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결렬 INC-5, 각국 첨예한 입장 대립··· “구속력 있는 협약 의지 희석 우려”

INC-5가 개최되기 전부터 플라스틱 생산 감축에 대한 대립의 구도는 생산 감축을 주장하는 개발도상국 중심, 생산 감축에 반대하는 산유국 중심, 그리고 중립의 입장을 고수하는 국가들로 나뉘어 왔다. /사진=환경일보DB
INC-5가 개최되기 전부터 플라스틱 생산 감축에 대한 대립의 구도는 생산 감축을 주장하는 개발도상국 중심, 생산 감축에 반대하는 산유국 중심, 그리고 중립의 입장을 고수하는 국가들로 나뉘어 왔다. /사진=환경일보DB

[환경일보] 유엔 플라스틱 협약 마련을 위한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 회의가 11월 25일부터 12월 2일까지 일주일간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됐다. 4차까지 회의가 진행됐지만, 각국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협약문에는 수천 개의 괄호만이 남아 5차 회의까지 개최한 것이다.

5차 회의는 공식적으로 플라스틱 협약을 마련하기 위한 최종 회의였던 만큼 구속력 있는 협약이 완성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전 세계적으로 매우 높았다. 이번 5차 회의 시작 직전 에코나우와 유엔환경계획 주도하에 각국 청년대표단이 동서대학교에 모여 플라스틱 협약에 대한 의견을 여러 이해관계자와 공유했다.

청년대표단과 각계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한 INC-5 사전 행사 /사진=남궁성 객원기자
청년대표단과 각계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한 INC-5 사전 행사 /사진=남궁성 객원기자

각국의 첨예한 의견 대립

사전 행사까지 개최하며 만반의 준비를 보이는 듯싶던 INC-5는 과연 어떻게 진행되었을까? 공식적인 마지막 5차 회의까지도 각국의 첨예한 의견 대립은 계속되었다. 비록 수천 개의 괄호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었지만, 큰 주제는 '원료 물질인 1차 플라스틱 폴리머와 플라스틱 생산 감축'과 '유해 화학물질 퇴출', '재원 마련'으로 표현은 다소 간단했다.

이는 모두가 전 세계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문제이기도 했으나, 기존부터 이어져 온 의견 대립 기조는 회의의 마지막까지도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INC-5가 개최되기 전부터 플라스틱 생산 감축에 대한 대립의 구도는 생산 감축을 주장하는 개발도상국 중심, 생산 감축에 반대하는 산유국 중심, 그리고 중립의 입장을 고수하는 국가들로 나뉘어 왔다. 재정 지원에 관해서 개발도상국들은 사전 행사부터 본 행사까지 꾸준히 재정 지원의 필요성에 대해 입장을 고수했다.

르완다 대표는 “몇몇 목소리들이 협약 완성에 부정적이지만, 그것이 우리의 집단적인 의지를 꺾지는 못할 것이다”라며 협약문 완성의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그러나 회의의 공식적인 마지막 날인 12월 1일에도 각국이 한 공간에 모여 구속력 있는 협약을 만들기 위해 논의하는 모습은 보기 어려웠다.

INC-5 회의 마지막날 아시아 태평양 국가들이 모여 regional meeting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남궁성 객원기자
INC-5 회의 마지막날 아시아 태평양 국가들이 모여 regional meeting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남궁성 객원기자

이날 이뤄진 대부분의 회의는 사실상 지역별로 이뤄졌다고 할 수 있다. EU는 EU끼리, 아시아 태평양 국가들은 아시아 태평양 국가끼리 회의하는 등 의견이 공통된 국가들끼리의 회의만이 이뤄졌다. 그리고 그 어떤 회의에서도 의장이나 유엔환경계획 관계자와 같은 고위 이해관계자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INC-5 공식회의 마지막 날 청년대표단에게 발송된 일정표 /자료출처=UNEP
INC-5 공식회의 마지막 날 청년대표단에게 발송된 일정표 /자료출처=UNEP

회의의 진행 일정 또한 고정적이지 않았다. 회의 마지막 날 최종 회의였던 Meeting of the INC Bureau는 1시간 반 이상 연기됐고 전반적인 일정들이 대부분 ‘closed meeting’ 즉, 비공개의 형태로 진행됐다.

벡스코 대관까지 연기했으나 결국 협상 실패

결론적으로 협약은 완성되지 못했다. 의장에 따르면 기존 70페이지가 넘는 협약문을 22페이지가량으로 줄이기는 했으나, 이번 협약의 최대 쟁점이라 할 6조 ‘공급 또는 지속가능한 생산’ 조항에는 원래 없었던 괄호가 다수 추가돼 단어 하나하나에 대해 추후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가장 중요한 주제에 있어서 의견이 수렴되지 못하고 선택지가 늘어난 셈이다. 공식적인 회의 기간 안에 협상이 끝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는지, 마지막 날 회의가 끝나기 전에 벡스코의 대관 일정을 12월 3일까지 연장했었다.

INC-5는 결론적으로 2일 오전 3시쯤 폐회했다. 사실상 2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개회하는 ‘유엔 사막화 방지 협약(UNCCD)’ 때문에 협상 기한을 무한정 미룰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UNEP과 INC 참여국들은 2025년 추가 협상회의(INC-5.2)를 통해 협상을 지속할 방침이다. 각 환경단체는 이번 회의를 통해 플라스틱 오염을 해결할 어떠한 방침도 나오지 않았다며 비판에 나섰다.

12월1일 열린 INC-5 본회의 /사진제공=WWF
12월1일 열린 INC-5 본회의 /사진제공=WWF

무엇이 문제였을까?

의장이 언급한 실패 원인은 산유국의 반대다. 그러나 개별적으로 진행된 회의 진행 방식도 협상 결렬의 원인으로 보인다. INC-5의 공식적인 폐막일까지도 각국은 의견이 공유되는 국가 사이에서만 회의를 지속했다. 일정만 보더라도 마치 연장을 당연시하게 생각하거나, INC-5.2(2025년 추가 협상회의)까지 넘어가는 것을 이미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처럼 보였다. 

비록 이번 협약이 전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한 주제인 플라스틱 오염의 해결을 다루는 만큼 각국의 의견을 충분히 수용해 협약을 완성해야 하는 것은 맞다. 자칫 한쪽 입장을 고려하지 못한 채로 협약문을 만들게 되면, 그 후폭풍을 감당하는 것이 더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당 협상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가 플라스틱 오염인 만큼 우유부단한 결단으로 인해 협약의 완성이 무기한 지연되는 것은 절대로 안 될 것이다. 자칫 구속력 있는 협약을 만들고자 하는 의지가 희석되거나 오염의 가속화가 걷잡을 수 없이 빨라져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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