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나들이 시리즈 9] 반납 안내, 회수율 관리가 ‘진짜 친환경’의 분수령

축구장 푸드트럭에서 음식을 시키면 다회용기에 음식을 담아 준다. /사진=김태현 객원기자
축구장 푸드트럭에서 음식을 시키면 다회용기에 음식을 담아 준다. /사진=김태현 객원기자

[환경일보] 야구장에 이어 축구장도 다회용기가 도입됐다. 우리는 어릴 적부터 환경에 관해 많은 것을 배웠고, 실천까지 못 가더라도 환경에 끊임없는 관심을 뒀다. 이러한 관심에 힘입어 우리 생활에 밀접한 환경오염 문제 중 일회용품 문제 해결을 위해 이제는 스포츠 경기장에도 다회용기가 도입됐다.

축구장 다회용기 시스템 상황

축구장에서의 다회용기 시스템은 야구장과 다르지 않다. 푸드트럭에서 음식을 사면 판매자가 다회용기에 음식을 담는다. 이후 경기를 보며 음식을 먹은 후 다 먹으면 다회용기 반납함에 반납하면 된다. 구장에 따라 다회용 수저나 컵을 줄 때도 있다.

이렇듯 축구장과 야구장의 다회용기 시스템 자체는 비슷하지만, 이 둘은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소수 업체만 다회용기를 쓰는 것부터 시작한 야구장과는 달리 시작부터 꽤 큰 비중의 푸드트럭이 다회용기를 사용하며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축구장의 다회용기는 관중이 부담이나 불편함을 느낄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와 더불어 축구장의 다회용기 시스템은 불확실성이 하나 있다. 바로 다회용기 도입이 그린워싱일지 진짜 친환경일지 모른다는 것이다. 축구장에서 쓰이는 다회용기는 PP(폴리프로필렌) 소재로, 제조 시 일회용품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돼 20번 이상 써야 일회용품을 쓰는 것보다 친환경적이다. 야구는 1년에 144경기가 있어 홈 경기를 72번 진행하지만, 축구는 1년에 약 40경기가 편성돼 있어 홈 경기는 약 20회 정도다. 즉, 같은 다회용기를 1년 이상 사용해야 일회용기를 쓸 때보다 친환경적이라는 것이다.

다회용기는 일반적으로 폴리프로필렌 소재다. /사진=김태현 객원기자
다회용기는 일반적으로 폴리프로필렌 소재다. /사진=김태현 객원기자

여기에 다른 요소도 고려해야 한다. 다회용기를 관중이 가져가거나 다회용기 반납함에 제대로 반납이 안 되면 다회용기 분실 문제가 발생하며, 회수율은 100%가 아니다. 또한, 한 경기에 할당된 모든 다회용기가 쓰이는 것도 아니라 실질적으로는 다회용기 하나를 1년보다 더 긴 기간을 써야 더 친환경적이라 할 수 있다. 업체가 한 번에 많은 그릇을 관리하는 상황에서 쓴 지 1년이 넘은 그릇을 우리가 먹을 음식을 담는 데 쓴다면, 불편하고 찜찜한 기분이 드는 사람도 많을 것으로 본다.

이러한 사람들의 불만이 나온다면 다회용기를 자주 바꿀 가능성이 생기며, 이는 그린워싱이 될 수 있다. 이렇듯 축구장 다회용기는 친환경과 그린워싱의 경계에 있다. 이 둘 중 무엇인지는 다회용기 시스템을 오래 시행하고 분석해야 알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다회용기 시스템의 궁극적 목적은 사람들의 부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지 않으면서도 다회용기를 최대한 오래 쓸 수 있어야 한다. 다회용기 시스템을 시행하며 구단과 다회용기 공급 업체는 방향성을 잡고 이 목적을 이룰 방안을 끊임없이 고안하는 것이 좋다. 이것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그린워싱이 아닌 진정한 친환경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회용기 반납함에 안내 인력을 두는 것은 친환경성에 도움을 준다. /사진=김태현 객원기자
다회용기 반납함에 안내 인력을 두는 것은 친환경성에 도움을 준다. /사진=김태현 객원기자

