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절약 넘어 에너지 자립·탄소 감축까지··· ESG·순환경제 실현 열쇠
[환경일보] 인터넷 검색, 사진 및 영상 저장, AI 연산까지 우리의 모든 디지털 활동 뒤에는 데이터센터가 있다.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될수록 데이터센터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러나 편리함의 이면에는 막대한 전력과 자원 소비가 따른다. 특히 서버 냉각에 필요한 ‘물’은 심각한 문제다. 서버는 연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해 매일 수백만 리터의 물을 소모하며, 2027년에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물 사용량이 영국 연간 사용량의 절반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때 주목받는 대안이 바로 하수처리수 재활용이다. 일상에서 버려지는 물을 정화해 냉각수로 활용하면, 데이터센터의 물 부족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 국내 기업 부강테크는 하수처리장 부지를 절감하는 고속여과 기술과 친환경 열교환 시스템을 개발해 데이터센터와 하수처리장을 연계하는 모델을 제시했다. 폐열은 하수 처리에 활용되고, 처리된 방류수는 다시 냉각수로 공급되는 순환 구조다. 실제로 부강테크의 미국 자회사 투모로우워터는 삼성물산 등과 함께 ‘코플로(Co-Flow) 사업’을 추진하며, 데이터센터와 하수처리장을 결합한 탄소중립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해외 사례도 활발하다. 구글은 미국 조지아주 데이터센터에서 하수처리수를 정화해 냉각수로 쓰고, 순환 후 남은 물은 다시 하천으로 돌려보낸다. 2021년 구글 데이터센터 물 사용량 중 음용수 비중은 2%에 불과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워싱턴주 퀸시에 ‘물 재사용 유틸리티(QWRU)’를 구축해 데이터센터에서 나온 산업폐수를 정화 후 재사용하는 ‘폐쇄형 루프’ 시스템을 운영한다. 이 방식으로 연간 5200만 리터 이상 물을 절감하며, 미국 환경보호청 우수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하수처리수와 데이터센터 연계는 물 절약을 넘어 에너지 자립, 온실가스 감축, 환경 리스크 완화라는 효과도 가져온다. 폐열을 하수처리 공정에 활용하고 방류수를 냉각수로 재사용하는 구조는 에너지 재사용 비율을 높이며, 지역 난방이나 산업 공정에도 기여할 수 있다. 또한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 탄소 배출을 줄이고, 지하수·하천 등 자연 수자원의 채취 압박을 완화해 생태계 보존에도 도움이 된다. 이는 데이터센터의 ESG 목표 달성과 순환경제 실현에 필수적인 전략이다.
물론 국내 도입에는 한계가 있다. 하수처리장은 도시계획 규제 지역에 속하는 경우가 많아 건축 규제가 따르며, 인허가 협의 과정도 복잡하다.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과 안정적 냉각 자원을 요구하기 때문에, 부지의 전력 인입과 통신망 연결, 기반시설 확보도 선결 과제다. 또한 주민 수용성 문제 역시 크다. 소음·발열·경관 훼손 우려가 제기될 경우 하수처리장과 함께 복합 님비(NIMBY) 시설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회 요인도 있다. 노후화된 하수처리장은 현대화 필요성이 크고, 이와 데이터센터 건립을 결합하면 민간기업·지방정부·주민이 모두 이익을 얻는 구조가 가능하다. 부지를 찾는 기업은 최적 입지를 확보하고, 지방정부는 시설 개선과 임대 수익을 얻으며, 주민은 재정 부담 완화와 지역 발전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따라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도시계획 규제 완화, 전력·통신 인프라에 대한 공공·민간 공동 투자, 데이터센터-지역발전시설 복합 모델 확산, 주민 참여형 계획 수립이 요구된다. 해외에서는 이미 하수처리수 재활용과 열교환 시스템을 결합한 친환경 데이터센터가 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관련 지침과 표준화 작업이 시급하다.
데이터센터의 물 소비 문제는 단순히 한 산업의 과제가 아니다. 기후위기와 자원 고갈 시대에 도시 전체가 직면한 도전이다. 버려지던 물을 순환시켜 냉각수로 재활용하는 구조는 새로운 수자원 개발 없이도 산업과 도시가 공존할 길을 연다. 하수처리수는 데이터센터의 ‘갈증’을 해소하는 해법이자, 지속가능한 도시 인프라를 구축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
<글 /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이희원 huiwon122122@gmail.com>
