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친환경 생활·실천에 대한 사람들 관심 높아져”
과자봉지, 방치된 물건 등 일상 소재의 재활용 노하우 공유

발치에 서 있는 듯한 아찔한 세상, ‘기후위기’ 시대. 지구를 보호하고 지키는 건 당연히 우리들의 몫으로, <환경일보>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친환경적인 생활 실천에 공감할 수 있도록, 생활 전반 ‘환경’을 위해 기꺼이 삶의 전환을 이룬 ‘에코 인플루언서(에코in)’를 찾아 인터뷰하는 ‘에코in’을 마련했다. 

친환경 살림 정보를 공유하는 주부 김향숙 씨는 우리에게 친근한 소재의 친환경 실천 노하우를 유튜브 채널 ‘살림스케치’를 통해 공유하고 있다. /사진제공=김향숙
친환경 살림 정보를 공유하는 주부 김향숙 씨는 우리에게 친근한 소재의 친환경 실천 노하우를 유튜브 채널 ‘살림스케치’를 통해 공유하고 있다. /사진제공=김향숙

[환경일보] 김인성 기자 = 유튜브 조회수 ‘382만회’, ‘181만회’, ‘98만회’.

아무리 화려하고 자극적인 내용의 콘텐츠라도 달성하기 쉽지 않은 수치다. 게다가 이제 레드오션이 된 유튜브 생태계에선 구독자 10만명 넘는 것도 쉽지 않다.

이러한 일들을 어느 평범한 주부가 1년 만에 이뤄냈다. 그것도 아직 비주류에 속하는 친환경 일상 노하우 공유만으로 말이다. 앞선 내용의 주인공은 바로 유튜브 채널 ‘살림스케치’를 운영하고 있는 주부 김향숙씨다.

얼굴과 이름이 알려진 공인이 아니기에, 본지의 인터뷰 요청에 다소 조심스러웠지만 “다른 사람들과 환경에 도움이 된다면 해보겠다”며 용기를 내주었다.

그와의 본격적인 인터뷰 이전 불쑥 궁금해졌다. 다수의 유튜브 채널 중에서도, 왜 유독 친환경 채널인 ‘살림스케치’에 사람들의 관심이 쏟아질까?

그 이유는 댓글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실용적이고 건강한 정보”, “우리와 친근하면서도 환경과 인간 모두에게 유익한 콘텐츠”, “보기도 싫던 집안일이 이제 재밌게 보인다”, “힐링되는 내용과 영상미, ASMR 같은 일상 소리도 좋아요” 등 사람들은 그의 콘텐츠에게서 경제성 있는 정보와 환경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받고 있었다.

살림스케치 채널의 콘텐츠의 모습. 다양한 생활 주제의 누구나 한 번씩 궁금해봤을 법한 정보 콘텐츠들이 업로드 된다. /자료제공=살림스케치 유튜브
살림스케치 채널 콘텐츠들의 모습. 다양한 생활 주제의 누구나 한 번씩 궁금해봤을 법한 정보 콘텐츠들이 업로드 된다. /자료제공=살림스케치 유튜브

그저 상업적인 목적이 아닌 친근하고 실용적인데다가 환경과 건강에도 좋은 정보가 많은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끌어모은 셈이다. 이와 더불어 사실상 평범한 일반인에게 불가능할 것 같았던 ‘친환경 일상’을 오히려 자신의 인생이 더 즐겁고 행복할 수 있도록 잘 활용하는 그의 현명함 또한 한몫했다고 본다.

김향숙씨는 한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환경에 대한 경각심이 생겼다고 한다. 도시에서 나온 쓰레기들이 어느 청정 시골에 무수히 쌓이는 것을 보며 “내가 버린 쓰레기가 저기도 있으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이를 통한 일상의 변화를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해주고 싶어 유튜브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친환경을 선도하는 연예인들의 파급력은 대단하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일상에서 친환경을 전하고 있는 일반 인플루언서들의 활약에 이번 인터뷰가 더욱 뜻깊게 느껴진다.

유튜브 채널 ‘살림스케치’ 운영자 김향숙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가 생각하는 친환경적인 삶과 이러한 실천을 통해 행복해질 수 있는지를 솔직담백하게 들어봤다.

