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나들이 시리즈 10] 기후위기 전시, 공감과 반성 이끌며 친환경 실천 자극

[환경일보] 시대가 지날수록 우리는 더 각박한 삶을 사는 것 같다. 전에 쉽게 느꼈던 정은 사라져 가고 개인주의는 강해지고 있다. 무한 경쟁 사회 속 환경의 압박도 강해지고, 현대인이 받는 스트레스도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시를 보러 가는 사람 수가 늘어나고 있다.

이와 동시에 기후변화가 점점 우리의 삶 주변으로 다가오고 있다. 매년 기록적인 더위와 폭우로 우리의 부정적 감정도 커지고 있고, 환경보전의 필요성이 더 커짐을 체감하고 있다. 예술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기후변화에 관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전시가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기후변화 전시를 통해 관람객의 실천으로 이어지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이와 관련한 ‘더 글로리어스 월드’와 ‘1.5℃, 예술로 경고하다’ 전시에 다녀왔다. 실천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지 이 두 전시를 통해 살펴보자.

기후변화 전시, 관람객 성원에 전시 기간 연장

‘더 글로리어스 월드’ 전시관 입구 /사진=김태현 객원기자더 글로리어스 월드 입구의 모습
‘더 글로리어스 월드’ 전시관 입구 /사진=김태현 객원기자더 글로리어스 월드 입구의 모습

서울 충무아트센터에서 열린 사진전인 ‘더 글로리어스 월드’는 원래 4월 22일부터 8월 24일까지 열릴 예정이었으나, 관람객의 성원에 힘입어 10월 15일까지 2개월 연장 운영하기로 결정됐다. 이는 관람객이 전시에 매료돼 환경 보호 실천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실천까지 이어지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친환경에 반하는 행동을 할 때 한번 더 생각해 볼 것이다. 그렇다면 이 전시가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 전시의 작품을 처음 봤을 때 많은 여운이 남았다. 빙하가 녹지 않은 북극의 모습을 보며 저 때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 이전에 했던 환경 파괴적 행동에 대한 후회 등 여러 감정이 들었다. 전시된 사진 중 빙하만 덩그러니 있는 사진이 많아 왠지 모를 공허함이 들기도 했다.

멸종위기 동물을 담은 작품들 /사진=김태원 객원기자
멸종위기 동물을 담은 작품들 /사진=김태원 객원기자

이렇듯 환경 파괴 전의 사진을 보여주며 여운을 남기는 것은 다른 구역에서도 드러나는데, 다른 곳에서는 멸종된 동물의 사진을 보여주며 우리의 동물을 아끼는 마음을 자극했다. 여기서 가장 크게 들었던 생각은 멸종 전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그리움이었다.

또 어떤 작가는 석유로 많은 수입을 얻어 빠르게 개발 중인 두바이의 여러 사진을 전시하며 문명의 파괴성을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이렇듯 이번 전시의 작가는 말하고 싶은 내용을 간접적으로 제시했는데, 작가의 의도를 이해하기 위해 평소보다 깊은 생각을 해 보는 계기가 됐다. 이는 자연스럽게 반성과 친환경적인 실천 의지를 유도해 우리의 생활을 일부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시각화 역시 이 전시의 흥행 이유 중 하나로 본다. 세계에서 10초마다 소비되는 비닐봉지의 양이 24만 개라는 것을 듣는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아마 많은 사람은 이것이 많은 양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을 생생하게 체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전시의 일부 그림은 이를 시각화함으로써 생동감을 더했다. 겉으로는 유명 작가의 그림이지만, 내부를 보면 그 수만큼 라이터, 비닐봉지 등 버려지는 쓰레기를 그려 명화를 구성했다. 그림 자체가 큰 편이라 짧은 시간에도 많은 쓰레기가 버려지고 있음을 생동감 있게 느낄 수 있었다.

다른 전시 속에 존재하는 자연스러운 환경 전시

1.5℃가 쓰여 있는 구하우스 전시관 별관 /사진=김태원 객원기자
1.5℃가 쓰여 있는 구하우스 전시관 별관 /사진=김태원 객원기자

‘1.5℃, 예술로 경고하다’는 환경 교육 도시인 경기도 양평군에 있는 구하우스에서 지난 4월 30일부터 8월 17일까지 열린 기후변화 관련 기획전시다. 총 11명의 국내 작가가 전시에 참여했다. 인간을 잡아먹는 북극곰을 상징하는 조형물, 버려지는 쓰레기 등 작가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환경과 관련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기후변화라는 무거운 주제로 전시를 진행하면 관람객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 미술관 전체를 기후변화와 관련된 전시로만 미술관에서 친환경 실천을 강요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 부담이나 거부감을 줄 수 있다. 그런데 이 전시는 전체 전시의 일부만을 환경 전시로 설정함으로써 관람객의 부담을 줄였다. 더욱 가벼운 마음으로 전시를 볼 수 있는 것이다.

‘1.5℃, 예술로 경고하다’ 전시는 구하우스 전시관 일부에서만 진행됐다. /사진제공=구하우스
‘1.5℃, 예술로 경고하다’ 전시는 구하우스 전시관 일부에서만 진행됐다. /사진제공=구하우스

그러면서도 우리는 전시를 보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데, 작품만 보고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예상한 것과 작가의 의도를 비교해 보기도 하고, 작가의 의도 파악이 어려우면 해설을 확인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전시물의 의미를 직관적으로 알 수 없어 우리는 작품과 환경에 관해 여러 생각을 하게 된다. 이 과정이 이뤄지며 실천에 대해서도 고민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떠올린다.

전시관 한편에는 버려진 목재를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해 전시한 공간이 있었다. 이는 미술관 내부 작업 공간에 전시돼 있었다. 튀어 보이지 않았고, 주변 환경과 잘 어우러져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처럼 구하우스는 여러 친환경 요소가 자연스럽게 들어가 환경에 관해 부담 없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다.

기후변화 전시의 핵심은 예술성

지금까지 두 전시를 살펴보며 친환경 전시가 어떠한 조건을 갖춰야 하는지 알아봤다. 핵심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예술성이다. 두 전시는 환경 관련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이전에 전시다. 예술성을 필수적으로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관람객이 예술성을 느끼지 못하면 그 전시는 아무도 찾지 않을 것이다.

많은 여운을 주며 관심을 끈 더 글로리어스 월드 전시 /사진=김태현 객원기자
많은 여운을 주며 관심을 끈 더 글로리어스 월드 전시 /사진=김태현 객원기자

결론적으로 기후변화를 메시지로 전달하더라도 다른 전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예술 작품으로서 사람들의 관심을 잘 끌어모으면 사람들이 작품에 대해 긍정적으로 반응해 더 나은 실천으로 이어질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별 감흥이 없는 일회성 전시로 끝날 것이다. 앞서 언급한 내용은 모두 이와 관련된 내용에 해당한다. 예술성이 잘 받쳐 준다면 전시 초기에는 몰라도 여러 매체로 소문을 타 전시 후반부에는 더 많은 관객이 방문할 것이다.

작가나 예술가가 환경이라는 주제를 더 깊이 생각하고 작품으로 전환할 대상으로 보는 것도 중요하다. 기후변화 관련 전시가 많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주제의 예술적 가치를 높여야 더 많은 전시가 인기를 끌 수 있다. 관람객도 예술적 가치를 알아보고 많이 방문하는 선순환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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