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의 이름을 쓴 과잉생산 잉여물 신문지 수출 산업

[환경일보] 탄자니아는 아프리카 대륙 동안에 위치해 있다. 탄자니아의 거리에는 한국 신문지를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가게마다 한국의 신문지가 널려 있고, 거리의 사람들은 한국의 신문지를 가방 삼아 들고 다니는 모습이 보인다. 이 신문지는 사용되지 않은 새 인쇄물이다. 즉, 인쇄 후 즉시 아프리카로 수출된다.

아프리카의 사람들에게 한국의 새 신문지는 포장재로, 돗자리로, 종이 가방으로 쓰인다. 그렇게 한국어가 쓰인, 한국의 이야기가 담긴 신문은 아프리카인의 일상에 스며들었다. 그렇다면 사용하지도 않은 수많은 한국의 신문지가 태평양 너머의 아프리카까지 오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탄자니아 한 빵집 진열대 위에 놓인 한국 신문지 /사진=객원기자 김해원

가장 먼저, 한국의 신문지는 아프리카뿐만 아니라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로도 흔하게 수출되고 있다. 이러한 신문지는 동일한 크기의 종이 재질에 비해 무게당 가격이 저렴하고, 콩기름으로 인쇄해 음식 등을 포장하기에 활용도가 높기 때문이다.

한국의 신문지가 수출되기 시작한 것은 기술 발전 등 종이신문의 구독률이 감소한 시점부터다. 1990년대 중반까지 종이신문의 구독률은 가구당 70%에 육박했다. 그러나 2020년대에 들어서서는 6.3%로 10분의 1도 안 되는 비율을 기록했다. 이미 엄청난 하락세에 접어든 종이신문이 존속하는 이유는 광고 수익 때문이다.

대부분의 광고 단가는 발행 부수에 따라 결정된다. 따라서 실수요와 관계없이 신문사들은 부수를 과거의 수요만큼 유지, 혹은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방식으로 운영해 오고 있다. 이는 사용되지 않은 새 신문 재고가 대량으로 남게 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해외 온라인 쇼핑몰, 다른 도매 취급 쇼핑몰에만 가도 한국산 신문지를 저렴한 가격으로 쉽게 구할 수 있다. 이렇게 한국어가 적히고 한국의 광고가 실린 한국 신문들이 바다 건너 타국, 타 대륙까지도 널리 건너가게 됐다.

유엔 국제무역통계국(UN COMTRADE)에 의하면, 2023년 탄자니아의 한국산 신문, 저널, 정기 간행물 수입액은 미화 69만2300달러였다. 그리고 한국에서 신문 1부 제작에는 약 800원의 비용이 들지만, 재활용업자에게는 80원 수준에 팔리고 있어 수익성은 떨어진다. 그럼에도 발행을 계속하는 이유는 결국 광고 수익 확보에 있는 것이다.

현재 한국 신문출판업의 기조는 진보적인 것으로 보인다. 한국신문협회 산하 마케팅협의회는 신문사들이 공동 출자해 운영하는 통합지국 시스템 확대를 논의하고 있다. 이는 여러 신문사의 유통과 배달을 하나의 지국에서 관리하고, 독자 정보는 본사가 직접 관리하는 방식이며, 기존 신문지국(개인사업자)의 영향력과 수익 구조가 약화할 것으로 보인다.

탄자니아에서 빵 포장재로 사용되는 한국 신문지 /사진=김해원 객원기자 
탄자니아에서 빵 포장재로 사용되는 한국 신문지 /사진=김해원 객원기자 

기존에는 지국이 독자 확보와 배달을 모두 담당하며 신문 구입비를 내고 신문을 받아 판매했지만, 통합지국 체제에서는 배달만 맡고 수익도 배달료에 한정될 전망이다. 따라서 발행 부수가 실제 독자 수에 맞춰 조정되면 종이 신문의 과잉 생산과 해외 수출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신문사들이 영향력 유지를 위해 부수를 부풀리는 관행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인 측면이다.

탄자니아의 입장에서, 한국 신문지는 대체품이 될 수 있다. 탄자니아는 2019년부터 플라스틱 비닐 가방을 법적으로 규제한 지 7년이 됐다. 환경 보호를 위해서이며, 관광객에게도 마찬가지이다. 탄자니아 내에서 모든 비닐봉지(plastic carrier bag)의 수입, 수출, 판매, 저장, 공급 및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이는 플라스틱 오염 문제에 대한 국제적인 대응의 일환이며, 이미 아프리카 내에서는 이러한 비닐 사용 금지 정책을 펼치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이러한 기조에서 한국의 신문지는 거의 필수품이 됐으며, 폐기물의 처리를 대부분 소규모 소각의 과정을 거치는 탄자니아에서 종이신문은 처리가 쉽다. 매장될 경우에도 비닐봉지에 비해 비교적 시간적으로 빠르게 분해된다.

새 신문지 수출 사업은 결국 양면적인 영향을 지닌다. 탄자니아 및 동부 아프리카에서는 관광업, 일회용품에 대항하기 위해 대체 대안으로 활용되기에, 이는 지속가능한 발전에 속할 수 있을 것이다. 개발도상국에서는 여전히 폐기물 처리 공정 및 방안에 대한 대책이 미비한 실정이며, 이를 고려한다면 자연 분해가 쉬운 새 신문지는 폐기물 감축과 자원순환이라는 측면에서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재사용을 통한 환경 인식 개선과 지속 가능한 소비 문화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원초적으로는 부정적인 측면에 가까울 것이다. 우선, 공급 과잉이 이 산업의 시초가 됐다. 대한민국 국내 산업 구조의 불균형이 외부로 전가된다. 영구적이지 않고 일시적인 자원 활용이 됨과 더불어 구조적 성찰이 필요해지는 시점이다. 운송료로 사용되는 에너지 및 자원도 간과해야 할 부분이 아니며, 다른 지속 가능한 방안을 모색할 기회가 이로 인해 소극적인 태도로 취해지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탄자니아에서 택배 포장지로 사용되는 한국 신문지 /사진=김해원 객원기자
탄자니아에서 택배 포장지로 사용되는 한국 신문지 /사진=김해원 객원기자

결론적으로 신문지 수출 산업은 단순한 ‘재사용’, ‘친환경 포장’으로 치부되는 경향이 있다. 그저 잉여 자원을 처리하는 방식이 아닌, 왜 남게 됐는지, 그것이 어디로 가는지, 그리고 그 끝은 환경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함께 고민하고 설계해야 진정한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신문 발행 언론사들의 자정의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 판매 이후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운송 과정 또는 사용 후 처리 과정을 비롯해 현지에서의 지속 가능한 소비와 폐기물 관리 시스템 강화에 대한 책임 방안이 마련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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