실제 생활에서도 행버거 포장지를 이용해 채소를 담아놓는 등 쓰레기를 만들지 않고 재활용할 수 있는 방법들을 실천하고 있다. /사진제공=김향숙
그는 실제 생활에서도 햄버거 포장지를 이용해 채소를 담아놓는 등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재활용할 수 있는 방법들을 실천하고 있다. /사진제공=김향숙

Q. 김향숙 님은 친환경 유튜브 ‘살림스케치’를 운영하시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여러 유용한 정보를 알려주고 계신데요. 많은 분들이 궁금해할 거 같아요. 본인의 소개 부탁드립니다. 더불어 ‘살림스케치’를 잘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서도 소개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유튜브 플랫폼에서 살림 채널을 운영하는 살림스케치입니다. 저는 살림이 어렵고 체질에 맞지 않아 늘 불평불만을 품고 살았어요. 매일 반복되는 일, 육아, 살림을 세 가지를 모두 처리할 능력과 체력이 부족해 결혼 10년 차에 전업주부가 되었어요. 그때부터 살림에 집중하기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집을 심플하게 꾸미니 집안일이 줄었고, 알뜰한 살림으로 소비를 줄이니 버려지는 쓰레기가 줄어드는 경험을 했습니다. 전업주부 생활 3년 차에 비로소 제 안에 숨어있는 또 다른 자아를 발견하게 된 계기가 되었어요. 그 자아는 바로 살림 자아였습니다. 유행에 휘청이지 않는 살림 자아, 우리 집의 상황에 맞게 운영할 줄 아는 살림 자아, 사람과 자연의 건강을 위한 친환경 살림 자아, 마지막으로 가진 것에 만족할 줄 아는 ‘살림 자아!’ 없던 살림 자아가 생기니 비로소 살림에 애착이 가고 살림에 능률이 오르더라고요.

이렇게 살림에 재미를 느끼고 있을 때쯤 우연히 유튜브를 접하게 되었어요. 그때부터 그동안 버리지 않고 쓰임 변경해서 잘 활용하고 있는 세간 살림, 소비와 쓰레기를 줄이는 제로 웨이스트 살림, 음식물 쓰레기 줄이는 친환경 살림 등 영상을 만들어 제가 가진 소박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Q. 주부라는 입장에서, 이렇게 친환경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리고 어떻게 유튜버로 활동하게 되었나요.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다 환경이나 자연에 관한 다큐멘터리가 나오면 유난히 즐겨보는데요. 도시에서 발생한 쓰레기가 청정 지역 시골에 산처럼 쌓여 방치된 모습을 보면서 ‘내가 버린 쓰레기도 저기 있겠구나!’하고 생각을 해보면 그 지역 주민들께 송구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쓰레기가 다른 나라 대자연에 나뒹굴며 민폐 끼치는 장면을 보고 내가 버린 쓰레기도 저기에 뒤섞여있으리란 생각에 정말 부끄러웠습니다. 그래서 살림하며 최대한 쓰레기 발생을 줄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편이에요.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고 살림하다 보면 자연에 해로운 건 사람한테도 해롭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다큐멘터리 영상을 통해 제 살림에 변화가 생겼듯이 제 영상을 통해 누군가의 살림에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컸어요. 그래서 살림 경험을 바탕으로 영상을 만들어 유튜브 플랫폼에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아무 생각없이 버리는 과자봉지로 일상의 불편함을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아낌없이 공유하고 있다. 위 이미지는 해당 콘텐츠(제목: 냄새없이 벌레없이 음식물쓰레기 처리)의 썸네일 /자료제공=살림스케치 유튜브
우리가 아무 생각없이 버리는 과자봉지로 일상의 불편함을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아낌없이 공유하고 있다. 위 이미지는 해당 콘텐츠(제목: 냄새없이 벌레없이 음식물쓰레기 처리)의 썸네일 /자료제공=살림스케치 유튜브

Q. 유튜브뿐만 아니라 인스타그램, 네이버TV 등 다양한 플랫폼을 운영하시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혼자 운영하기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은데, 다른 지원군들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특별한 이유는 없고, 호기심으로 시작했어요. 이렇게 다양한 플랫폼에서 개인의 취향과 관심사를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정보를 나눔 하는 것을 보고 신기했어요. 저는 3년 전 유튜브 앱을 처음 설치했어요. 10년 사이 유튜브가 이렇게 긍정적으로 성장했는지 모르고 살고 있었어요. 그러니 다른 다양한 플랫폼의 세계도 모른 체 살고 있더라고요.

