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제품 여권(DDP)’ 도입··· “국내 제조업 혁신, 경쟁력 높여야”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김경훈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김경훈

[환경일보] 2023년 4월 23일, 유럽의회는 기존의 ‘에코디자인 지침’(Eco design Directive)을 개정해 새로운 ‘에코디자인 규정’(Eco design for Sustainable Product Regulation)을 의결했다. 이 변화는 단순한 명칭 변경이 아니라, 지속가능성과 재활용 가능성을 강조하는 다양한 기준을 포함하고 있으며, 적용 품목이 음식과 의약품을 제외한 모든 물리적 품목으로 확대됐다. 특히, 새로운 개념인 ‘디지털 제품 여권(DDP)’이 도입돼 제품의 생애주기 정보가 디지털 형식으로 제공돼야 하며, DDP가 제공되는 경우에만 제품을 시장에 출시할 수 있도록 하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에코디자인 ‘지침’에서 ‘규정’으로

EU 법령 체계에서 규정(Regulation)과 지침(Directive)은 각각의 적용 범위와 법적 구속력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규정은 모든 회원국에 직접 적용되며 강한 구속력을 가지지만 지침은 회원국이 자국법으로 전환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이는 각국의 상황에 따라 법률을 제정할 수 있는 유연성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외에도 결정(Decision), 권고(Recommendation), 의견(Opinion) 등 다양한 법적 도구가 존재하며, 각각의 구속력과 적용 방식이 다르다. 규정은 강력한 통일성을 제공하고, 지침은 회원국의 자율성과 조화를 중시하는 정책 도구로 활용된다.

‘EU 에코디자인 규정’의 개정 과정은 지속 가능한 제품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일관된 노력을 나타낸다. 유럽연합은 2005년 에코디자인 지침을 발표한 이후 지속가능성 관련 새로운 요구사항을 설정하고, 2024년 4월 최종 승인, 7월 18일 규정안이 발효됐다. 이번 규정은 단순히 에너지 효율성을 강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제품의 전 생애주기에서 내구성, 재활용 가능성, 에너지 효율성 등 지속가능성 요건을 부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소비자에게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기업이 제품 설계와 생산 과정에서 지속가능성을 고려하게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특히, 전자여권을 통해 제품의 지속가능성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도록 요구함으로써, 소비자와 제조업체 간의 투명성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소비를 촉진하고자 한다. 이러한 변화는 기업들이 환경 규제를 준수하는 데 필요한 새로운 기준을 마련해 주며, 기업의 경쟁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국내 제조업 기업들은 제품 설계 단계에서부터 에코디자인 규정 및 해당 품목별 이행 규정을 충분히 고려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특히, 탄소 발자국, 재생 가능 소재 사용, 유해 물질 함유량 등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환경일보DB
국내 제조업 기업들은 제품 설계 단계에서부터 에코디자인 규정 및 해당 품목별 이행 규정을 충분히 고려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특히, 탄소 발자국, 재생 가능 소재 사용, 유해 물질 함유량 등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환경일보DB

‘규정’ 전환, 한국 제조업의 영향은

이번 규정 개정은 한국 제조업체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2023년 한국은 EU에 약 682억 달러를 수출하며, 자동차, 자동차 부품, 선박, 반도체 등 제조업 제품이 주요 수출 품목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지침’이 ‘규정’으로 개정되면서 적용받는 품목의 범위가 넓어지고, 사실상 모든 제조업 제품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따라서 기업들은 제품 설계 단계에서부터 에코디자인 규정 및 해당 품목별 이행 규정을 충분히 고려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특히, 탄소 발자국, 재생 가능 소재 사용, 유해 물질 함유량 등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기업은 이러한 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자본과 인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중소 및 중견 기업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중소기업들은 자원과 정보가 부족해 새로운 규정을 준수하기 어려울 수 있으며, 이로 인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을 위험이 있다. 따라서 정부는 중소기업을 위한 지원 정책과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 이들이 새로운 규정을 효과적으로 준수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또한, 국가 차원에서도 EU 법 개정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과 지원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는 한국 제조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EU의 지속가능성 기준을 충족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정부는 기업들이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규정의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EU의 법령 변화는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제조업체들에게 중요한 도전 과제가 될 것이며, 이를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과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 기업들은 새로운 규정에 맞춰 제품 설계와 생산 방식을 재조정하고, 이를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규제를 준수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의 혁신과 경쟁력을 높이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글 /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김경훈 rlarudgns2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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