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만큼 쌓이는 팝업 폐기물 처리 기준 및 규제 마련해야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윤민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윤민서

[환경일보] 패션 브랜드 샤넬, 게임 ‘배틀 그라운드’의 개발사 크래프톤, 얼마 전 ‘인사이드 아웃2’를 개봉해 주가를 올리고 있는 픽사. 모두 성수동에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는 브랜드들이다. 바야흐로 팝업스토어 전성기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팝업스토어(이하 팝업)의 인기가 대단하다. 시장조사 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는 성인 남녀 1000명 중 75.6%가 팝업 방문 경험이 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팝업은 우리가 웹사이트 이용 시 접하는 ‘팝업창’, ‘팝업 광고’와 같은 맥락에서 이름이 붙었다. 한시적으로만 운영되는 임시매장으로, 통상 2~3주 동안, 길게는 3개월 동안, 짧게는 이틀이나 심지어는 하루만 운영되는 방식이다. 짧게 운영한 후 매장은 또 다른 브랜드의 팝업을 위해 철거되는 식이다. 이 때문에 빠른 조성과 철거를 위한 패널(건축용 널빤지), 가벽이나 현수막, 플라스틱 등의 재료로 구성되는 것이 특징이다.

팝업에 사용되는 기자재는 한정된 수명을 갖는다. 환경부의 ‘전국 폐기물 통계조사’에 따르면, 팝업 폐기물이 속하는 사업장 일반폐기물 발생량은 2017년 기준 16만2129t(톤)이었으나, 지속적으로 성장해 2021년에는 23만2603톤에 달했다. 그뿐만 아니라, 팝업의 성지라고 일컫는 성동구의 경우 사업장 일반폐기물 양이 2018년 51.2톤에서 2022년 518.6톤으로 약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에 대해 다수의 전문가는 성동구 내의 사업장 일반폐기물 성장 요인 중 하나로 팝업을 꼽고 있다. 33㎡(10평) 내외의 팝업에서 약 1톤의 폐기물이 발생한다는 평이다.

현재 국내 팝업 대부분은 두께 10㎜ 미만인 저렴한 합판에 목공용 스테이플러를 고정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그러나 해체 시 합판 파손이 불가피해 재활용이 불가한 폐기물이 대량 발생하게 된다. ESG 경영과 친환경을 표방하는 기업조차 재사용이 불가능한 팝업의 구조를 이용한다. 서울 거리나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친환경’과 ‘팝업’ 두 단어의 결합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지만, 실상은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폐기물 산더미다.

팝업의 더 큰 문제는 폐기물 관리에 대한 규제가 전무하다는 점이다. 현재 환경부는 폐기물 관리법에 따라 산업 활동 중에 발생한 폐기물, 즉 사업장 폐기물을 관리하고 있다. 사업장 폐기물은 건축과 건설 공사에서 발생하는 건설폐기물, 환경 및 인체에 위해가 되는 지정폐기물, 그 외의 사업장 일반폐기물 3가지로 다시 분류할 수 있다. 벽돌이나 콘크리트와 같은 건설폐기물과 폐유와 폐산 등의 지정폐기물은 엄격한 기준에 따라 처리된다. 특히 건설폐기물은 재활용 촉진을 위한 명확한 법률이 존재하기도 한다.

하지만 국내 팝업 대부분이 사용하는 저렴한 합판에 스테이플러를 고정하는 방식은 재활용이 불가능한 사업장 일반폐기물을 발생시킨다. 따라서 팝업이 끝난 후 발생한 수톤의 폐기물들은 건설폐기물에 속하지 못한다. 법적 기준이 부재하다 보니 처리 방식을 기업의 자율성에 맡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팝업의 인기가 지속되는 상황 속에서 정작 철거된 폐기물들은 우후죽순으로 쌓이며 멋대로 처리되고 있는 실상이다.

폐기물의 배출을 최소화하려는 팝업의 움직임도 있었다. 뷰티 브랜드 비욘드는 팝업 오픈 전 화장품 공병을 가져오면 리워드를 증정하는 행사를 통해 모인 플라스틱 공병들로 인테리어를 연출했다. 또한 당일 팝업에서 화장품 분리배출 상식 모의고사와 함께 실제로 분리배출을 해 보는 활동이 이뤄졌다. 이 팝업이 주목받는 이유는 재활용되지 않는 폐기물을 최소한으로 배출하려는 노력이 보였다는 점이다. 눈에 보이는 대부분이 종이 제품 혹은 재활용품을 이용한 것이었다.

단발성으로 생겨났다 사라지며 많은 폐기물을 생성하는 팝업은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폐기물 문제 이외에도 팝업을 운영하기 위해 사용되는 조명기구와 냉방 기구의 전력 소비 등을 고려하면 팝업으로 인한 환경문제는 더 심각할지도 모른다. 우선 기업 스스로 팝업을 대체할 친환경 마케팅 방안을 마련해야 하며, 정부는 현 팝업의 폐기물 관리 감독과 지침이 필요해 보인다.  

<글 /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윤민서 minie0352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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