다양한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MZ 세대들을 보니 열정이 생기더군요. 요즘엔 최근에 발견한 플랫폼인 ‘글이 작품이 되다-브런치’에 글을 발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플랫폼을 하나씩 개척할 때마다 꺼져가는 심장이 다시 살아나는 듯해요. 이게 그 특별한 이유랍니다. 지원군 없이 혼자서 탐색하고 개척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습니다.

Q. ‘살림스케치’ 영상의 퀼리티가 굉장히 높은데요. 수많은 콘텐츠는 어떻게 기획하고 운영하는지, 편집‧제작 등 과정이 궁금합니다. 또한 콘텐츠에 대한 아이디어와 영감, 그리고 정보는 어디서 얻나요?

15년 넘게 사진편집 일을 했던 경험이 영상 촬영과 퀄리티에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매킨토시를 오랫동안 사용해 온 경험 때문에 영상 편집이 어렵지 않았고요. 콘텐츠를 기획하는 일은 학창시절의 전공과목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대학 졸업한지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 전공을 살리는 일을 하고 있음에 신기할 따름입니다. 세상에 헛된 배움은 없으며 헛된 경험도 없음을 깨달았지요.

콘텐츠 기획은 살림 경험을 바탕으로 제작하고 있습니다. 가끔 시청자분들의 질문, 요청사항, 댓글을 보고 영상을 제작하기도 하고 주부 지인들과 살림에 관한 대화에서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하고요. 특히 딸아이와 대화 속에 나온 콘텐츠 ‘빨개진 컵라면 용기 손 안 대고 지우는 방법’이 계기가 되어 채널이 폭풍 성장한 것 같아요.

Q. 주부와 유튜버, 같이 생활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노하우나 또는 애로 사항은 없나요?

아이가 크고 나니 여유시간이 늘더라고요. 갑자기 주어진 많은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까 고민하던 딱 이 시기에 유튜브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어렵거나 힘든 것보다 주어진 많은 시간을 의미있게 보낼 수 있음에 감사했고, 영상 촬영에 몰두하면서 다시 뛰는 심장에 아직 내가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 기회에 또 감사했습니다.

물론 일과 살림을 통해 육체적으로 힘든 부분도 많았지만, 마음이 행복하면 극복되는 것 같아요. 특별한 노하우라기보다 그냥 재미있게 주어진 시간을 즐기고 감사한 마음을 잃지 않고 있습니다.

양념 등이 묻어있는 라면 그릇 등은 아무리 분리수거를 잘 해도 재활용되지 못한다. 딸과의 대화를 통해 아주 손쉽게 라면 그릇을 미백할 수 있는 방법을 콘텐츠로 만들어 시청자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사진제공=살림스케치 유튜브
양념 등이 묻어있는 라면 그릇 등은 아무리 분리수거를 잘 해도 재활용되지 못한다. 딸과의 대화를 통해 아주 손쉽게 라면 그릇을 미백할 수 있는 방법을 콘텐츠로 만들어 시청자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사진제공=살림스케치 유튜브

Q. 유튜브 카테고리를 보면 살림이야기와 생활 속 아이디어에 관한 콘텐츠가 많아요. 그중 꼭 추천해 주고 싶은 살림스케치가 있다면 3가지 정도 소개 부탁합니다.

첫 번째로는 작은 텃밭이나 마당이 있으면 천연 수세미를 직접 키워보세요. 가을에 수확한 수세미로 설거지하면 플라스틱 수세미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게 됩니다. 천연수세미는 세제 없이 설거지가 가능하고 팔팔 끓는 물에 삶을 수 있어 세균 걱정 없어 일회용 수세미 유혹을 뿌리칠 수 있어요.

다음으로는 바람든 무를 버리지 마시고, 말리고, 볶고, 우려서 맛있게 차로 드시면 음식물 쓰레기 줄일 수 있습니다. 바람든 무는 수분이 증발해 실온에서 잘 마릅니다. 납작하고 작게 잘라 말린 후 펜에 넣고 살짝 볶아 줍니다. 볶은 무를 머그컵에 2조각 넣고 뜨거운 물을 부으면 바로 노랗게 우러납니다. 구수한 무차가 된답니다.

