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LH 발주‧GS건설 시공 검단신도시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공사비용 절감‧공사기간 단축‧다단계 하도급 등 총체적 난국 드러나

[국회=환경일보] 김인성 기자 = 지난 4월 인천 검단의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마땅히 들어가야 할 철근이 누락되면서 주차장이 붕괴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 아파트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발주한, 가장 안전하고 튼튼해야 할 공공주택이다. 이어 LH가 발주한 아파트 현장에 전수조사를 벌였더니 15개 단지에서 철근이 누락됐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졌다.
그마저도 19개 기둥에서 철근 누락이 있었고, GS건설은 이어 콘크리트 강도 발현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감리 역시 설계에 따른 시공을 검토하지 않았다.
자세한 사건의 경위는 이렇다. 지난 4월29일 밤 11시30분경 LH가 발주하고 GS 건설이 시공하는 검단신도시 안단테 현장 2공구 쪽 지하주차장 지하 1, 2층 지붕층이 붕괴돼 무너져 내렸다.
다음날 30일, 맞은편 아파트 주민이 파손된 구조물을 발견하고 제보하면서 사실이 알려졌다. 주민들도 뉴스 기사를 보고 사실을 알게 됐으며 5월2일 주민 설명회 첫 개최, 관련 책임자 사과와 사고 조사 과정 공식 설명을 통해서야 자세한 사항을 파악했다.
7월5일 국토교통부가 사고 지점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같은 날 오후 GS건설 공식 사과와 전면 재시공 발표했다. 검단 안단테 아파트 관련 국토교통부 사고조사위원회는 철근 누락에 대해서는 전단보강근 미설치, 콘크리트 강도 부족, 하중 미고려 등을 붕괴 원인으로 꼽았다.
입주 예정자, 시공 과정/사고 후 철저히 배제
현장 부실 시공 사태가 벌어진 1666세대에 달하는 검단 안단테 입주 예정자 중 한 명인 어광득 씨는 입주 예정자들은 시공 과정/사고 후에도 철저히 배제됐다고 토로했다.
그는 “입주 예정자 입장에서는 계약 후 입주 전까지 사전 점검의 과정을 제외하고는 내가 살 아파트가 어떻게 지어지는지 정보를 알 수가 없다”며 “아파트가 어떻게 시공되는지와 그 안에서 어떤 불법이 저질러지고, 어떤 부실이 벌어지는지는 사고가 나지 않거나 따로 말하는 사람이 없으면 전혀 알 수가 없다”고 불안감을 드러냈다.
이어 “사고 후 매일 참담한 심정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전하며 “사고 위치는 제가 입주하려는 동 바로 옆 구간이었고, 입주를 한 후 우리 딸애와 함께 뛰어놀 공간이었다. 무엇보다 가장 비참했던 것은 사태가 이 지경이 됐는데도 관련 책임자인 LH에선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9일 아파트 안전진단을 주제로 열린 ‘현장 노동자가 말하다’ 긴급 국회토론회에서 강한수 민주노총 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위원장은 이번 사고의 원인은 하중을 받는 핵심인 기둥 두께와 보강근을 대폭 축소했던 ‘삼풍백화점 사태’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경고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장옥기 위원장은 이러한 총체적 부실공사의 원인을 ▷공사비 비용절감 ▷무리한 공사기간 단축 ▷다단계 하도급 ▷시공사의 시공능력 저하 ▷기능인력관리 부재 및 불안정한 고용형태 등에 있다고 짚었다.
건설현장, ‘무조건적 물량 죽이기’ 고착화 없애야
하지만 현 정부는 이러한 부실시공에 대해 제대로 된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으며, 정부 차원에서 69시간 노동 등 장기간 노동을 부추겼고, 그 일련의 흐름은 건설현장에 ‘무조건적 물량 죽이기’를 고착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 위원장은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하루 10시간 이상 중노동을 하고, 숙련공들은 길거리로 내몰리거나 하루 10시간 이상 중노동을 하고 있다”며 숙련공들은 길거리로 내몰리거나 숙련공임을 포기하고 기계처럼 일하고 있는 실정이며 건설기능인등급제, 적정임금제 등은 아예 논의조차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번에 문제시된 철근은 아파트뿐만 아니라 모든 구조물에 필수 직종이다. 사람으로 따지면 뼈와 같은 역할을 하며 건물의 진동이나 하중에 의한 균열을 방지하고 건물에 수명을 늘려준다.