진짜 친환경이 되는 방법

그렇다면 관중의 부정적 감정 없이 다회용기를 자주, 그리고 오래 쓸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첫째는 다회용기 반납을 홍보하는 것이다. 다회용기 도입 초기에는 다회용기를 어떻게 받고 반납하는지 몰라 다회용기 반납에 혼선이 생겨 다회용기 회수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 이때 자원봉사자나 구단 직원을 다회용기 반납함 앞에 파견해 이를 안내한다면 관중은 조금 더 편리하게 반납할 수 있다. 구단의 전광판이나 SNS에 다회용기 반납을 안내하는 것도 사람들을 다회용기 시스템에 더 친숙해지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처럼 다회용기 반납을 알리는 것은 다회용기 도입 초기에 할 수 있는 대표적인 방법이다.

쓰레기통과 다회용기 반납함을 같이 두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다회용기를 반납하러 가는 도중 쓰레기통을 발견한다면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것보다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것이 불편하다고 생각해 이에 관한 반감이 생길지도 모른다. 어떤 친환경적 요소의 핵심은 불편함이 없어야 하며, 다회용기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

다회용기 반납함 수와 크기도 중요하다. 반납함의 수가 적고 크기가 작으면 다회용기가 넘쳐 바닥에 떨어지거나 다회용기를 쓰레기통에 버릴 수도 있다. 이는 회수율 감소를 유발해 다회용기의 친환경성을 떨어뜨린다. 반납함의 수가 적으면 거리가 멀어 불편함까지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올바른 반납함의 크기와 수를 설정을 통해 모든 다회용기 회수율을 최대화해야 한다.

다회용기는 캔맥주나 캔 음료를 담는 데에도 쓸 수 있다. /사진=김태현 객원기자
다회용기는 캔맥주나 캔 음료를 담는 데에도 쓸 수 있다. /사진=김태현 객원기자

축구장 다회용기 시스템에 친환경성을 더하는 요소

이외에도 축구장 다회용기 시스템에 친환경성을 더하는 다른 요소가 있다. 바로 축구장에서 음식을 먹으면 푸드트럭이 다회용기에 음식을 담아 준다는 것이다. 다회용기 배달은 우리가 다회용기 옵션을 선택해야 다회용기로 배달이 되고 그 과정이 매우 복잡해 활성화하기 어려운 구조다. 하지만 축구장은 주문만 하면 다회용기에 음식을 담아 주기 때문에 다회용기 이용률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이외에도 불필요한 일회용품을 줄일 수 있다. 일부 구장에서는 안전을 위해 경기장에 캔의 반입이 금지된다. 캔을 가져가면 경기장에 들어가기 전에 내부 맥주나 음료를 일회용 컵에 따라서 입장해야 했다. 그런데 일부 경기장은 이 컵을 다회용기로 바꿨다. 따라서 캔 반입 시 필요한 일회용품을 줄일 수 있다는 부가적인 효과도 있다.

K리그 경기 현장 /사진=김태현 객원기자
K리그 경기 현장 /사진=김태현 객원기자

기록적인 폭염이나 폭우, 배달 증가에 따라 늘어난 쓰레기 등의 이유로 우리는 친환경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이러한 흐름으로 다회용기 사용에 불편함이 없다면 환경친화적 요소 덕분에 축구장에서 경기를 관람하는 것이 더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이라 기대한다.

하지만 이것이 ‘진짜 친환경’이라는 전제가 제시돼야 하며, 친환경이 아니라 그린워싱이라면 나중에는 많은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K리그는 2024년, 역대급 큰 인기를 이끈 후 올해도 이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진짜 친환경인 다회용기를 통해 긍정적 인식을 높인다면 K리그의 인기가 더 많아지지 않을까?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