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발성에 그친 ‘일쓰컵끼리’ 캠페인··· 작지만 강한 변화 확인
저렴해진 커피에 더 무거워진 환경, 분리배출 문화 정착 필요

문준호 객원기자
문준호 객원기자

[환경일보] 최근 국내 카페 시장에서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저가 커피 브랜드의 급속한 성장이다. 오픈서베이에서 발표한 ‘카페 트렌드 리포트 2024’에 따르면, 최근 한 달 내 소비자들이 이용한 카페 유형 중 소형·저가 프랜차이즈 카페가 80.2%로, 대형·고가 프랜차이즈 카페(78.6%)를 처음으로 앞질렀다. 단순 이용률뿐만 아니라, 소형·저가 카페의 월평균 이용 빈도도 약 7회로 나타나, 고가 브랜드에 비해 훨씬 자주 찾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소비의 변화, 커피 문화의 변화를 이끌다

특히 메가커피와 컴포즈커피와 같은 대표적인 저가 브랜드는 신규 고객 유입률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2024년 기준, 메가커피는 46.0%, 컴포즈커피는 45.5%의 높은 신규 유입 비율로 스타벅스(27.0%)와 투썸플레이스(17.5%)를 크게 앞질렀다. 이는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가격을 추구하면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을 경험할 수 있는 브랜드를 선호하는 현상이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프랜차이즈 카페 브랜드별 월평균 이용 빈도 및 변화 /자료출처=오픈서베이 카페 트렌드 리포트 2024
프랜차이즈 카페 브랜드별 월평균 이용 빈도 및 변화 /자료출처=오픈서베이 카페 트렌드 리포트 2024

한편, 고가 커피 브랜드의 이용 빈도는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이는 저가 브랜드가 고가 브랜드의 주요 고객층을 흡수하면서 대체 구매 채널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같은 리포트에서 소비자 15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120명이 기존 고가 브랜드 이용을 중단했고, 이 중 62.5%는 소형·저가 프랜차이즈 카페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저가 브랜드가 기존 고가 브랜드의 충성 고객층까지 일부 흡수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결국, 카페 시장은 소비자의 합리적 소비 경향과 브랜드에 대한 가치 재평가가 맞물리면서 변화를 맞고 있다. 고가 브랜드가 프리미엄 이미지를 유지하는 전략 외에도, 변화된 소비자 니즈에 대응하는 방향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동시에 저가 브랜드는 가격 이점 외에도 지속 가능한 품질과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하며, 새로운 커피 문화의 흐름을 선도하고 있다.

커피는 마셨지만, 분리배출은 잊었다

컵홀더와 분리되지 않은 채 쌓여 있는 일회용 컵들 /사진출처=아주대 학보
컵홀더와 분리되지 않은 채 쌓여 있는 일회용 컵들 /사진출처=아주대 학보

최근 저가 커피 브랜드의 성장으로 인해 대학생들이 부담 없이 커피숍을 찾는 일이 일상화됐다. 캠퍼스를 걷다 보면 테이크아웃 잔을 손에 든 학생들을 쉽게 볼 수 있으며, 이는 카페 문화가 대학가에 깊이 스며들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러한 문화의 그림자 속에는 ‘분리배출 미흡’이라는 심각한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대학 캠퍼스 곳곳에 마련된 쓰레기통에는 컵홀더, 빨대, 뚜껑이 분리되지 않은 채 그대로 버려진 일회용 컵들이 수북이 쌓여 있다. 특히 시험 기간에는 평소보다 더 많은 일회용 음료 컵이 소비되며, 쓰레기통이 넘쳐나는 장면도 쉽게 목격된다. 분리수거의 원칙이 무시된 채 무분별하게 버려지는 일회용품들은 결국 재활용률을 떨어뜨리고, 처리 비용과 환경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일쓰컵끼리’, 캠퍼스를 바꾸는 작지만 강한 움직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대학가에서는 새로운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다. 바로 ‘일쓰컵끼리’ 캠페인이다. 이 캠페인은 ‘일회용 쓰레기 컵끼리 모이자’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컵홀더, 음료 컵, 뚜껑 및 빨대를 분리 배출할 수 있는 전용 수거함을 통해 즐거운 분리배출 문화를 확산시키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광진구청과 협업한 ‘일쓰컵끼리’ 캠페인 /자료출처=광진구청 페이스북
광진구청과 협업한 ‘일쓰컵끼리’ 캠페인 /자료출처=광진구청 페이스북

