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후보도의 문제점과 나아가야 할 방향
[환경일보] 기후위기를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요즈음, 기후보도에 대한 대중들의 수요는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졌으며, 기후보도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기후위기 보도는 기존 저널리즘의 문법과는 조금 동떨어져 있는 영역이다. ‘사건’ 중심의 기존 저널리즘과는 달리,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한 ‘가능성’의 영역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아울러 기후위기는 방대한 분야와 이해관계에 얽혀 기후변화 위기의 위험성과 영향력에는 정치적 공방이 벌어질 소지가 다분한 상황이다. 따라서 기후위기를 다루는 언론사들은 기존의 저널리즘에서 벗어나 혁신적인 방법을 지속적으로 고안해야 하는 국면에 처했다.
국내 기후보도는 지금
글의 전개에 앞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은 비영리 단체로 본 기사에는 어떠한 정치적 입장도 반영되지 않았음을 밝힌다.
국내 기후보도는 언론사의 이념적 성향에 따라 동일 사안을 다른 관점으로 보도하는 경향이 있다. 다시 말해, 언론은 정치 집단들이 자신들의 입장을 정당화하는 창구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원자력 발전이다. 원자력 발전과 신재생에너지 발전이 각각 뚜렷한 장단점을 가지고 있고, 국가 정책에 따라 사회·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므로 사회 전체적으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으며, 이러한 논의가 언론에 반영돼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국내 언론은 기후위기를 수단으로 정치적 대립 구도를 부추기기만 할 뿐,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는 기후위기를 생존의 문제로 바라보지 않기 때문이다. 언론은 대중들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그 해결방안을 고민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언론은 정·재계에 책임을 묻는 파수꾼 역할을 해야 한다. 하지만 국내 주요 언론사 중 정치와 재계로부터 기후위기 파수꾼은 찾기 힘들다.
언론사의 구조적 경직성 또한 기후 보도 문제에 기여한다. 최근 언론사에서 ‘기후팀’과 ‘기후 문제 전담 기자’가 생기는 등의 변화가 있기는 했으나, 기후 문제는 사회, 정치, 경제 등의 전 영역과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어 기후팀에서만 다루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다양한 부서에서 기후 분야를 학습하고, 부서가 전담하는 영역과 기후 문제를 연관 지어 보도를 작성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상 기후 현상 보도에만 치중돼 있는 현 기후 보도에서 벗어나려면 한 가지 사안을 깊이 다루는 심층 보도가 필요한데, 국내 언론사는 대개 2~3년 만에 출입처, 혹은 담당 분야를 바꾸는 관행이 지배적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현직 기자의 의견도 존재한다. 여기에 언론사의 성향을 보도에 기계적으로 반영하는 현 상황까지 더해지니, 기후보도는 건설적인 논의의 장이 되기 어려운 것이다.
기후보도가 나아가야 할 방향
▷지나치게 정치적 공방으로 다루면 안 된다
특정한 정파나 정당과 동일시해 “누구 편이냐”를 판단기준으로 삼는 것은 언론의 정치 병행성이라고 하는데, 이는 가치와 사실에 근거해 시시비비를 가리는 정파성과 구별된다. 언론의 이러한 정치 병행성은 독자와 시민이 기후변화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갖게 해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대응을 어렵게 한다. 언론은 건강한 공론장을 마련해 사회적 합의를 끌어낼 책무를 다해야 한다.
▷전문 조직을 두고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
기후변화에 대한 국내 언론의 관심은 커졌지만, 전통적 뉴스 가치인 시의성, 흥미성, 계절성 혹은 일회성으로, 본질에서 벗어난 경마식 보도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계절성 보도에 그치지 않으려면 뜻이 있는 기자를 중심으로 기후변화 상설 조직을 구성하는 것이 좋다.
▷‘솔루션 저널리즘’으로 접근해야 한다.
솔루션 저널리즘이란 ‘문제해결에 집중하는 저널리즘’이다. 정교하고 근거에 기초하며 정확하고 균형 잡힌 해결책을 제시하고 실천하도록 함으로써 시민들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는 효능감을 느끼게 할 수 있다. 언제나 해결 방안과 대안을 내놓을 수 없지만, 언론이 문제에 맞서 실천하는 사람을 소개하고 그 내용을 여러모로 조명함으로써 집단지성을 끌어낼 수 있다.
2024년은 ‘역사상 가장 더운 해’를 기록하며, 넘지 말아야 할 선인 1.5℃를 넘겼다. 2018년에 발간된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는 20년 내 지구의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5℃ 상승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지만, 이는 단 6년 만에 깨져버렸다. 하지만 그 심각성에 비해 사회적인 충격은 약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현 상황을 타파하려면, 인류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좀 더 명확하고 효과적으로 기후위기 보도를 지속해야 한다.
<글 /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이지혜 leejh37274@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