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C-5 협약 완성은 못 했지만, 청년 참여는 고무적··· 정책 반영 체계화 필요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김태현

[환경일보] 전 세계 여러 나라는 국가별로 다른 플라스틱 정책 때문에 획일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국제사회는 2022년 11월부터 이를 위한 회의인 INC(Intergovernmental Negotiating Committee)를 5차례에 걸쳐 진행했다. 많은 대화가 오갔으나, 마지막 회의인 INC-5에서도 국가 간의 이해관계에 따른 충돌을 해결하지 못해 하나의 의견으로 모으지 못하고 각 국가의 의견을 나열하는 것에 그쳤다. 결국,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열린 회의에서도 완전한 협약이 이뤄지지 못했다.

INC-5가 완전한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그 속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었다. 청년의 의견이 전 세계에 전달됐다는 것이다. INC-5의 플라스틱 청년공론장에서 100여 명의 청년이 모였고, 토론을 통해 결정된 청년의 대표 의견이 INC-5의 사이드 이벤트에서 전달됐다. 

해당 청년공론장에서는 INC 발의 배경, 현재 플라스틱 오염 상황 등을 다루는 한민지 법제연구원의 강연 이후 참가한 청년들이 정부의 정책, 산업, 시민사회 측면에서 플라스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주제별로 한 명씩 세 명의 청년 대표가 단상 앞으로 나와 플라스틱과 관련된 현재 상황을 발표하며 토론 주제를 발제했다. 이후 조별 토론을 거쳐 조별로 의견을 모으고 이 의견 중 투표를 통해 청년이 제시하는 최종 대표 의견이 결정되는 방식이었다.

2024 클리마투스 플라스틱 청년공론장 행사 개요 /사진=김태현 객원기자
2024 클리마투스 플라스틱 청년공론장 행사 개요 /사진=김태현 객원기자

정부와 관련해서는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여야 함에 초점이 맞춰지며, 이를 위해 제도가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를 토론했다. ‘제조 과정 및 성분 등을 볼 수 있는 플라스틱 여권 도입’, ‘플라스틱 과다 생산 기업의 책임 강화’ 등 여러 의견이 있었지만, 투표를 통해 ‘축제에 다회용기 사용 의무화 및 제도 구축’, ‘잘 실천한 소비자에 금전적 혜택 제공’, ‘시민 모니터링단 구성해 정책 감시’, ‘재활용 플라스틱 사용 기업에 인센티브 제공’이 대표 의견으로 정해졌다.

산업에 관해서는 현재 여러 나라가 재생 플라스틱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음에 집중했다. 재생 플라스틱의 품질의 품질이나 안전성이 떨어지는 것을 우려한 것이다. 이에 재생 플라스틱 사용을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지 토론이 이루어졌다. 가장 많이 선택한 의견은 ‘재활용 플라스틱의 철저한 안전 관리 및 고품질화를 위한 정부 지원 필요’, ‘섭취 관련 제품 금지’, ‘의료 및 산업용 재생 플라스틱의 안정성 확보를 위한 과학적 데이터 공개’가 있었다.

시민사회 측면에서는 1인 가구 증가, 비대면 문화 확산 등 청년들의 플라스틱 사용량 증가 원인을 분석했으며, 이에 따라 일회용품 감축을 위해 시민사회가 필요한 노력에 관한 토론이 이어졌다. 토론 도중 ‘잘 분해되는 포장재 개발 장려’, ‘보증금 제도 시행 중 다회용기 깨끗하게 사용하는 업체에 혜택 제공’ 등 많은 의견이 나왔다. 청년 대표 의견으로는 ‘다회용기 사용에 관한 보상과 수거 업체 확대’, ‘택배 과대 포장 제한과 안전 배송 제도 개선, 판매 단계에서의 포장 개선, 과포장 관련 부정적 의견을 신문고 등을 통해 국가에 전달’이 선정됐다.

해당 대표 의견은 INC-5의 공식 사이드 이벤트에서 직접 전달됐다. 청년 대표는 선정된 의견과 함께 토론하면서 나왔던 의견을 모두 발표했다. 실제로 이 행사에서 유엔환경계획(UNEP) 등 세계 여러 단체와 교류했으며, 세계에 청년들의 목소리가 닿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청년의 목소리가 세계에 전달된 것은 맞지만, 해당 의견이 전달된 사이드 이벤트는 공식 행사와 동시에 진행됐다. 각 나라를 대표하는 회의 참가자에게 청년의 의견이 직접 전달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청년공론장을 비롯해 청년들이 목소리를 낼 기회가 많아진다면 그들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기회도 늘어날 것이다.

청년공론장에서 모인 의견이 ICN-5의 사이드 이벤트 ‘청년과 소통하는 플라스틱 국제 협약 그 너머의 사회’를 통해 전달됐다. /사진=강다현 청년대표
청년공론장에서 모인 의견이 ICN-5의 사이드 이벤트 ‘청년과 소통하는 플라스틱 국제 협약 그 너머의 사회’를 통해 전달됐다. /사진=강다현 청년대표

어떤 정책에서 청년뿐 아니라 어느 계층이든 그들의 의견이 잘 전달되는 것은 중요하다. 해당 정책에서 특정 계층의 의견이 하나도 반영되지 않는다면 불만을 일으키기 쉽기 때문이다. 물론 단체 간 이해관계는 충돌할 수밖에 없고, 물리적으로 모든 계층의 요구 사항을 반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이 최대한 많은 계층의 의견을 듣고 고민한다면 조금 더 공정한 정책이 발현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의견을 표현하는 사람도 올바른 방법을 통해 논리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이 점에서 이번 청년공론장도 토론을 통해 의견을 개선해 나가며 완성된 형태의 최종 의견을 도출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번 공론장은 전공자, 비전공자, 대학원생 등 청년 중에서도 다양한 사람이 모여 각자의 의견을 냈고 이를 좁혀 하나의 대표 의견을 도출했음에 의의가 있다. 어느 계층이든 자신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플랫폼이 많아진다면 정부는 더 나은 정책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청년들이 주도적으로 의견을 펼치고 제안할 수 있는 청년공론장과 같은 여러 소통의 장이 확대되고 체계화되길 기대해 본다.

<글 /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김태현 boykim101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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