마지막으로는 컵라면 맛있게 드시고 ‘빨개진 컵라면 용기’는 햇볕에 툭 던져놓으세요. 몇 시간이 지나면 하얀 컵라면 용기로 변합니다. 그런 후 끈적한 기름을 가볍게 세척 해서 재활용함에 배출하는 것을 추천 드려요. 간단한 살림 팁으로 일반 쓰레기를 줄일 수 있습니다.

Q. 그 외에 손쉽고 재밌게 친환경 살림과 생활을 꾸릴 수 있는 추천 방법이 있다면?

바다로 흘러가는 미세플라스틱은 바다생물을 위협하고, 땅에 묻히는 미세플라스틱은 토양과 식물의 안전을 위협한다고 해요.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찾아보니 즐겨 마시는 티백 차 대신 허브 식물을 키우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차를 즐겨 드시는 분들은 티백 차대신 화분에 허브 한 그루 심어서 키워보세요. 자급자족을 통한 친환경 살림은 먹는 재미, 키우는 재미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 느끼는 행복은 참 크답니다. 서랍장에 티백 차가 소진되면 지갑 들고 마트에 사러 가지만, 허브는 한 줄기를 따면 양쪽에서 두 개의 줄기가 올라옵니다. 화수분처럼 사계절 내내 먹을 수 있어요. “친환경 살림, 결코 어렵지 않아요”

추천하는 친환경 살림 노하우 4가지
1. 미세 플라스틱 걱정 없는 ‘천연 수세미’ 키우기
2. 바람든 무 버리지 말고 ‘무차’ 만들어 먹기
3. ‘빨개진 컵라면 용기’ 햇빛 말려 버리기
4. 티백 차 대신 ‘허브 한 그루’로 행복·건강 모두 챙기기

Q. 본인의 채널의 댓글 중 가장 기억이 남는 댓글이 있을까요? 또 최근 친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어떤가요.

“영상을 보고 일상생활에서 일회용품 사용이나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게 됐다”는 댓글이 기억에 남습니다.

친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코로나 이후 더욱 높아진 것 같아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배달음식 대신 집밥을 해 먹었다는 분들도 계셨고,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요리할 때 신경을 쓴다는 분도 계셨어요.

예전에는 ‘친환경’ 하면 친환경 마크가 부착된 제품과 식품을 사야 친환경 살림을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요즘은 생활 속 쓰레기를 줄이고, 제철 과일을 먹고, 분리배출만 잘해도 친환경 생활임을 젊은 세대의 주부들은 알고 계시더라고요. 자연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는 모든 실천이 친환경일 수 있다는 것을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인식했으면 하는 바람이 큽니다.

Q. 유튜브 설명란에 보면 ‘과연 행복한 삶은 어떤 삶이며, 어떻게 살아야 행복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발견하게 되었습니다’라고 돼 있어요. 저도 영상들을 보면서 그 행복이 전해진 것 같습니다. 김향숙 님에게 행복한 삶이란 어떤 것인가요?

‘마음에 거슬림이 없이 흐뭇하고 기쁜 상태’를 우리는 마음이 즐겁다고 표현합니다. 마음이 즐겁다고 느낄 때 평온한 마음에 날아든 돌 하나가 즐거움을 산산조각내기도 하죠. 하지만, 매번 날아드는 돌에 무너지지 않기 위해 즐길 거리를 많이 쌓아 놔야 합니다.

가령, 잘라낸 대파 뿌리를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리지 않고 베란다 빈 화분에 심어 키워 먹는 즐거움은 4계절 내내 만끽할 수 있어요. 과일 먹고 화분에 과일 씨앗을 툭 던졌는데 싹이 올라와 있으면 무척 행복합니다. 그 싹이 커서 1m가 넘는 과일나무가 되는 과정을 지켜본 몇 년은 즐거움이 배가 돼요. 

또 사용하던 천연수세미가 마모되면 천연 삼베 실을 꺼내어 삼베수세미를 뜨게 되면, 손뜨개 삼매경에 푹 빠져 몰두하는 시간도 종종 즐겨요. 머리가 혼란스러울 때 시끄러운 굉음 소리를 내는 청소기 대신 빗자루로 청소합니다. 수십 번의 빗질 속에 머릿속 잡념이 사라지고 마음이 홀가분해지는 것을 즐깁니다.

