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익 파트너 변호사(법무법인 케이씨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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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일보] 대한민국 헌법은 모든 국민이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토와 자원은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대한민국은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이러한 아름다운 규정들은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의 주권자인 국민의 뜻에 따라, 그리고 오로지 국민의 뜻에 따를 때 구체적 실현수단이 마련되고 정당성이 확보된다.

그래서 환경민주주의다. 우리가 숨 쉬고 살아가는 지하, 지표, 해양, 지상은 모두 자연환경이며, 맑은 공기, 깨끗한 물, 토양, 폐기물, 화학물질 등 일상생활과 연결된 요소는 생활환경이라 부른다. 그러나 이러한 환경이 오염되고 훼손되는 문제는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충분히 대변되지 못하고 있다. 국민들은 환경에 관한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없고, 정책 결정과정에 실질적인 참여를 보장받지 못한다. 환경적 혜택과 부담은 공평하게 나누어지지 않는다. 환경오염과 환경훼손으로 인한 피해는 공정하게 구제받지 못하여 그대로 ‘증발’해버리곤 한다. 이것이 환경정의의 현 상태이다.

1998년, 덴마크 오르후스에서 국제사회는 ‘정보에의 접근’, ‘의사결정에의 시민 참가’, ‘사법절차에의 접근’이라는 세 가지 권리를 핵심으로 하는 협약(Aarhus Convention)을 채택했다. 이는 현세대와 미래세대 모두의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권을 보호하기 위한 국제 기준이며, 우리나라는 아직 이 협약에 가입하지 않았다.

협약은 먼저 시민 누구나 이해관계를 증명하지 않고도 환경정보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공공기관은 인간의 건강이나 환경에 급박한 위험이 초래될 경우 손해를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정보를 신속히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또한 환경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책이나 사업은 초기 단계부터 공중의 참여가 가능하도록 해야 하며, 행정규칙이나 법적 구속력 있는 규정을 마련할 때에도 선택가능성이 열려 있는 시점부터 실질적 참여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이뿐만 아니라 정보공개가 거부되거나 참여 절차가 침해된 경우, 시민은 독립적이고 공정한 기관을 통한 심사를 받을 권리를 가져야 한다. 공공기관의 작위·부작위나 환경법규 위반에 대해서도 행정적·사법적 절차를 통한 구제 접근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특히 오르후스 협약은 일정 요건을 갖춘 환경단체에게도 ‘충분한 이익(sufficient interest)’을 인정함으로써,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더라도 단체에 의한 환경소송이 가능하도록 하는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

2025년, 대한민국은 어떤 상황인가. 내 삶의 터전에서 어떤 유해물질이 배출되고 있는지, 어떤 오염 상태를 감수하며 살아가고 있는지조차 알지 못한 채 살아간다. 현대 사회의 유해물질은 단순히 색이나 냄새로 구별되지 않는다. 새로운 개발 사업으로 인한 환경영향을 줄이기 위해 사업계획은 어떻게 조정되고 있는지, 환경영향은 어떻게 측정되고 관리되는지조차 시민은 감시하거나 참여할 수 없다. 한정된 국토의 공간들을 지속가능하게 이용하기 위한 일반 국민의 목소리는 먼지처럼 흩어진다.

환경오염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해도, 피해자 개인이 과학적 증거와 입증을 통해 특정 시설로부터 발생한 것임을 밝혀야 한다. 그 과정에서 인과관계를 증명하지 못하면, 누군가의 불법행위에 의해 발생한 환경오염임에도 불구하고 결국 ‘증발’해버리고 만다. 더 나아가 자연이 입은 피해는 그 권리가 인정되지 않아 누구도 소송의 주체가 될 수 없다. 생태계 질서의 교란, 자연경관의 훼손 등 자연환경의 본래 기능에 중대한 손상이 생겨도, 이는 무주물(無主物)처럼 방치된다.

2025년,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어느 시인은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다”고 했다. 우리는 여기 함께 살아가고 있고, 서로 기대어 있다. 환경민주주의는 이제 선언이 아니라, 정보공개, 정책참여, 피해구제라는 세 개의 기둥 위에 세워야 할 우리의 현재 과제다.

‘정비공’은 이 세상에 ‘비밀은 없다’, ‘공짜도 없다’ 그리고 ‘정답도 없다’라는 말의 앞 글자로 만들어졌다. 황성익 변호사는 환경과 관련한 우리 사회의 이슈들을 정비할 수 있는 주제로 소통을 계속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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