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고 개도국, 평등한 에너지 전환 협력·지원 필요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김경훈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김경훈

[환경일보] 매년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은 2022년부터 끝날 줄을 모른다. 지난해 10월에는 가자지구를 둘러싸고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끔찍한 전쟁을 벌였다. 시리아, 나이지리아, 에티오피아에서는 정치적인 국가 내전이 계속되고 있어 수백만 명의 사망자와 피난민을 발생시키고 있다.

전쟁은 그 자체로도 반인도적인 범죄이지만 기후위기 시대에서 전쟁의 의미는 또 다른 가해의 의미를 지닌다. 전쟁과 기후위기, 두 단어를 동시에 떠올리기는 쉽지 않지만, 전쟁 자체가 거대한 탄소 집약적 활동이다. ‘가자전쟁 탄소배출량 보고서’에 따르면, 전쟁 후 첫 35일간 발생한 탄소배출량이 북유럽 선진국에서 1년 내내 배출하는 탄소량의 1.5배가량이었다. 전 세계 군사 및 군수 산업의 탄소 배출량을 추정하면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약 5.5%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군사 활동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많이 나오는 건 주요 군사 장비의 낮은 연비와 높은 연료 소비가 원인 중 하나이다. 군용 장비는 화석연료를 대량으로 소모하며 연비가 매우 낮은데, 대개 자동차의 연비는 30mpg(Miles Per Gallon, 1갤런의 연료로 주행한 마일) 정도이다. 하지만, 전투용 지프차는 자동차와 비교해 5분의 1인 6mpg, F-35 전투기는 50분의 1인 0.6mpg, B-2 전략 폭격기는 100분의 1인 0.3mpg의 연비가 든다. 

전쟁이 에너지 전환을 가속한다?

전쟁은 군사 활동으로 막대한 탄소를 배출할 뿐만 아니라 에너지 공급 문제를 발생시키고, 동시에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한 가계와 기업의 부담을 가중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에너지 전환을 가속한다고 주장하며, 선진국을 중심으로 이러한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녹색에너지 전환에 단기적으로 고통이지만 장기적으로는 훨씬 큰 이득이라고 분석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이 오히려 세계 각국의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촉진해 화석연료 퇴출을 앞당기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유럽은 장기적인 에너지 안보 확보를 위해 기존의 탄소감축입법안(Fit for 55)보다 더 적극적인 REPowerEU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 프로그램은 기후목표의 달성이라는 동인 이외에, 러-우 전쟁이라는 지정학적 변화로 인한 에너지 안보 위기가 EU 및 EU 회원국의 에너지 전환 가속화 정책의 동인이기도 하다. 또한 미국, 캐나다, 노르웨이, 이집트 등과 에너지 공급 협의를 진행하면서 에너지 공급원 다변화를 진행하고, 청정에너지 사용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조치로 2022년 하반기 이후부터 에너지 가격은 하락세로 접어들었고,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는 대신 수입처의 다변화를 도모했다.

로켓 공격으로 폐허가 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 가자시티(Ali Jadallah_Anadolu Agency) /사진제공=세이브더칠드런
로켓 공격으로 폐허가 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 가자시티(Ali Jadallah_Anadolu Agency) /사진제공=세이브더칠드런

기후위기 최전선 개도국의 이중고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던 내용은 선진국이기에 에너지 전환을 위한 자본이 충분했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단기적으로 고통이지만 장기적으로는 훨씬 큰 이득이라고 분석했지만, 선진국은 자본력으로 고통을 견딜 수 있지만, 개발도상국은 아쉽게도 그런 상황이 아니다.

개발도상국은 경제불황과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부채가 감당할 수 없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으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값싼 화석연료에 더더욱 의존하고 있다. 나이지리아의 부통령 예미 오신바조(Yemi Osinbajo)는 “나이지리아 등의 개발도상국은 극심한 에너지 부족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며 “에너지 전환이라는 개념을 전 세계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고 밝혔다. 이는 전쟁이 발발하면서 선진국이 자국 내의 재생에너지 인프라 구축 투자에 매진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개도국에는 똑같이 적용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결국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평등한 에너지 전환을 위해서는 선진국 중심의 배타적 에너지 개발계획에서 개발도상국 정부와의 협력과 지원이 필요한 것이다.

전쟁은 기후위기의 최전방에 서 있는 이들에게 극심한 피해를 입힌다.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모든 나라에 공평하게 배분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후 조건이 열악하거나 사회 기반 시설이 취약한 저개발 국가일수록 그 피해는 훨씬 크게 다가온다. 기후위기와 전쟁은 전 지구적인 영향을 일으키는 문제라는 점에서 결코 둘을 분리해서 바라볼 수 없다. 하루빨리 지구상의 전쟁이 종식되고, 인류를 집어삼킬 기후위기에 대응할 전 지구적 노력과 해결에 힘써야 할 것이다.

<글 /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김경훈 rlarudgns2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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