이렇게 소소한 즐길 거리를 켜켜이 쌓다 보면 평온한 마음에 날아든 고통과 슬픔이 상쇄되기도 해요. 힘듦의 높이보다 쌓아놓은 즐거움의 높이가 더 높으니까요. 평범한 살림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예쁘게 스케치하며 살림에 즐거움을 찾기 위해 노력합니다. 소소한 일상에서 일렁이는 작은 파동이 모이면 그게 바로 행복이니까요.

Q. 일반 사람들에게 친환경이 생활화가 된다면 행복해질까요?

친환경이 생활화 된다고 해서 행복해 질 수 있는 건 장담할 수 없지만, 친환경 생활을 위해 고민하고 실천하고 자신만의 살림 방법을 찾는 그 과정에서 행복이 발견될 거라 믿어요.

당장 친환경 제품을 사서 사용한다고 해서 바로 행복이 찾아오지는 않아요. 오히려 어떤 분에게는 친환경 살림이 번거롭고 불편해서 스트레스일 수 있어요.

하지만, 그 불편함을 감수하고 꾸준히 노력하고 실천하고 사람과 자연의 건강한 공생을 위해 조금 불편해도 괜찮다는 걸 느끼게 되면 그게 행복 아닐까요? 남을 배려하고 양보하면 마음이 행복해지잖아요. 그것과 똑같다고 생각해요.

김향숙 씨는 자신의 행복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달하기 위해 천연 수세미 씨앗 나눔 등을 유튜브 커뮤니티를 통해 지속적으로 해왔다. /자료제공=살림스케치 유튜브
김향숙 씨는 자신의 행복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달하기 위해 천연 수세미 씨앗 나눔 등을 유튜브 커뮤니티를 통해 지속적으로 해왔다. /자료제공=살림스케치 유튜브

Q. 사실 주변 어머니들께 물어보면 친환경 살림이 쉽지 않다고 해요. 친환경이 어려운 부분이 있을 텐데 어떤 것들이 있나요? 또, 그런 것들을 극복하려면 정부와 사회가 어떻게 변해야 할까요?

친환경이란 자연환경을 오염시키거나 파괴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 잘 어울리는 것을 말합니다.

아크릴 수세미에서 빠져 나온 플라스틱 조각들이 음식물 쓰레기에 섞인 것을 본 이후 천연수세미로 교체하고 싶었어요. 인터넷 쇼핑을 하지 않아 동네에서 천연수세미 판매처를 찾았는데 딱 한 곳뿐이었어요. 어떤 날은 물량 부족으로 구할 수 없었어요.

그리고 그 영상을 통해 많은 분들의 질문을 받았습니다. “천연수세미 어디서 구해요? 어딜 가야 살 수 있어요?” 그래서 인터넷 사이트를 검색해 보니 국산 천연수세미 찾기가 쉽지 않았어요. 대부분이 중국산이었습니다. 그래서 작년 봄에 모종을 사다 텃밭에 심어서 영상으로 보여드렸어요. 그랬더니 가을에 하나의 모종에서 30개 넘는 천연수세미가 열리더군요. 구독자분들과 나눔 했습니다.

수세미도 나눔하고 수많은 씨앗도 나눔 했어요. 천연수세미가 전국에 널리 널리 퍼졌으면 하는 마음에서요. 옛 살림의 방식이 옳았고, 건강했고, 친환경적이었다는 것을 함께 공감하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좋은 천연수세미가 합성 플라스틱 수세미를 대체할 수 있는데 우린 왜 잊고 살았을까요? 세대가 교체될수록 몰라서 못 쓰는 사람이 많습니다.

사람과 자연에 유익한 천연수세미는 왜 우리 가까이에서 구하기 어려울까요? 공장에서 찍어내는 화학 플라스틱 수세미가 친환경 수세미로 오인하고 있는 사람이 많습니다. 왜일까요? 정부와 사회 그리고 소비자 모두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할 문제가 아닐까 생각해요.

