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나들이 시리즈 8-1] 사람들이 알아가도록 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환경일보] 어린 시절부터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자”는 말을 셀 수 없이 들어왔다. 지금까지 정부나 환경단체는 우리에게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자고 제시했지만, 이는 일상생활에서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줄여야 할 뿐 더 쉽게 실천할 환경이 만들어지지는 않았다. 그런데 최근 몇몇 장소에서 다회용기가 등장하면서 이러한 방향성이 구체화됐다. 대표적인 장소가 바로 한강이다.
한강에 도입된 다회용기
2023년 개최된 ‘잠수교 뚜벅뚜벅 축제’의 푸드트럭에서 한강 최초로 다회용기를 배부했다. 이에 힘입어 2024년 9월, 뚝섬한강공원에서는 2개의 다회용기 반납함을 설치했으며, 최초로 다회용기 한강 배달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는 한시적인 것이 아니라 최초의 상시적 다회용기 배달 운영이라는 의의를 가진다. 그리고 2025년 4월, 여의도한강공원에 3개를 신규 설치함으로써 시행 지역을 여의도로 확대해 현재의 반납 체제를 갖췄다.

한강 다회용기는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배달할 수 있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는 검색창에 다회용기를 검색하면, ‘요기요’와 ‘땡겨요’는 메인 화면에 다회용기 카테고리에 들어가면 된다. 이후 결제 직전에 다회용기 배달 항목을 선택한 후 배달이 오면 배달 존으로 가서 다회용기에 담긴 음식을 받을 수 있다. 다 먹으면 다회용기 반납함에 직접 반납하면 된다. 이후 다회용기 수거 업체가 수거함으로써 다시 사용할 수 있다.
한강 다회용기를 보편화하려는 마음, 그러나···
실제로 많은 사람이 다회용기를 사용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여의도·반포 ·뚝섬등 한강공원을 직접 찾아갔다. 본래 목적은 다회용기 사용자를 인터뷰해 다회용기로 배달시킨 이유와 다회용기 배달을 알게 된 경로 등을 듣고자 했으나, 공원 전역에서 다회용기 배달 이용객을 단 한 명도 찾을 수 없었다.
이후 다회용기 반납함 내부를 살펴봤다. 그런데 이 안에도 반납된 다회용기가 많아야 2개였고, 한 개도 없는 반납함도 있었다. 이러한 상황은 취재진의 생각, 다회용기이용을 권장하는 현수막의 적극성에 비해 이용률이 저조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상황이 왜 일어났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알기도, 하기도 어려운 다회용기 배달
다회용기 사용률이 적은 가장 큰 이유는 이용객들의 인식이 낮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 다회용기 배달을 제공하는 4개의 배달 앱 중 두 앱은 검색을 통해 배달해야 한다. 이는 다회용기 배달이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은 절대 이를 진행할 수 없다. 나머지 두 앱도 쉽지만은 않다. 이 앱은 메인 화면에서 ‘더보기’를 클릭해야 다회용기 항목이 나오기 때문이다. 간편함을 이유로 배달을 시키는 우리가 더보기 항목을 클릭할 확률이 얼마나 될까? 이렇듯 홍보도 적고 배달 앱으로 다회용기 배달을 찾기도 힘들어 이를 아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울시가 배달 앱이 다회용기 배달을 더 홍보하도록 장려하는 것도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알림 창을 이용하거나 다회용기 항목을 눈에 잘 띄는 곳에 배치한면 더 많은 사람이 관심을 두고 볼 것이다. 같은 비용과 불편의 정도라면 환경을 지키는 선택지를 고르는 사람이 많아 다회용기 배달이 있음을 홍보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수단이 된다고 본다.

기껏 다회용기 배달 항목을 찾았지만, 이에 관한 절차가 복잡하다는 문제가 지적된다. 배달을 위해 맛, 토핑, 수저 제공 여부 등 다양한 선택지가 있고 이의 절차에 다회용기 배달 항목이 포함돼 있다. 다회용기 배달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면 다양한 선택지에 다회용기 배달 여부를 신경 쓰기는 어렵다. 따라서 너무 많은 선택지와 함께 있는 것도 하나의 걸림돌이 된다.
이럴 때는 사람들이 다회용기 항목을 꼭 선택하게 해야 한다. 이 항목을 필수로 두는 것이 대표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이 항목을 다른 섹션에 분리할 수도 있다. 현재 서울시에서 다회용기로 주문하면 포인트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는 탄소중립 홈페이지에 가입하고 별도로 적립해야 가능하다. 이를 배달 앱을 통해 자동으로 적립되게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다회용기 배달, 불편함까지 동반할 수 있어
또 다른 원인으로는 적은 개수에 따른 불편함이다. 앞서 언급했듯, 여의도한강공원에는 3개의 다회용기 반납함이, 뚝섬한강공원에는 2개의 다회용기 반납함이 있다. 두 공원 모두 반납함의 수가 턱없이 적다. 일부 시민은 다회용기를 반납하러 몇 백 미터 이상을 가야 할 수도 있다.
이를 조금 더 구체화하자. 여의도한강공원에서는 이벤트광장 주변과 여의나루역 3번 출구 근처가 많은 사람이 돗자리를 깔고 앉는 곳이다. 이벤트광장 근처는 다회용기 반납함까지 200m가 채 안 되고, 3번 출구 근처에서도 배달존까지 길어야 300m로, 큰 불편함은 없다고 본다. 그러나 뚝섬은 다르다. 뚝섬한강공원에서는 다회용기 반납함이 자양역 2번 출구 쪽에만 있으며, 많은 사람이 방문하는 3번 출구 쪽에는 없다. 이에 다회용기를 반납하러 약 500m를 가야 한다. 따라서 반납 거리가 멀어지면 이를 두 번 이상 이용할 의향이 없어질 수 있다.

현재 다회용기 반납함은 모두 배달존에 있는데, 배달존 외부에서의 다회용기 반납함 설치는 여러 걸림돌이 있을 수 있다. 도로를 완전히 막지 말아야 하며, 잔디 때문에 반납에 불편함이 없어야 하는 등 여러 장애물이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다회용기 반납함 수는 부족해 사람들이 기존 한강을 즐기는 데 피해가 없도록 하면서 추가로 설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다회용기 반납함을 설치할 때 사람들이 자주 방문하는 모든 구역에서 반납함까지의 거리가 멀지 않도록 다회용기 반납함의 위치를 최적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회용기 배달 보편화를 위해
다회용기와 텀블러는 제조 과정에서 일회용품보다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해 최소 500번 이상 사용해야 친환경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많은 사람이 찾는 한강에서의 다회용기 사용은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이 겪는 불편함을 줄이고 더 많은 시민이 다회용기 반납함이 있다는 것을 안다면 한강 다회용기를 보편화할 수 있다. 언젠가 한강에 가면 일회용기 대신 다회용 그릇을 보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