꿔 놓을 체인저로, 우리나라에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대두되는 중요성에 따라 이번 인터배터리2025에서 작년 행사에 비해 배터리 재활용 기술의 비중이 커졌다. 각 기업의 폐배터리 재활용 현황과 비전을 확인할 수 있는 부스도 많아졌졌고, 재활용의 과정이나 결과물을 시각적으로 나타낸 부스도 찾기 어렵지 않았다. 이러한 판을 뒤엎을 기술에 대해, 이번 행사에서 대두된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가장 먼저, LG계열사의 배터리 재활용 전시 비중이 높아졌음 확인할 수 있었다. LG화학에서는 배터리 재활용 산업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재활용 원료를 사용했을 때의 배터리의 생애 주기 전 과정에서의 장점을 보여줬으며, 리사이클 사업에서의 셀 제조사 및 완성차 업체와의 협력, 차세대 배터리에 적합한 재활용 공정 추구라는 지향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인터배터리에서 처음으로 배터리에서 버려지는 재료를 업사이클링 한 제품을 선보였다. 분리막을 업사이클링 해 만든 태블릿, 북커버 파우치와 크로스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업사이클링을 통해 의류를 만드는 브랜드와 협업해 버려지는 분리막으로 디자인한 옷을 전시했다.

반도체와 디지털 산업이 성행하며 전자 폐기물인 E-waste 문제가 떠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고려아연은 이를 재활용해 배터리 부품을 만들고 있다. 고려아연이 폐전자제품을 구매해 자회사인 KZAM이 이의 제련을 통해 순도 높은 구리인 전기동을 생산한다. 이후 자회사 특허 기술 Atomizing 공법으로 전기동으로부터 고순도 황산구리 용액을 만들고, 여기에서 구리를 추출해 최종적으로 배터리 부품인 동박을 제조한다.
동박은 배터리 외에도 반도체, 전자기기 등 여러 분야에 쓰여 중요하면서도 이 중요성을 한국이 가장 잘 알고 있어 이러한 산업은 전자 쓰레기를 줄일 뿐 아니라 한국의 여러 산업에 직·간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아이에스동서는 원재료 회수로부터 실제 재활용 단계인 전·후처리를 지나 소재를 공급하기까지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밸류체인을 완성했음을 강조했다. 원재료 회수와 전·후처리는 계열사가 진행하며 소재를 추출한 후 배터리 제조사나 소재 회사에 공급하는 방식이다. 이를 나타내는 전체 로드맵이 부스에 전시돼 있었으며, 각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가루나 소재가 전시돼 있었다.
폐배터리 재활용은 배터리 산업에서 상대적으로 개발 초기의 분야이기에 전 과정을 다루기는 쉽지 않은 것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면에서 배터리 재활용의 모든 과정을 담당하는 기업이 등장했다는 것은 고무적으로 볼 수 있다.

다원화학은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제1 사업으로 하고 있다. 현재 설립된 지 5년도 되지 않았음에도 폐배터리 수거부터 용매나 파우더로 원자재를 추출할 때까지의 모든 과정을 담당하고 있다. 이렇듯 발전 속도가 빠른 이유 중 하나는 폐배터리 사업을 부수적인 사업이 아니라 주요한 사업으로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기업뿐 아니라 다른 기업도 배터리 제조와 비교했을 때 재활용의 관심도가 적은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이를 주력으로 하는 기업이 여럿 나타난다면 배터리 재활용의 주도권을 잡기 더 쉬워질 것이다.

그러나, 배터리 재활용은 진입 장벽이 높고 입문하기 어려운 산업이다. 하지만 꼭 폐배터리 재활용의 일부나 전체 과정을 직접 담당할 필요는 없다. 성안기계는 배터리 재활용 과정 중 일부인 분쇄, 파쇄 등에 필요한 기계를 재활용을 담당하는 기업에 판매하고 있다. 이렇듯 배터리 재활용 산업에 참여하는 것이 부담되는 상황에서 꼭 재활용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실천 기업을 매개하는 것도 재활용 산업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주력 사업이 아닌 부수적인 사업으로도 이러한 기업이 많아진다면 배터리 재활용 산업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언급했듯, LFP 배터리는 삼원계 배터리와 비교했을 때 재활용이 어렵다. 아직 초기 LFP 배터리의 수명이 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LFP 배터리가 어떤 미래를 맞이할지 알 수 없다. 앞으로 폐기되는 LFP 배터리의 수는 늘어날 것이고, 그 증가 폭은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이다. 아직 LFP 배터리의 재활용 기술은 세계적으로 개발 초기 단계도 오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큰 폭은 아닐 수도 있겠지만, 이의 주도권을 누가 가져오는지가 추후 배터리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 더구나, 우리나라 기업이 한 방향이 아닌 여러 방향으로 재활용을 담당하고 있어 재활용 기술이 유행한다면 한국이 그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확률이 더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비록 우리는 LFP 배터리의 흥행 등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지만, 판도를 바꾸는 길은 존재한다. 기업은 산업 동향을 잘 파악해 LFP 배터리 재활용 기술에 투자하거나 삼원계 배터리가 재유행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현재 침체기를 겪고 있지만, 우리나라 배터리가 이 상황을 극복하고 다시 올라가는 날을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