Q. 반려 식물 등에 관해서도 언급이 꽤 많이 돼요. 반려 식물을 키우시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제가 식물을 키우게 된 계기는 친정엄마와 시아버님의 영향이 큽니다. 엄마는 제라늄이나 개발선인장을 번식시켜 주시고, 아버님은 천리향을 번식시켜 주셨어요. 신혼 초부터 양가에서 받아 온 식물을 키우면서 꽃을 보고 향을 맡으며 답답한 아파트 생활에 적응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었을 때 아이 방에 공기정화에 좋다는 식물을 여러 개 사서 배치했어요.

그랬더니 딸아이가 침대에 누우면서 이런 말을 하네요. “엄마, 식물은 밤에 산소를 마시고, 이산화탄소를 내뿜는데 식물이 내 방에 있는 산소를 다 마셔버리면 난 이산화탄소만 마셔야 하잖아!”

그때 아이 말을 듣고 찾아보니 다육이, 선인장, 허브 종류는 밤에 산소를 내뿜고, 일반 식물들은 밤에 이산화탄소를 내뿜더군요. 그래서 그 후 허브, 다육이, 선인장 종류에 관심 갖게 되었어요. 그때부터 반려 식물 종류가 많아진 계기가 되었어요.

육식 위주의 식단에서 벗어나고 싶은 사람들은 텃밭을 가꿔보는 것을 추천했다.
육식 위주의 식단에서 벗어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텃밭을 가꿔보는 것을 추천했다. 또 집 안이나 텃밭에서 작물을 키우면 도시 생활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마음의 위로가 될 수 있다고도 전했다. /사진제공=살림스케치 유튜브

Q. 요즘 가장 관심이 있는 분야나 이슈가 있다면?

플로킹과 플로깅에 관심이 있어요. 플로킹(Plocka upp+Walking)은 걸으며 쓰레기를 줍는 행동, 플로깅(Plogging)은 달리면서 길거리의 쓰레기를 줍는 행동을 말해요. 플로킹은 이삭줍기를 의미하는 플로카 옵과 달리기를 뜻하는 영어 조깅의 합성어로 세계적 관심사로 이슈가 되고 있는 생활 속에서 실천 가능한 환경운동이에요.

아이들 손잡고 동네 산책하는 길에 쓰레기를 줍거나 공원이나 둘레길을 거닐 때 눈에 띄는 쓰레기를 줍는 것은 운동과 자연보호가 동시에 가능한 1석2조하고 생각합니다.

Q. 앞으로도 친환경 생활과 관련된 유튜브 운영을 꾸준히 하실 계획이신가요?

어머니, 할머니 세대들이 늘 말씀하셨어요. “에휴, 살림은 해도 해도 끝이 없다”고요. 저도 주부가 되어보니 그렇더라고요.

살림을 계속하고 있는 한 지속적이든 정기적이든 꾸준히 할 계획입니다. 아직 도전해보지 못한 친환경 살림도 많습니다. 앞으로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게 영상 제작해서 계속 소통하고 싶어요.

정부, 기업, 학교 등 주부도 각 가정에서 기후위기 대처 필요

적극적인 소비문화에서 소심한 소비문화로 바꾸고

지구가 보내는 위험 신호에 귀 기울여야···

Q. 끝으로 김향숙 님이 생각하는 ‘기후위기’에 관한 짧은 메시지 부탁드려요.

지구온난화에서 지구 위기로 캠페인 메시지의 변화에서 느낄 수 있듯이 지구가 인간에게 보내는 시그널은 위태롭다는 것을 알지만 실천은 미미합니다. 과감한 실천이 필요한 그때가 바로 지금이 아닐까요?

정부, 기업, 학교 각자의 위치에서 기후위기에 대처해야 할 몫이 있듯 각 가정에서 실천할 수 있는 우리 주부들의 몫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쓰레기와 소비를 줄이는 제로웨이스트 살림이 아닐까요? 쓰레기와 소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비례관계에 놓여있습니다. 그만큼 많이 소비하면 소비할수록 쓰레기와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늘어나니까요.

산업사회 시대를 거쳐 지금까지 정말 많이 생산하고 많이 소비하며 살았습니다. 그래서 지구가 보내는 시그널을 감지하지 못했습니다. 앞만 보고 달렸으니까요. 이제는 적극적인 소비문화에서 소심한 소비문화로 바꿔, 지구가 보내는 위험 신호에 귀를 기울이고 변화를 위한 실천이 필요해 보여요.

“우리 함께 쓰레기를 줄여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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