철근공으로 17년째 경력을 쌓은 한경진 철근 노동자는 “전국 어느 아파트 현장을 가봐도 골조 공정에서는 노동조합 노동자를 제외하면 70~90%가 이주노동자로 구성돼 있다”며 인력이 많이 투입되는 지하공정에선 하루 40~70명 정도 투입되는데, 노조가 들어가는 현장에는 15~20명이 내국인이고, 그 외 인원은 이주노동자로 채워진다고 전했다.

철근 부실공사, 시공사‧감리 눈 감는 상황
본층에서는 관리자를 제외한 모든 인력이 100% 미등록 이주노동자다. 지하층 작업을 진행하다 보면 관리자 1명이 말도 통하지 않는 이주노동자 20~50명에게 작업지시도 해야 하고 시공 상태도 점검해야 한다. 이로 인한 문제점이 적지 않게 발생하는데, 여러 군데에서 철근이 안 들어가거나 규격이 맞지 않는 철근 등을 사용하고 철근끼리 접합이 안 돼도 그냥 넘어갈 수밖에 없다.
한경진씨는 “간혹 물량을 더 내기 위해 철근을 묶는 작업 100 가운데 20~30만 묶게 하는 경우도 많다”며 “오히려 사측에서 조금만 묶으라고 작업자를 압박하는 경우도 많이 봐왔다”고 덧붙였다.
이런 일들이 철근에서 많이 발생하는 원인은 콘크리트 속에 묻힌 철근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시공사와 감리만 눈 감는다면 문제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불량 레미콘은 건설현장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불량 레미콘이 발생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레미콘제조사에서 레미콘 생산 시 배합 불량 ▷건설현장에서 레미콘 타설 시 몰배차, 현장조건 이상 등에 의한 장시간 타설 시간 지연에 따른 품질 불량 ▷건설현장에서의 작업 관리주의에 의해 발생하는 현장가수에 따른 품질 불량 등이다.
30년 현장 경력의 김봉현 레미콘 노동자는 “건설현장에서 레미콘은 원청에서 직접 관리하고 있지만 형식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불량레미콘이 발견돼도 대충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고발했다.
“불량레미콘 발견에도 대충 넘어간다”
그는 “불량레미콘 타설로 건설현장에서 문제가 발생되면 원칙은 타설부위를 허물어내고 다시 해야 하지만 사실은 은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규모가 작은 민간 현장에서 발생이 되면 금전적인 보상으로 해결하고 있다. 아파트 현장은 불량레미콘 타설로 타설부위에서 골재 분리 현상과 같은 문제가 나타나면 미장으로 덧칠해서 눈가림하고 있다”고 전했다.
함경식 건설안전기술사/현 노동안전연구원 원장은 건설현장 부실공사 방지를 위한 대책으로 ▷불법다단계 하도급 근절/합리적인 공기산정/최저낙찰제 폐지 ▷정부차원의 기능인력 육성관리방안 수립시행(기능인등급제 등) ▷안전시공팀 제도 시행 ▷건설현장 공정별 특급/고급 등급인력 의무고용제를 통해 건축물의 안전시공 확보 등을 제언했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심상정 의원은 “결국 근본 문제는 공사비와 공기부족이고 이를 유발하는 것이 불법다단계하도급”이라며, 직접지급제는 비용을 노동자와 하청업체에게 직접 지불하고 그 기록이 전자시스템 상에 남는다. 따라서 불법하도급을 원천 차단하고, 임금체불 등을 막을 수 있는 핵심대안이라고 봤다.
심 의원은 “이에 저는 민간 기업에도 직접지급제를 의무화하는 법안(건설산업기본법)을 발의했으며 법안이 통과되도록 노력하겠다”며 더불어 LH의 선급금 지급 실태, 입찰제도, 소비자 권리보장 장치 등을 꼼꼼히 살펴보며 이번 사태의 책임자들을 명확히 가려내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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