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나들이 시리즈 6] 새활용플라자에서 바라본 새활용의 현주소와 미래
[환경일보] 2022년 환경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은 2019년에 비해 17.7% 증가했다. 일회용품 금지와 폐기물 재활용을 권장하는 사회적 여론에도 불구하고, 낮은 재활용률과 집계하는 기준의 차이가 지적된다.
환경부의 경우 선별장으로 넘어가기만 하면 재활용 처리된 것으로 집계하나, 이는 선별장으로 이동한 쓰레기 중 절반 이상이 물질 재활용 단계로 넘어가지 못해 오류가 존재한다. 반면 그린피스는 버려진 뒤 실제 물질로 재활용된 것만을 집계한다. 이러한 불확실성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방식으로 자원순환을 이룰 방안으로 ‘새활용(Upcycling)’을 제시하고자 한다.
새활용은 버려지는 자원에 디자인을 더하거나 활용 방법을 바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활동으로 1994년, 독일의 산업 디자이너 ‘라이너 필츠’에 의해 제시됐다. 이는 가치를 잃은 제품을 단순히 고쳐서 재사용하는 것을 넘어 디자인을 가미하는 행위 등을 포함한다. 사용된 병과 캔을 활용해 예술 작품을 만들거나, 버려진 의류를 활용한 새 의류와 가방, 자동차 부품을 가공해 의자, 선반으로 활용하는 등 다양하게 이뤄질 수 있다.
새활용은 재활용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환경보호의 기능과 함께 새로운 원료를 생산하는 과정에 소모되는 에너지 및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나아가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디자인을 적용함으로써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새활용을 활성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서울새활용플라자에 다녀왔다. 서울새활용플라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새활용 복합 문화 공간이다. 8호선 장한평역 8번 출구에서 약 800m 떨어져 있는데, 장한평역에서 이 건물의 안내를 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서울새활용플라자에서 느꼈던 가장 인상적인 것은 새활용의 다양성이다. 이를 가장 잘 느낄 수 있었던 곳은 1층에 있는 ‘새활용 하우스’와 지하 1층에 있는 ‘소재은행’이다. 새활용 하우스는 일상생활과 관련된 새활용 제품이 전시돼 있는 공간이다. ‘소재은행’은 새활용 제품을 만들기 위해 공급자로부터 버려진 재료를 가져와 이를 가공하고 규격화해 새활용 기업에 판매하는 공간이다. 이 공간에도 버려진 재료를 가공한 것으로 만들어진 새활용 제품이 전시돼 있는데, 이 중 컴퓨터 기판으로 만든 컵 받침은 새활용 원료의 다양성을 보여준다.
보통 새활용 제품인 컵 받침은 헌 옷이나 양말목으로 만든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컴퓨터 기판으로 만든 컵 받침을 통해 같은 종류의 새활용 제품일지라도 서로 다른 재료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가방 역시 낙하산, 버려진 청바지, 재생 종이인 한지, 자동차 카시트 등 다양한 새활용을 이용해 만들 수 있다. 이는 새활용 상용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

서울새활용플라자에서 또 하나 느꼈던 것은 새활용의 일상화 가능성이다. 우리는 새활용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주로 헌 옷으로 만든 제품이나 병이나 캔으로 만든 예술 작품 정도를 생각한다. 그런데 새활용플라자와 소재은행에서는 일상생활 속 많은 부분을 새활용 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동차로만 봐도 문은 테이블 받침으로, 카시트는 가방으로 새활용을 진행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고, 실제로 버려지는 엔진이나 안전띠도 새활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처럼 우리 주변의 많은 제품이 새활용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그러나, 새활용이 상용화되고 활성화되려면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대표적으로 새활용 제품을 만드는 업체의 어려움이다. 새활용을 상용화하려면 새활용 제품 대량 생산이 필요하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원재료의 지속적인 공급이 필요하다. 서울새활용플라자에는 이러한 소재를 지속해서 구매할 수 있는 소재은행이 존재하는데 소재은행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새활용 기업은 원재료 수급의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새활용에 대한 다른 견해도 산업 활성화의 장벽이 된다. 새활용 작업은 결국 버려지는 쓰레기들을 공정 과정을 거쳐 우리가 쓸 수 있는 물건들로 다시 만드는 순환 흐름을 갖는 과정이다. 결국, 원재료가 ‘쓰레기’이기에 해당 물건의 청결도와 우리 인체에 해가 없는 게 맞는지에 대한 걱정이 생길 수 있다. 그렇기에 새활용 공정 과정을 공개하는 등의 행위를 통해 사용하는 물질의 청결도에 관한 가시적인 자료를 공개하면서, 새활용으로 만들어진 작품들을 전시하고 소개하면서 사용자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도 우선 과제가 될 것이다.
새활용 산업이 활성화가 되면 다른 차원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부족한 자원의 또 다른 수급 문제이다. 다른 산업의 예시로 폐목재를 원료로 한 SRF(가연성 폐기물 연료화) 산업이 신재생에너지 전환 때문에 레드오션화 되면서 기존 재료 수급이 점점 어려워지고, 폐목재를 이용한 타 산업에 영향을 끼친 적이 있다.
또 다르게 바이오연료에 대한 산업이 부흥하면서 식량 중 일부가 에너지원으로 이용되면서 두 분야 중 어디에 더 쓰이는 게 중요한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존재하기도 한다. 이처럼 새활용 산업이 활성화되면서 원재료인 ‘쓰레기’의 사용처의 우선순위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가 해결돼 새활용이 활성화된다면 일자리 창출, 환경오염도 감소 등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서울새활용플라자 내부에서 많은 입주 기업 내 근무자가 일하고 있으며, 이들은 서울새활용플라자 내 장비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또한, 더 나아가 그중 일부는 장애인을 고용하는 등의 제도가 마련된다면 일자리 창출과 장애인의 자립 지원을 이끌 수 있을 것이다.
환경오염의 측면도 마찬가지다. 결국, 새활용은 재활용보다 더 상위 버전의 쓰레기 처리 기술로 새활용 산업이 활성화된다면 최종적으로 버려지는 물질의 양이 이전의 재활용 중심 산업의 경우보다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서울새활용플라자를 방문하면서 새활용의 정의부터 현황, 보완이 필요한 점, 앞으로 기대되는 점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쓰레기가 없어지는 그날까지 새활용에 대한 보다 많은 시민들의 관심과 새로운 순환경제 산업이 더욱 발전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