‘일쓰컵끼리’ 캠페인은 2024년 10월 14일부터 한 달간 세종대학교에서 시범 운영됐고, 집현관, 광개토관, 학술정보원 등 학생들의 주요 이동 동선에 수거함이 설치됐다. 단순히 수거함을 설치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캠페인 참여 인증을 유도하며 SNS 기반의 자연스러운 바이럴 효과도 함께 꾀했다. 그 결과 많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캠페인에 동참했고, 광진구청 또한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여 공식 SNS 계정에서 해당 캠페인을 홍보하기도 했다.

‘일쓰컵끼리’는 단순한 환경 캠페인을 넘어, 학생 개개인의 생활 습관에 작은 변화를 유도하는 사례로 주목받는다. 이제는 커피를 마시는 일상 속에서도 ‘분리배출’이라는 작은 책임감을 함께 담아야 할 때다. 캠퍼스 환경을 지키는 첫걸음은 그렇게, 컵 하나를 나누어 버리는 작은 실천에서부터 시작된다.

‘일쓰컵끼리’, 작은 실천이 만든 조용한 변화

‘일쓰컵끼리’ 캠페인의 가장 큰 성과는 단순한 수치를 넘어,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긍정적인 변화에 있었다. 비록 공식적인 수치로 효과를 계량화하진 못했지만, 세종대학교 내 재활용 구역을 살펴보면 그 변화는 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전에는 컵홀더와 음료 컵, 뚜껑이 분리되지 않은 채 버려진 일회용 컵들이 쓰레기통을 가득 채우는 모습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이번 중간고사 기간에는 비교적 깔끔하게 정리된 재활용 공간이 눈에 띄었고, 이는 캠페인의 실제 효과를 증명하는 하나의 현장 증언이 됐다.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박정훈 학생은 “시험 기간마다 학교 곳곳에 일회용 컵이 컵홀더와 분리되지 않은 채 쌓인 모습을 자주 봤는데, 이번에는 그런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기획자분들이 정말 대단한 것 같다”며 캠페인에 대한 칭찬과 존경을 아끼지 않았다. 이처럼 캠페인은 학생들 사이에서 환경 인식에 대한 자발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의미 있는 첫걸음을 내디뎠다.

작은 변화를 이끌어 낸 일쓰컵끼리 캠페인 /사진=문준호 객원기자
작은 변화를 이끌어 낸 일쓰컵끼리 캠페인 /사진=문준호 객원기자

하지만 ‘일쓰컵끼리’ 캠페인이 완벽했던 것은 아니다. 본래는 서울 소재 10개 대학과 협업해 보다 넓은 범위에서 운영될 계획이었으나, 실행 과정에서 여러 현실적인 제약에 부딪혔다. 수거함의 지속적인 관리 문제, 진행 결과에 대한 통계 수집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캠페인은 세종대학교에서 한 달간 운영된 후 종료됐다. 

캠페인을 기획한 세종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김세현 학생은 “시험 기간마다 무분별하게 버려지는 컵 쓰레기를 보고 올바르게 분리배출 하게 만들 방법을 고민하다가 ‘일쓰컵끼리’라는 캐릭터를 떠올렸다. 지속되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아이디어를 재미있게 받아들여 동참해 준 학우들 덕분에 보람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도 캠퍼스 안에서 올바른 분리배출 문화가 정착되기를 바란다”는 소망을 덧붙였다.

비록 단발성 캠페인에 그쳤지만, ‘일쓰컵끼리’는 분리수거라는 일상적인 행동을 유쾌하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재해석한 좋은 사례다. 이러한 작은 움직임들이 모여 언젠가는 모든 대학생이 당연하게 실천하는 즐거운 분리배출 문화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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