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블랙리스트‘ 권고··· 전 지구적 관점에서 대응 방안 모색해야

[환경일보] 지난해 7월 31일 유네스코는 “기후변화와 많은 관광객의 영향으로 도시와 건축물이 손상되고, 유산의 문화적 가치가 위협받고 있다”라며 수상 도시 베네치아를 ‘위험에 처한 세계문화유산’ 목록에 올려야 한다고 밝혔다.

베네치아는 죽기 전 꼭 가봐야 할 물의 도시로 손꼽힌다. 매년 수많은 관광객은 베네치아를 방문한다. 120여 개의 섬과 177개의 운하로 이뤄진 도시, 하나 이런 아름다운 도시에 유네스코는 ‘블랙리스트 권고’를 내렸다. 그 이유를 알아보고자 직접 베네치아 현지 거리를 취재했다.

베네치아에 거주하는 사람이라면 세 가지의 이탈리아어는 무조건 알고 있을 것이다. 첫 번째로 Ciao(안녕하세요), 두 번째로는 Grazie(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는 Acqua alta(아쿠아 알타)이다. 두 번째까지는 어느 나라 언어나 그렇듯 일반적인 인사말이다. 우리는 마지막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는데, 이는 베네치아의 기후위기를 직접적으로 나타내 주는 말이기 때문이다. 사전적인 의미로는 ‘만조’를 의미하지만, 이탈리아 북부지역 베네치아인들은 이를 조금 다르게 해석한다. 이곳에서 아쿠아 알타란, 빈번히 일어나는 ‘침수 현상’을 의미한다.

아쿠아 알타는 아프리카에서 아드리아해를 거쳐 불어오는 ‘시로코 바람’과 만조가 결합해 발생하는 것인데, 최근 추이를 보면 단지 이런 이론적인 요인 때문만은 아니다.

시의 공식 기록에 따르면 1872년 이래로 342건의 아쿠아 알타가 있었는데, 이 중 반 이상(187건)이 지난 30년 동안 발생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 수치로 따지자면, 1800년대에 비해 약 20배 늘어난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시에서 제공한 베네치아의 해수면 상승 수치를 보면, 1872년부터 2022년까지 약 35cm 증가한 모습을 알 수 있다. 해수면의 상승으로 더욱 잦은 거리 내 침수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단지 지역적 위치와 기후의 문제만이 아닌, 지구 온난화의 영향이 크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산마르코 광장 한가운데 물웅덩이가 가득 차 있다. /사진=이예영 객원기자
산마르코 광장 한가운데 물웅덩이가 가득 차 있다. /사진=이예영 객원기자

지난 10월 10일, 베네치아의 아쿠아 알타의 실태를 알기 위해 시내로 나가 봤다. 먼저, 베네치아에서 비교적 저지대로 알려진 산마르코 광장 쪽을 방문했다. 광장 내부는 거대한 물웅덩이들로 가득 찼고, 침수로 인한 악취 또한 느낄 수 있었다. 물웅덩이들로 인해 도보에 어려움을 겪는 관광객들을 위한 간이 다리가 마련돼 있지만, 모든 곳에 설치된 것이 아니기에 항상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야경 명소로 유명한 zattre(잣뜨레)이다. 이곳의 침수는 훨씬 심각한 상황이었다. 산마르코 광장과는 달리 거리 전체가 물로 가득해 전혀 걸어 다닐 수 없는 상황이었다. 수심이 2cm~3cm가량 됐고, 쓰레기가 둥둥 떠다니는 장면도 목격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해수면과 거리의 높이차가 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취재일 기준 이틀 전 비가 오긴 했지만 당일은 아주 맑은 날씨였다. 그럼에도 거리가 물로 가득 찬다는 것은, 높아지는 해수면으로 인한 직접적인 문제를 시사한다. 또한 논문에 따르면 조수 간만의 차가 이렇게 가까워지면 모든 기상 현상이 위험해지고 극심한 홍수를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직접 경험해 보니 아쿠아 알타는 단지 지역적인 특색으로 여겨질 것이 아니라 기후위기의 최전선에 있음을 시사한다.

야간 명소로 유명한 zattre는 걸어다닐 수 없을 정도로 거리가 침수됐다. /사진=이예영 객원기자
야간 명소로 유명한 zattre는 걸어다닐 수 없을 정도로 거리가 침수됐다. /사진=이예영 객원기자

베네치아는 MOSE(MOdulo Sperimentale Elettromeccanico) 프로젝트를 통해 이를 해결할 생각이다. 이는 베네치아를 높은 조수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이동식 장벽으로, 만조와 폭풍 해일이 예보되거나 물이 110cm 정도 상승했을 때 장벽을 닫아 아드리아해에서 일시적으로 석호를 봉쇄할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1984년부터 진행돼 왔지만 지연과 부패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다. 2020년 10월 3일 MOSE가 처음으로 배치돼 평년보다 135cm 높은 만조가 예보돼 도시를 보호했고,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2020년 12월 8일, 기상예보관들이 조수를 과소평가해 도시를 또 다른 폭풍 해일에 노출시켰다. 아직 완벽한 작동은 불가능하며, 연구진은 마무리 단계라고는 하나 언제 마무리될지는 모른다는 의견을 전했다.

사실 모세 프로젝트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큰 규모의 수위 상승을 위한 것이라, 취재한 곳과 같은 저지대 지역의 침수는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높아지는 해수면으로 인해 점점 침수되는 지역이 늘어날 텐데 110cm라는 수치로 도시를 보호하기엔 역부족이다. 이외에도 석호 생태계에 장기적으로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되며 해수면이 높아지고 있는 지금, 베네치아의 이런 상황은 전 지구적 관점에서 중요하게 바라봐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 지구의 미래를 해결하기 위한 시뮬레이션이라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많은 과학자들과 기후학자들은 이를 주목해 베네치아의 해결을 위해 힘써야 하고, 현재 지구에 사는 우리도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베네치아의 귀추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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